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day. 끝나지 않는 밤의 도시

Madrid

by Arista Seo


리스 차량을 인수하거나 반납할 때 장소는 공항 특정 지점, 시내 특정 지점, 리스센터 이렇게 세 곳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이번 내 경험을 근거로 한다면 차량의 인수와 반납을 리스센터에서 하는 것은 피할 것을 권한다. 센터 입장에서는 넓은 공간을 확보해야 하다 보니 위치가 공항 터미널에서 떨어진 활주로 옆에 있는 길 등 후미진 곳에 있었다. 현지인이 아닌 이상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이번 여행은 여러모로 축복받은 여행임이 분명했다.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 헷갈리는 길을 잘 찾아서 리스센터에 갈 수 있었는지 내가 생각해도 신기하다. 아무튼 차량에 흠 하나 없이 무사히 차를 반납한 후 센터에서 마드리드 공항 4 터미널까지 데려다주는 서비스를 이용했다. 그곳에서 공항버스를 타고 마드리드 시내 시벨레스 광장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마드리드 주차 요금이 너무 비쌌다. 어제 오후 4시쯤 입차 해서 오늘 오전 9시쯤 나오는데 주차 요금이 31.75유로였다. 톨레도에서 주차 위반하고 50% 할인받은 벌금 30유로보다 더 비쌌다.

호텔에서 나오면 보이는 마드리드의 극장

ㅣ 시벨레스 광장과 프라도 미술관


스페인 은행, 중앙 우체국, 리나레스 궁전, 시벨레스 궁전 등에 둘러싸여 있는 시벨레스 광장은 마드리드 교통의 중심지다. 1782년에 만들어진 두 마리 사자가 이끄는 마차를 타고 있는 풍년과 다신을 상징하는 시벨레스 여신의 조각상과 분수대로 유명하다. 스페인 프로 축구팀 “레알 마드리드”가 승리할 때 자축하는 무대로도 쓰이고 있다.

시벨레스 광장 분수대와 궁전, 스페인 은행

1785년 카를로스 3세가 자연사 박물관을 목적으로 설립하여 1819년 페르난도 7세 때 왕립미술관으로 용도가 변경된 “프라도 미술관”에는 스페인 3대 현대 미술가 (피카소: 입체주의, 미로: 초현실주의, 달리: 조형주의를 개척) 모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유럽 3대 미술관 중 하나로 12세기에서 19세기 작품들이 주를 이루며, 8,000점의 회화를 비롯 총 3만 점의 작품들로 구성된 3층 규모의 미술관이다.


매표소에서 마드리드에 있는 3개 미술관(프라도, 레이나 소피아, 티센 보르네미사 미술관)을 1년 이내에 관람할 수 있는 통합권 Abono Paseo del Arte (Paseo del Arte Card) 입장권을 구매했다. 약 20% 정도 할인된 가격이었다. 미술관은 당일에 한해 출입이 자유로운 특징이 있었다. 미술관 구조가 복잡해서 가이드 맵에 체크를 하면서 관람하는데도 헷갈려서 각 전시실 별로 관리하고 있는 안내원에게 물어보며 관람을 하였다.


다른 때와 달리 전시 작품들에 좀 더 집중을 하면서 관람하던 중 미술관 바닥에 앉아 그림을 보며 선생님과 아이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광경이 보였다. 정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프라도 미술관 정문과 출입구
프라도 미술관 내부 모습과 관람하는 아이들

19세기에 지어진 건축물인 프라도 미술관 본관과 뒤편 헤로니모 건물 주변 정원에는 스페인 화가 3명의 동상이 있다. “고야” “무리요” “벨라스케스”. 미술관 뒤 언덕에 예쁜 작은 성당은 “산 제로니모 성당”이다.


점심식사를 하기 위하여 미술관에서 나와 근처의 서브웨이에서 샌드위치로 식사를 하였다. 식사 후 근처에 있는 17세기 펠리페 4세에 의해 조성된 마드리드 시민들의 산책 공간 “부엔레티로 공원”으로 갔다. 공원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잠시 쉰 후 다시 미술관으로 돌아갔다.

고야, 무리요, 벨라스케스 동상
"산 제로니모" 성당과 "부엔 레티로 공원" 입구

ㅣ 부엔 레티로 공원과 콜론 광장


여행 중에서 가장 힘든 여행이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의 전시품 관람 여행인 것 같다. 관심을 가지고 집중을 해서 그런지 어느 정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피로가 급격하게 몰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미술관을 나와 다시 “부엔 레티로 공원”으로 갔다. 공원 입구에 있는 마드리드 개선문으로 불리는 카를로스 3세 개선을 기념한 “알카라문”의 웅장함이 눈길을 끌었다. 둘레가 4km나 되는 넓은 부지에 호수와 조각상들이 연출하는 공원의 분위기에 빠져 한가롭게 여유를 즐긴 마드리드에서의 겨울날 오후였다. 여유로움 속에서도 낯선 환경과 낯선 사람들 속에 우리 두 사람이 들어와 있다고 생각하니 아내에 대한 애틋함은 더 깊어만 가는 시간이었다.

