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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리쭈 Nov 25. 2017

장미와 술. 그 미묘하고 밀접한 관계

그저 술과 관련된 생각들

어제 모임에서 빈야드에 심어진 장미이야기를 하다가 장미와 관련된 술들이 생각났다. 
장미와 술. 이 밀접한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보려한다. 


필록세라(Phylloxera)와  장미 

출처: 픽스베이/ 포도밭과 장미 

미국의  초기정착자들은  현지포도품종으로  와인을 양조를 시도했지만,  미국의 포도는 양조용보다는 식용이 적합했다. 결국 유럽에서 포도품종을 수입해서  미국에 심었는데,  유럽과  기후가 비슷한 캘리포니아 쪽에서만 포도재배가 성공하였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이후 본격적인 와인 양조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미국의 다른 주에서도 와인생산이 중단된 적은 없지만, 유럽포도품종은 아니었다. ) 

186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양조는 나날이 번창하는 한편,   유럽의 포도원들은 곤경에 빠졌다. 
미국 동해안이 원산지인 포도작물에 치명적인 해충, 필록세라가 포도원에 퍼진 것이다.  오랜 세월 필록세라와 싸워온 미국의 포도나무는 면역력이 생겨 피해가 없었지만,   유럽의 포도종들은  속수무책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며 포도밭을 갈아 엎었던 독일, 사전검열을 했던 호주쪽은 피해가 적었다.  


 운이 좋았던 나라는 칠레! 필록세라가 퍼지기 전에 프랑스에서 포도나무를 수입했던 칠레는 순수한 프랑스의 품종을 이어받았다고 말한다. 필록세라의 위력은 대단해서 유럽의 포도밭들을 전멸시키다시피 했다. (특히 프랑스의 피해가 가장 컸다.)  

 유럽의 포도밭이 필록세라로 황폐해졌을때,  캘리포니아는 유럽종 포도로 와인을 생산하는 유일한 지역으로 와인수요가 치솟았다.  새로이  와인양조의 중심지로 떠올랐지만,  캘리포니아도 필록세라가 퍼지면서 피해가 커졌다. (유럽식 포도품종이었기때문에_) 


*필록세라가 변화시킨 술의 역사 
필록세라가 퍼지면서 술의 역사는 많이 바뀌었는데,  피해가 컸던 구대륙와인을 대체할 만한 신대륙 와인이 급부상했고, 스카치 위스키가 유행하게 되었다.  하층민만 마시던 맥주는 상류층에도 퍼지며, 다양한 맥주가 만들어졌다.  프랑스 와인 수량이 적어지면서 가짜가 판을 치기 시작했고, 원산지를 적는 AOC 제도가 도입되었다. 

*필록세라를 대비하기 위한 방법 
필록세라를 막기 위해 내성이 있는 미국 포도나무 뿌리에 유럽식 포도나무 가지를  접하는 방식을  개발하였다. 그리고 장미!!  빈야드(Vineyard, 포도밭)에 가면  장미가 심어져있는 걸 볼 수 있는데,  필록세라를 대비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포도나무 보다 장미가 약해서 필록세라의 피해가 생길 경우, 장미 잎이 먼저 변한다. 


포어 로제스(Four Roses)

애틀란타에서 위스키 제조를 하던 폴 존스 부자. 그의 아들 존스는  무도회에서 남부의 여인을 만났고, 
그녀에게 마음을 뺏겨 바로 프로포즈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말했다. 

내가 마음에 들면 다음 무도회에 장미를 달고 나오라고.  그녀는 다음 무도회 밤에 가슴에 네 송이의 장미를 달고 나타났고, 존스는 자신의 버번 위스키에 포어로제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녀의 마음을 얻은 기쁨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서. 


마쓰다 미리의 에세이 <그렇게 쓰여 있었다>에도 포어 로제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바에서 반짝반짝한 술을 주문하고 싶어서 고심하던 찰나 
그녀는  "포어 로제스에 소다를 섞어서! "라고 주문하는 여성들을 보았다. 그 모습이 세련되어 보였는지  다음번엔 저렇게 주문해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평상시 연습한대로  "포어 로제스에 소다를 섞어서!"라고 주문하는데는 성공했지만, 
바텐더의 예상치 못한 질문이 있었다. "블랙으로 드리면 되겠습니까?" 

*포어로제스는 미디엄과 블랙, 두 가지가 있는데  미디엄은 친숙하게 마실 수있는 스탠다드 제품이고, 
블랙은 순수하지만 독특한 향은 독특한 편이다.  




핸드릭스 진(Hendrick’s Gin)의 장미

출처: 픽스베이 

스코틀란드 거번(Girvan)지역에서 소량으로 , 100% 전통수작업으로 만드는 프리미엄 진, 핸드릭스.  
11가지 허브와 불가리아산 장미, 네덜란드 산 오이가  주원료다.  

핸드릭스진은  허브향과 장미, 오이향이 은은하게 배어있는 진이라 진토닉으로 마시면 맛있다. 
(개인적으로 진토닉은 핸드릭스 진, 마티니는 탱거레이 진을 선호한다) 오이랑 같이 먹으면  향이 배가 되고  은은한 장미향의 여운이 입 안에 오래 남는, 사랑스러운 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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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 장미로 만든 술이 있을까 아님 장미막걸리라도 있을까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장미술이 존재하긴 한다. 판매목적은 아닌듯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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