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day. 끝이 아닌 마지막 밤의 마드리드

Madrid

by Arista Seo

로마의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던지면 언젠가 다시 로마에 돌아온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마드리드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솔 광장의 시청 앞 바닥에 “0 km”라고 쓰여 있는 표지가 있는데 스페인 주요 지방과 연결되는 9개 도로가 시작되는 교차점 좌표 표시이다. 이 표지 바닥돌을 밟으면 마드리드에 다시 돌아온다는 이야기가 있다.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이 바닥돌이 있는 솔 광장으로 갔다. 이른 시간이어서 광장의 다른 곳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는데, 유독 이 바닥돌이 있는 곳에만 사람들이 한 무리 모여있었다. 순서를 기다렸다가 나도 바닥돌을 밟았다. 진심으로 마드리드를 비롯한 이베리아 반도 땅을 한번 더 밟을 수 있기를 바랬다. 그만큼 이번 여행은 나에게 감동이었다.

아침에 밟은 km.0 와 저녁에 호텔로 들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아내와 밟은 km.0

ㅣ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


프라도 미술관 건너편에 있는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으로 갔다. 어제와 같이 마드리드의 중심 시벨레스 광장으로 가는 길을 걸었다. 가는 길에 보이는 마드리드의 파란 하늘이 오늘따라 유난히 더 파래 보였다. 파란 하늘 밑에 엷고 밝은 갈색의 의회 건물이 더 품격 있어 보이고, 검푸른 색의 청동 조각상으로 서 있는 세르반테스가 지적으로 보이는 마드리드 아침의 거리 풍경이었다.

스페인 의회와 마드리드 거리에 있는 세르반테스 동상
포세이돈 분수대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은 티센 보르네미사 가문이 대대로 수집한 미술 작품을 ‘티센 보르네미사 컬렉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할 것, 작품을 한 곳에 모아 놓을 것, 작품을 되팔지 말 것, 늘 대중이 다가오기 쉽게 할 것’이라는 네 가지 조건으로 스페인 정부와 계약하여 헐 값으로 넘겨서 만들게 된 미술관이다.

중세 성화, 15세기 이탈리아 미술부터 시작해서 20세기 현대 미술까지 시대 별, 국가 별 작품이 다양했다. 0층에는 20세기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1층에는 회화의 각 사조 별 작품들을, 2층에는 유럽 각 지역별 국가별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특히, 1층의 40번 방에는 19세기 남미 회화 등 아메리카 회화와 19세기 유럽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었다.

쉽고, 편안하게 작품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환경을 갖춘 미술관이었다. 사진 촬영도 가능했으며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는 미술관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이런 미술관을 가지고 있는 마드리드 시민들이 부러웠다.

미술관 입구 앞
전시되어있는 작품들
전시관 내부 모습

ㅣ 마드리드 벼룩시장 "엘 라스트로"와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미술관을 나와 5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마드리드의 대표 벼룩시장 “엘 라스트로 El Rastro”를 찾아갔다. 일요일과 공휴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가 피크 타임이라고 해서 조금 서둘러 갔다. 사람도 정말 많고,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많은 물건들이 길 구석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소매치기도 많다고 해서 바짝 긴장한 채 시장 구경을 하였다.

시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세계 각국의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레스토랑이 모여 있는 거리인 “라바피에스 Lavapies 거리”가 있다. 이곳에서 점심을 하였는데…… 겨우 케밥을 골라 먹었다. 나의 예민한 음식 취향 때문에……

"엘 라스트로" 와 "라바피에스" 거리 풍경

마드리드 미술관 빅 3 중 하나인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의 정식 명칭은 “레이나 소피아 미술센터 국립 미술관”이다. 현재의 국왕인 카를로스 1세의 부인인 소피아 왕비의 이름을 따서 붙인 명칭이다. 스페인 최고의 현대 미술 작품들을 모아 놓은 곳으로 피카소, 달리, 미로 모두의 작품이 전시되어있다. 상설 전시관에 1만 점 이상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특히 2층에는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전시되어 있어 더욱 유명한 곳이다.

미술관을 다 둘러본 후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이 ‘현대 미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봐야 될 곳’이었다.

프라도 미술관이나 이곳은 사진 촬영을 못하게 하기 때문에 사진이 없는 것이 좀 아쉬웠다.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입구와 주변 풍경들

ㅣ 아토차 Atocha 역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건너편에 있는 아토차 Atocha 역은 1851년 2월에 마드리드에 오픈된 최초의 기차역으로 가장 역사가 깊고 규모가 큰 철도 역사다. 화재로 대부분 파손되어 1892년에 현재의 구관을 절충 양식으로 재건축했던 과거를 가지고 있다. 스페인 고속철도 AVE가 도입되는 것을 기점으로 구관의 역사성과 신관의 현대적 기능을 융합한 지금의 모습으로 새 역사를 설계해 1989년에 완공하였다.

고색창연한 구역사 외부와 내부의 아트리움을 그대로 복원하여 놓았을 뿐만 아니라 천장도 그대로 활용해서 수목원 속에 고풍스러운 휴식 공간을 만들어 놓은 것을 보면서 스페인 사람들의 공간 창조 능력에 다시 한번 감탄하였다.

아토차역 밖에서 본 모습과 내부 모습

아토차역에서 버스를 타고 스페인 광장으로 갔다.

스페인에서의 마지막 저녁을 나에게 자유와 행복을 맘껏 느끼게 해 주었던 아름다운 거리를 걸으면서 마무리하고 싶었다.

오래도록 이 길 – 스페인 광장에서 시작해서 사바티니 정원, 오리엔테 광장을 거쳐 아르메리아 광장에 이르는 – 을 기억할 것이다.

설렘으로 이번 여행을 시작하였는데, 여행의 마지막 날도 감동으로 인해 설레이는 걸음으로 끝내는 저녁이 되었다.

오리엔테 광장 공원 길의 동상들
아르메리아 광장에서 바라 본 마드리드 왕궁
알무데나 성당 계단에서 바라 본 아르메리아 광장
아르메리아 광장의 석양
스페인에서 마지막 밤의 알무데나 성당 종탑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있는 비야 Villa 광장 야경

이번 여행의 마지막 와인은 스페인의 대표 와인 “리오하” 중에서도 Reserva급인 Marques de Riscal 2007로 마셨다.

26일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여행을 통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행복했던 한 달을 보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26일 동안 만났던 이 시간과 이 땅, 이 사람들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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