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근무하는 우체국에는 아홉 마리의 고양이가 함께 살고 있다. 우체국 뒤편 쪽문으로 나가면 스티로폼 박스에 각기 다른 출신의 치즈냥이가 모여 산다.
우체국 녀석들을 보다가 꿀빵이를 보면, 캣타워팰리스 쯤 사는 것 같다. 늘 새로운 간식을 먹고, 최고급 사료와 장난감, 겨울엔 따뜻한 난방과 여름엔 시원한 냉방이 존재하니 말이다.
사실 섬에서는 고양이가 사람과 같이 집안에서 지낸다는 일은 다소 낯설다. 때문에 200 명 남짓한 주민들 사이에서 꿀빵이가 유일한 실내묘다. 집 밖에 스티로폼 박스와 밥그릇 물그릇을 주며 키우는 경우는 있다.
집배원 분은 길냥이들을 하나 둘 챙겨주기 시작하다 9마리나 됐다고 한다. 나는 업무가 한가할 때 출입문 밖으로 살짝 나와서 고양이들의 머리통을 마구마구 쓰다듬으며 내 페로몬을 묻힌다. 그럼 직장생활의 피로도 조금이나마 견딜만 하다.
근무 중에는 나름 이 곳은 고양이 카페다. 라고 위안을 하며 일을 하다 점심시간이 되면 후다닥 2층 관사로 올라가 꿀빵이와 점심시간을 보낸다. 우체국 고양이들은 일종의 오피스 와이프(?)인 셈이다. 출근하거나 화장실 갈때 그 귀여운 뒤통수를 보면 만지지 않고서는 지나치기 힘들다. 특히 우리집 고양이와 같은 무늬의 스트릿 출신 그들을 보면 말이다.
내가 모든 고양이를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나치는 모든 고양이에 마음이 쓰인다. 특히 요즘 같이 영하의 날씨에 마음이 더 쓰인다. 물을 줘도 금방 얼어버릴 정도의 온도에 밖에서 지내다니. 그래도 먹이와 잠자리를 제공받는 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겐 천운일까. 꿀빵이 사촌쯤 되어보이는 치즈냥이들은 그들만의 무리를 이루어 지낸다. 최근에는 어디서인가 나타난 새끼 냥이까지 합류했다.
아기와 동물들은 제 이뻐하는 것을 안다고. 내가 너무 귀여워 한 나머지, 새끼 냥이도 제 누울 자리를 안 것 같다. 스티로폼 박스에 내집처럼 들어가 잠도 자고, 성묘들 사이에서 밥도 먹는다. 아직 버릇이 들지 않아 출근할 때 우체국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것마저 아기 고양이의 발랄함이고, 생기이다. 어느덧 여섯 살이 되어 늘어지게 잠만 자는 아저씨가 된 나의 고양이를 보며 생각에 잠긴다. 꿀빵이도 어린 시절이 있었는데. 고양이의 어린 시절은 금세 지나가기에 슬프다. 지독히 어리광을 몇개월 피우다가도 어느덧 철이 들어버린다. 세상에 염세적이고, 아무리 장난감을 흔들어도 반응조차 하지 않는 때가 온다.
요즘엔 가끔 나이 든 고양이를 유튜브로 찾아본다. 처음엔 사실 보기가 힘들었는데, 조금씩 연습을 하려한다. 우리 꿀빵이는 분명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고양이었으니까. 너와 나, 우리 둘 다 행복했으니까. 아마 십 년 정도 남았을 이별의 순간을 아주 조금씩 조금씩 연습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