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ista Seo Mar 24. 2022

한강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의 유혹...

파주 심학산

서울에서 한강을 따라 경기도 파주로 가는 자유로를 타고 일산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낮은 산이 보인다. 파주출판문화 단지 뒤에 있는 심학산이다. 산 정상의 높이가 200m도 안 되는 이 낮은 산에 6.8km의 둘레길도 있고, 0.8km부터 2.9km에 이르는 총 4개의 짧은 등산코스도 있다. 최근에는 산 주변과 중턱에 각종 맛집과 카페들이 생기면서 근처의 교하, 운정을 비롯해 일산에서도 사람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즐겨 찾는 트레킹 장소가 되었다. 


심학산에는 산길 곳곳에 이런 쉼터가 많다.


남쪽에서는 매화가 한창이고, 산수유가 절정에 달했다는 봄소식이 들려온다. 경기도에도 봄을 데려오기 위해 가는 계절이 마지막 겨울비를 뿌렸다. 비가 그치고 나니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것 같은 봄이 더 그리워졌다. 벌써 60번이나 맞이한 봄인데도 봄은 늘 새롭다. 이 작은 축복을 누리기 위해 하얀 아지랑이와 초록 봉오리의 봄 풍경을 상상하며 심학산으로 향했다.  

 


이날은 여러 등산 코스 중 약천사가 있는 등산로를 선택했다. 약천사라는 이름은 등산로 입구에 있는 샘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절 안에 있는 높이 13m의 거대한 청동좌불상이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약천사 앞 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 주차장 위에서 왼쪽으로 도는 완만한 산길을 걷다가 능선을 따라 정상으로 올라갔다. 심학산의 산길은 흙길이다. 그래서 사색과 명상을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길이다. 정호승 시인의 ‘봄 길’이라는 시처럼 심학산의 길은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고,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는’ 그런 길이다.  


심학산 산길
심학산 약천사


봄 햇살이 숲으로 번지는 오후의 심학산 숲에는 아직 완연한 봄이 오지 않았다. 산길 옆의 산기슭에 있는 몇몇 나뭇가지에만 연한 녹색 꽃봉오리들이 부끄러운 듯 고개를 살짝 내밀기 시작했다. 그래도 양지바른 땅에는 초록 잎들이 흙이 비켜준 자리를 따라서 올라와 봄을 살살 수놓기 시작하고 있었다. 


양지바른 땅에서 나오기 시작하는 새싹
이른 봄 심학산 꽃봉오리


정상에 오르면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 서해로 흘러가는 풍경이 펼쳐진다. 한강 건너 김포와 멀리 통일전망대가 보이고 강 건너 북한의 개성 땅이 실루엣으로 보인다. 한강 너머로 떨어지는 해넘이 풍경이 맑은 생명력 같은 이른 봄을 선물 받지 못한 내 마음을 위로해줬다. 


정상에서 바라 본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곳


내려오는 산길에서 만난, 긴 겨울이 가기를 기다리다 비를 맞고 나온 노란 꽃망울이 머잖아 곧 분홍색 꽃들과 초록 요정들의 축제가 시작된다고 속삭였다. 숲을 안고 있는 심학산은 언제나 지친 사람들의 등을 쓰다듬어 준다. 닫힌 마음을 열어주고 삶의 피로를 풀어주는 그런 곳이다. 


하산 길에만난 노란 꽃망울


■ 심학산 : 경기도 파주시 산남동 산 42.

    ▶ 가는 방법

        - 전철: 경의선 금촌역 하차 → 100-8번 환승 → 심학초등학교 입구 하차

        - 버스: 9709번(맥금동↔광화문, 숭례문) 금촌역 하차 → 100-8번 환승 → 심학초등학교 입구 하차

        - 자가용: 자유로 → 자유로 휴게소 → 심학산 초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