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상자

알뜰한 며느리의 탄생 5

by 정아린

그 무렵,

나는 다른 것들도 만들고 있었다.

나무상자였다.


나는 네모난 나무 상자를 계속 만들었다.
목공소를 오가며 나무를 재단했다.

발에 밟히던 톱밥과 나무 냄새가 좋았다.


크고 작은 상자를 반복해서 만들었다.


그 상자들은 정확히 맞지 않아도 괜찮았다.

네모난 모양이면 됐다.


나는 그 상자들을 뚫기도 하고

색을 입히기도 했다.


그것들은 원가족이 되었다가,

시댁이 되었다가,

또 다른 집이 되었다.


규율이 되고,

틀이 되었다.

그리고 다시 천으로 돌아왔다.


꽃무늬가 하나도 없는,

반쯤 투명한 갑사 천이었다.


나는 천을 길게 풀어

재봉틀로 실을 박았다.

댕기 같던 천은

옷고름 같았고

다시 이 미터, 삼 미터로 길어졌다.


천 위에 죽죽,

아주 시원하게 박음질을 했다.

드르륵거리는 재봉틀 소리가

이번에는

내 마음을 뚫어주는 것 같았다.

정확히 재고

자르지 않아도 충분했다.
자르고 찢고 붙이며


천은

색이 되었고,

사람이 되었고,

마음이 되었다.


한 겹 두 겹

겹쳐도 제 빛을 잃지 않았다.


그 천은

꾸미지 않아도 괜찮았다

.

나는 그 천으로,

나를 통과하던 것들을 잠시 붙잡아 두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재봉틀은 결국 다시 현실로 돌아와

쓸모 있는 무엇을 만들어야 했다.

내게는 늘 어려운 세계였다.

아무리 맞추려 해도 끝은 늘 어긋났고

어딘가는 항상 엉성했다.

그럼에도 나는 만들었다.

반듯해지지 않는 내가 못마땅했다.


그들을 알기 전에 나는

한 사람이었다.


그들을 알고 난 뒤

나는

두 사람이 되어야 했다.


IMG_6106.jpeg <대를 이어서>,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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