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그램의 생명체

삼겹살보다 작아도 괜찮아

by 이지은

부모님은 동물을 싫어했다.

동물을 때리기도, 종종 먹기도 하는 분이셨다.

동물과 사람의 생명에는 경중이 있다고 믿었다.


그들 밑에서 자란 나는 이상하리만큼 동물을 좋아했다.

수의사가 되고 싶었지만, 공부를 못했다.

사육사가 될까 했지만, 급여가 적어 포기했다.

그렇기 평범한 직장인이 된 나는 한 마리의 고양이를 키우게 되었다. 평생 혼자였던 내 삶에 고양이 한마리가 들어왔다. ‘포인핸드’라는 어플을 통해 노란 치즈 고양이 한 마리를 입양했다. 음식 이름을 붙여주면 오래 산다, 그게 된 소리면 더 좋다더라. 라는 유래 없는 미신을 따라 치즈 고양이는 노랗고 동그란 통영의 명물 ‘꿀빵’이가 되었다.


처음 150그램의 노란 생명체를 보았을 때, 처음 보는 기이함을 느꼈다. 내가 알던 고양이라곤 톰과 제리에 나오는 톰뿐이었는데. 내 앞에 동물은 톰보단 제리에 가까웠다. 150그램의 작은 생명체는 정말 삼겹살 한줄보다 가벼웠다.


제리보다 작은 이 아이가 나중에 커서 쥐를 잡는다니, 믿기지 않았다. 쥐보다 작은 몸통으로 집안 구멍구멍은 모조리 들어갔다. 바퀴벌레처럼 어둠을 좋아했고, 조용히 움직였다. 호기심이 많았고 24시간 놀고 싶어했다. 한참 뒤에 엄마가 된다면 이 육아 경험을 다시 한번 겪을 수 있을 것 같다.


아기를 돌보는 건 동물이나, 사람이나 비슷했다.

쳐다만 봐도 예뻐서 웃음이 나고, 가끔은 너무 작은 생명체에게 온전한 숨이 붙어 있어 다칠까 염려됐다. 체력은 어찌나 좋은지 지칠 때까지 놀았고,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컸다.


작아서 귀여웠고, 아기라서 귀여웠다.

지금 150그램의 고양이는 5.3키로가 되었다.

왕 크니까 왕 귀엽다. 확실히 말할 수 있다.

그때의 아기 고양이보다, 지금의 고양이가 더 좋고 귀엽다. 나의 왼쪽 가슴 밑에서 온기를 나누며 함께 자고, 그 사이 나와 눈빛만 봐도 통하는 세월을 나눴으니까. 고양이는 어느새 내 가족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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