알카라문과 공원 풍경
공원 풍경들

콜럼버스의 스페인어는 “콜론”이다. 스페인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두 사람인 콜럼버스와 이사벨 여왕의 이야기가 조각되어 있는 탑이 있는 콜론 광장을 찾아갔다. 가는 길에 서울의 강남 같은 마드리드 최고의 번화가 살라망카 지구를 지나게 되어 자연스럽게 명품가도 둘러보았다.


얼마 전까지 콜론 기념탑이 있었던 “발견의 정원”을 먼저 만나게 되었다. 거대한 돌로 만들어진 범선 분수대가 있는 자리가 탑이 있던 자리라고 한다. 기념탑은 이제 “발견의 정원” 건너편 고층빌딩 사이 비즈니스 거리 중심 교차로로 자리를 옮겨가 있다. 차도로 들어갈 수가 없어 인도에서 기념탑을 구경한 후 콜론 광장에서 다시 시벨레스 광장으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스페인 “국립도서관”도 구경하는 등 마드리드의 거리를 만끽하였다.

살라망카 지구 풍경
발견의 정원
콜론 광장
스페인 국립 도서관

시벨레스 광장에서 숙소인 호텔로 가는 거리는 관공서들이 주로 있는 거리였다. 고풍스럽고 화려한 디자인의 건물들을 구경하며 걷다가 둥근 금빛 지붕 위에 날개 달린 천사(?)가 서 있는 아름다운 건물을 발견하였다. 현재 시청사로 사용하고 있는 건물이었다.

관공서들이 있는 거리
우체국이었다가 현재 시청사로 사용하고 있는 건물

호텔로 돌아와 잠시 쉰 후 솔 광장을 지나 스페인 광장으로 갔다. 어제와 다른 길로 걸어 마드리드의 번화가인 그란비아 거리를 구경하면서 갔다.


스페인 광장에 있는 탑은 세르반테스 서거 300주년을 기념하여 1930년에 만든 탑이라고 한다. 탑의 맨 위에는 여신 5명(5 대륙을 상징)이 지구를 떠 받치고 있으며, 탑의 중앙에 세르반테스가 앉아있고 그 밑에 로시난테에 올라 탄 돈키호테와 당나귀에 타고 있는 산초의 조각상이 있다. 동상 옆에 심어져 있는 올리브 나무들은 소설의 배경이 된 라만차 La Mancha에서 직접 가져와 심은 것이라고 한다.

스페인 광장 세르반테스 기념탑

ㅣ 사바티니 정원부터 오리엔테 광장, 아르메리아 광장까지

스페인 광장 남쪽으로 방향을 잡아 걸었다. 사바티니 정원을 앞에 두고 마드리드 왕궁이 나타났다. 어제 “아르메리아 광장”에서 보았던 마드리드 왕궁의 반대편이다. 마드리드 왕궁은 파리 루브르 궁전을 모티브로 신고전주의 양식과 프랑스풍의 르네상스 양식이 접목된 형태로 1738년 펠리페 5세에 의해 흰색 화강암을 사용하여 건립되었다. 왕궁을 중심으로 동쪽에 오리엔테 광장이, 남쪽에 아르메리아 광장이, 북쪽에 사바티니 정원과 스페인 광장이 있다.


오리엔테 광장 Plaza de Oriente에는 말을 탄 펠리페 4세의 동상과 양쪽에 검은 사자상이 탑 위에 있는 둥근 분수대가 있다. 그리고 앞 공원에는 역대 스페인 왕들의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너무나 아름답고 평화로우며 행복한 거리다. 마드리드의 이 거리를 와본 사람은 누구나 좋아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리엔테 광장에서 천천히 아르메리아 광장으로 걸었다. 오늘도 해 질 녘 아르메리아 광장은 변함없이 아름다웠다.

사바티니 정원과 오리엔테 광장

사바티니 정원에서 시작해 오리엔테 광장, 아르메리아 광장에 이르는 이 길.

오래도록 이 노을, 이 바람, 이 순간을 기억할 것이다.

오늘도 늦게까지 아르메리아 광장의 야경을 감상하다 호텔로 돌아왔다.


잠자리에 들기 전 와인을 마셨다. 호텔 밖 도시의 밤거리는 아직도 사람들로 붐비고, 활기차다. 마드리드의 밤은 이렇게 매일 밤 끝나지 않고 계속될 것만 같다. 영원히......


오늘도 마드리드가 준 매력과 행복, 자유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세상엔 이런 도시도 있구나……




마드리드 왕궁 앞 하프 연주
아르메리아 광장에서 듣는 알무데나 성당 종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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