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그 자리에 없던 사람

가족을 유지하는 비용 7

by 정아린

J는 네 번째 지도교수에 안착했다.

논문 시험에 합격해 졸업을 눈앞에 두자

친정 부모님은 J에게 새 차를 선물해 주셨다.


J의 아버지는 말했다.

“남편이 잘 되는 것은 아내의 몫이다.”

그러면서 이제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을 유명 대학에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J의 어머니는

아들을 하나 더 낳으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십 년 가까운 시간 동안 내게 남은 것은

내조를 잘했다는 말들이었다.

그것이 정말 내 것인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유가 생긴 J는 아이들의 운동에 열심히였다.

잠시 그에게 꿈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부모들 사이에서 우쭐거리는 모습에 그 생각을 접었다.


그렇게 J의 졸업식이 다가왔다.


J의 부모가 미국에 왔다.


J의 어머니는

내가 지난 오 년 동안 한국에 한 번도 가지 않을 것을 두고

사람들이 독하다고 칭찬했다며 길게 말했다.

J의 형은 아내가 한국에 자주 드나든 탓에

공부를 마치지 못한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J의 아버지는

J의 졸업식 가운을 입으며 눈물을 흘렸다.


J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졸업식 날 아침,

나는 J의 옷을 챙기고 아이들의 옷을 입혔다.


아침상을 치우고 나서야 겨우 내 옷을 입었다.

오래 남을 사진을 생각하며 옷을 골랐지만 어딘지 어색했다.


J의 어머니가 나를 흘끗 보았다.

어디서 샀냐는 질문과 함께 나를 훑는 그 눈빛이 마음에 걸렸다.


졸업식 내내 J의 부모는 감탄사를 연발했고

내게 쉴 새 없이 사진을 찍으라고 했다.


총장과 사진을 찍을 기회가 생겼다.

J의 부모는 J와 급하게 총장의 옆으로 나섰다.


나는 아이들과 뒤에 남았다.

내가 사진을 찍자 J의 어머니가 말했다.


“너도 찍고 싶으면 찍어”


나는 괜찮다고 했다.


긴 행사에 지친 두 아이를 챙기며

사진기사와 안내자 노릇을 했다.


단과대 졸업장 수여 행사에 갔다.

J의 어머니가 내게 말했다.


“연단 앞으로 가서 행사 진행하는 거랑 J와 우리 사진을 찍어.”


학교에서 찍어주는 사진기자가 있다고 하며 주저하자

그녀는 나를 밀어 내보냈다.

내 등을 찌르는 그녀의 손길이 따갑게 느껴졌다.


내가 연단 아래 서는 순간,

의자에 앉은 사람들의 의아한 시선이 내게 쏠렸다.

지인의 아내와 눈이 마주쳤다.


수치심인지 소외감인지 모를 감정을

남편을 자랑스러워하는 아내인 척하는 마음으로 누르며

엉거주춤하게 앉아

그 시선들을 외면한 채 셔터를 눌렀다.


뒤에서 누군가 나를 불렀다.

J의 친구였다.


“제수씨, 앉아 계세요. 제가 찍을게요.”


나는 잠깐 그를 보았다.

J의 어머니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다시 카메라를 들었다.


졸업장을 받고 웃는 J 앞에서 나는 속이 울렁거렸다.


행사가 끝나고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식사를 어느 정도 마치자

J의 어머니가 주변을 살피며

내 가방을 달라고 했다.

내가 천천히 가방을 들자

그녀는 낚아채듯 가방을 가져갔다.


종이 냅킨에 대충 싼 기름이 밴 남은 움식이

내 가방 안으로 들어갔다.


집에 돌아와 귀걸이를 빼려다 한쪽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친정어머니가 사주었던 값비싼 귀걸이였다.

나는

누가 봤을까, 일부러 아무도 말하지 않은 걸까

잠시 그런 생각을 했다.


J의 부모 집에 놓인 사진 액자들 속에는

늘 그들의 원가족만 있었다.


며느리들도 손주들도 없었다.


졸업식을 마치고 돌아온 날,

그들은 아이들에게 말했다.


“하버드, 예일 너희들은 거기에 가야 한다.”


그리고

나를 보며 말했다.


“아이들이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은 어머니의 일이다.”


그때는

나는 가족이 될 수 있을까.


그때는

아이들이라도

그 액자에 들어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