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너무 일찍, 감정을 잃어버린 아이가 되었다.
울어야 할 때 눈물을 삼켰고,
소중한 관계가 무너질까 두려워 ‘괜찮은 척’ 했다.
어릴 적부터 감정을 꾹 눌러 담았다.
그렇게 내 마음은,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른 나이에 어른들을 흉내 내며,
나는 점점 진짜 마음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로봇처럼, 무표정하게.
내 세상은 그렇게 조금씩 흑백으로 변해갔다.
그저 하루를 견디는 데 집중하며
공허함 속을 묵묵히 걸었다.
성인이 되어 찾아온 질병과 우울증은
내게 많은 것을 앗아갔다.
점점 생기를 잃어갔고,
웃음기조차 사라졌다.
모든 걸 회피하는 데에 익숙해졌다.
감정은 늪이 되었고, 통증은 몸을 삼켰다.
무기력의 늪에 빠진 날들은
잠에서 깨는 것조차 버거웠다.
밥 한 숟갈도, 잠 한숨도
내게 허락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런 내가 아주 천천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처음은 겨우 몸을 일으켜
물 한 잔을 마시는 것이었다.
그렇게 작은 한 걸음부터
회복은 시작되었다.
괜찮은 날이 이어지는가 하면
또다시 넘어지는 날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 과정에서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을 통해 다시 사랑을 배웠고,
아픔보다 더 소중한 것들을 얻었다.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 시간은 길고도 더뎠지만,
그 과정을 통해
조금씩 '진짜 나'를 되찾아가게 되었다.
지금은 안다.
모든 계절엔 저마다의 이유가 있고
그 시절엔 나만이 견뎌야 할 일이 있다는 걸.
혹시 누군가 나처럼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면,
이 글이, 당신의 어둠 속에 작은 불빛 하나로 스며들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