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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쭈 Jul 31. 2017

오키나와로 술 여행을 떠난다고요?

아시아 소주여행- 오키나와


츄라우미 수족관

오키나와 여행의 목적이 처음부터 술이었던 건 아니다.

산호초로 가득한 에메랄드빛 바다와 바다 위에 무성하게 숲을 이룬 맹글로브, 흥이 넘치는 오키나와 사람들이 힘차게 북춤을 추는 에이샤공연을 보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내게 디오니소스와 같은 주신(酒神)이라도 붙은 걸까? 자꾸 술이 나를 이끈다.

오키나와는 130년전만 해도 ‘류큐’라는 이름의 독립국가였다. 1879년메이지 정부때 일본 오키나와 현으로 편승되었고 류큐왕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1945년 90일간의 오키나와 전투로 이 아름다운 섬은 참혹한 전쟁터가 되었고 27년간미국군정을 거쳐 1972년 5월 15일, 일본에 반환되었다.

아직도 미군기지 이전 문제 때문에 갈등을 겪고 있지만 오키나와사람들은 ‘난쿠루나이사 (なんくるないさ 어떻게든 되겠지.)!’ 라고 외치며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긍정적이고 밝게 살아간다.


오키나와만의 아와모리 소주가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일본이지만 일본과 다른 류큐문화’가 있다.

아와모리 소주는 쌀은 인남미(타이쌀)와 누룩은 흑국균(黑麴菌)을 사용하는데, 일반적인니혼슈의

양조기법과 다르게 오직 물과 누룩만으로 술을 발효시키고 증류시키는 게 특징이다.

류큐왕국에서 특별하게 관리하고 진귀한 특산품으로 대접받던 아와모리소주.

현재 오키나와의 42개의 양조장에서 만들어지고 있으며 각 양조장마다 제조기법이 다르기 때문에

아와모리 소주는 골라 마시는 재미가 있다.


즈이센 주조에서 무료시음


어디서 술 익는 냄새 안나요?  즈이센주조(瑞泉酒造)  

오키나와에서 가장 큰성이자 류큐왕국의 상징인 슈리성(首里城)을 구경하고 난 이후였다.

슈리성을 관람한 후 킨죠우쵸 돌다다미길(金城町石畳道)을걸으며 약 500년 전의 역사를 되새김할 무렵,

어디선가나의 후각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바로 술(누룩)냄새.  

본능이 이끄는 대로 들어간가게는 즈이센주조(瑞泉酒造)라는 유명한 아와모리 양조장이었고,

직원분께 여쭤보니 시음이 가능하다고 했다.


아와모리 소주는 크게신주(新酒)와고주(古酒)로 나누는데, 3년이상 숙성시키면 고주(古酒. 오키나와 방언으로 쿠스 クース라고 부른다.)라는 타이틀을 얻는다. 유리창 건너로보이는 공간에선 고주(古酒)를카메(甕)라고 불리는 항아리 안에서 숙성시키고 있었다. 양조장어두컴컴한 곳에서 때를 기다리는 아와모리 소주를 보면서 군침이 돌았다면 그들에게 미안한 일일까?

슈리성 주변에는 즈이센주조처럼오래된 양조장이 여러 곳 남아있는데, 그 이유는 류큐왕조 시대에 슈리지구의 양조장만 공인되었기 때문이란다.  


미즈호 주조



나하시에서 가장 오래된 미즈호주조(瑞穂酒造)


“미키상(나의 애칭), 오키나와에 간다면 이 양조장은 꼭 가봐야 해요”

내가 오키나와에 간다고하자, 일본인 언니께서 미즈호주조(瑞穂酒造)를 꼭 가보라며 예약을 주선해주셨다.

미즈호주조는1848년부터 시작한, 나하시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이다.  

미즈호주조의 술 보관방식은인상적이었다. 바닥에 살짝 올라와 있는 나무뚜껑을 열자

그아래 플라스틱 판막이가 하나 있었고, 지하로 뚫려있는 ‘방공호 같은 지하탱크’가 있었다.

지하공간의  벽은 수영장타일로 감싸져 있었고 아와모리 소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치 물 대신 아와모리 소주가 담겨있는 수영장처럼. 이 곳에 있는아와모리 소주의 양이 640,000L나 된다는 설명에 내 입은 쩍 벌어졌다.

굳이 지하탱크와 같은 곳에 보관하는 이유는 밤과 낮, 여름과 겨울에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저도 참이슬, 처음처럼 같은 한국소주를좋아해요. 막걸리도요 ”라고 호감을 표하는 직원분.  

미즈호 주조에서 30~40도까지 다양한 도수와 년도의 고주와 술지게미인 모로미(もろみ)를 시음했다.

아와모리 소주도 위스키나브랜디처럼 세월의 마법에 따라 향은 깊어지고 맛이 부드럽고 매끄러워진다.


“난쿠루 나이사(なんくるないさ)! 어떻게든 될테니 너무 걱정 마. “

아와모리 소주를 마시는순간 오키나와 현지인들의 격려와 진심 어린 걱정이 느껴지며 몸이 따뜻해졌다.

오키나와로 아와모리 술여행을 떠난다고? 그거라면 오키나와에 갈 이유는 충분하다.   




#아와모리를 마시는 방법   

아와모리 소주의 도수는 40도로 높은 편이라 일본 사람들은 스트레이트로 마시지않는다. 얼음을 넣은 후 아와모리를 적당량 넣고 물을 부어 희석해서 마시는 ‘미즈와리’ 방식을 선호한다. 여기에‘시쿠와사(오키나와산 라임)’을넣으면 향긋한 아와모리 칵테일처럼 마실 수 있다.  






필자소개

김선주

철로와 맥주가 있다면 어디든지 가고 싶은 여행자. 그리고 지구상의 존재하는 술을 마시기 위해 여행하고 글을 쓰는 여행작가.


*이 글은 Dnc 주류잡지에 기고했던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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