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day. 풍차마을,절벽위의 도시, 카스티야의 영광

Consuegra, Cuenca, Madrid

by Arista Seo

직업이 아닌 이상 살면서 가능한 한 안 갈수록 좋은 곳들이 병원, 경찰서 같은 곳이다. 만약 그런 곳에 가야 할 일이 생겼다면 스스로 원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가야 되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게 본인의 의지가 아니라 상황 때문에 가야 될 경우 기분이 유쾌하지 않고 무거운 것은 자연스러운 인지상정 일 것이다.

오늘 첫 목적지가 경찰서다. 그다지 긍정적 기분이 들지는 않았지만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그나마 이렇게 경찰서라도 가서 반만 벌금을 내는 게 어디야…… 뭐, 살아생전 스페인 경찰서에 갈 일이 이번 말고 언제 또 있겠어…… 스페인 여행하면서 경찰서엘 가 본 사람이 몇 사람이나 있을까, 이것도 하나의 경험이라고 생각하면 돼……’ 기분은 전환이 되었지만 다른 경우와 달리 긴장은 좀 되었다.


우리나라와 달리 차가 경찰서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입구에 차량 통행 차단기가 내려있어 경찰서 안으로 들어가는 차를 통제하였다. 출입구 옆 경비실에서 근무를 하고 있던 경찰이 차를 빼라고 안내를 해주었다. 민원인 차는 경찰서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가 보다고 생각해 근처 길 옆 노상에 주차를 한 후 걸어서 경비실로 갔다. 정문 경비실에 벌금 통지서를 보여주며 벌금을 내러 왔다고 이야기하니 그곳에 내면 된다고 했다. 벌금 액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30유로를 내니, 그 자리에서 영수증을 써서 나에게 주었다.

“잇츠 피니쉬?” 다시 한번 확실하게 마무리되었는지 확인을 했다.

조금 홀가분한 마음으로 톨레도 Toledo를 떠났다.

2 톨레도 경찰서.jpg
1 톨레도 벌금.jpg
톨레도 경찰서와 벌금을 낸 정문 입구 경비실

ㅣ 돈키호테의 카스티야라만차 지방 "콘수에그라"


스페인 여행을 하기 전에 보았던 많은 자료들이 이야기하는 공통점 중 하나가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가 스페인을 상징하는 대명사의 하나라는 점이다. 그래서 마드리드 근교에 있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에 나오는 풍차마을로 유명한 “콘수에그라 Consuegra”로 향했다. 돈키호테로 널리 알려진 “카스티야 라만차 Castilla-Lamancha” 지방은 스페인의 자치지방 중 인구밀도가 가장 낮은 바람이 많은 황무지 고원지대다.

마을은 규모도 작은 한적한 시골 마을이었다. 관광객도 많지 않아 한국인 관광객들이 타고 온 버스 한 대만 보였다. 파란 하늘 밑으로 스페인에서 가장 넓은 평원의 광활한 대지와 가운데 살짝 올라 온 언덕에 12개의 풍차들이 죽 늘어서 있는 고즈넉하고 한적한 풍경이 평화롭게 느껴졌다. 마을이 풍기는 특유한 포근함에서 이곳에 오는 여행객들이 작은 위로와 포옹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DSC_0003-1.jpg
3 콘수에그라.jpg
4 콘수에그라.jpg
6 콘수에그라.jpg
7 콘수에그라.jpg
9 콘수에그라.jpg 풍차마을 "콘수에그라"의 풍경들

ㅣ 절벽 위의 중세도시 "쿠엥카"


“우에카르 강”과 “후카르 강”이 합류하는 피라미드형 구릉지대에 세워진 중세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성벽 도시 “쿠엥카 Cuenca”로 향했다. 가는 길은 끝없는 평야가 펼쳐져 있고 차는 별로 다니지 않아 무척 지루하고 졸리는 힘든 여정이었다.

“쿠엥카”는 절벽 위의 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주차장도 동굴 안에 있어 그곳에 주차를 한 후 걸어서 구시가로 올라갔다. 1996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구시가는 외부의 침략에 대처하기 위해 지은 산성으로 오랜 시간 어떤 적의 침략도 허용하지 않을 만큼 강력한 방어력을 보인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카스티야 지방 종교, 정치, 문화의 중심지였던 구시가 거리를 걸어서 올라가는 길은 마치 등산을 하는 것처럼 경사가 심했다.

“쿠엥카”에서 가장 유명한 공중에 매달려 있는 느낌을 주는 절벽에 매달린 집은 민가로 현재는 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구시가 가장 위에 있는 수도원을 개조한 파라도르로 가기 위해 건너야 하는 “산파블로 다리 Puente de San Pablo” 위에서 아래를 보니 아찔했다. 거기다 다리가 약간 흔들려서 너무 싫었다.

10 쿠엥카.jpg
DSC_0031-1.jpg
동굴 주차장과 주차장안의 모습
DSC_0043-1.jpg 쿠엥카 절벽에 매달린 집
11 쿠엥카.jpg
DSC_0041-1.jpg 산파블로 다리와 다리 건너편에서 본 쿠엥카 마을

쿠엥카에서 드디어 이번 여행의 최종 목적지 “마드리드”로 출발했다.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고속도로 옆에 있는 “세르비지오 Servigo”를 찾다가 우연히 휴게소에 있는 뷔페 레스토랑으로 가게 되었다. 인당 10유로에 음식의 종류도 많았다. 식사를 시작하는 시간이 다가오자 근처 마을에 사는듯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식사를 하러 많이 온 것으로 보아 운 좋게도 맛 집에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13 쿠엥카.jpg
DSC_0046-1.jpg
쿠엥카에서 마드리드로 가는 고속도로 세르비지오 식당 과 도로 풍경

ㅣ 에스파냐 최대 도시 마드리드의 중심 솔 광장


마드리드는 무어인들이 가톨릭을 물리치기 위하여 반도의 중심에 전략적 요충지로 건설한 해발고도 635m 메세타 고원에 위치한 분지형 도시이다. 코르도바 왕국의 “무하마드 1세”가 854년 건설하기 시작해 펠리페 2세가 천도한 이후 지금까지 수도로 이어져온 스페인 최대 도시이자 문화예술과 산업의 중심지인 곳이다.

예약한 호텔을 찾아가기 위해 솔 광장 근처 주차빌딩 지하에 주차를 한 후 호텔을 찾아갔다. 마드리드 시내 주차요금이 정말 비쌌다. 하루 주차에 3만 원 정도 했다.

호텔에 짐을 옮긴 후 마드리드의 중심 “솔 Sol광장”으로 갔다. 크게 봤을 때 왼쪽에 “마드리드 왕궁”이, 오른쪽에 “부엔레티로 공원”이 있어 어디든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였다. “태양의 문”, “세상의 중심”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솔 광장은 스페인 곳곳과 통하는 9개 도로가 시작되는 곳으로 대규모 시민집회 혹은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을 외치는 등의 행사를 하는 장소다. 말을 탄 카를로스 3세의 동상, 마드리드의 상징 곰 동상과 시계탑 등 광장의 많은 인파에서 도시의 활기가 느껴졌다. 또한 광장에서는 각종 거리 공연들도 열리고 있었다.

DSC_0049-1.jpg
DSC_0058-1.jpg
솔광장의 상징 곰동상과 카를로스 3세 기마상
15 마드리드.jpg
16 마드리드.jpg
DSC_0056-1.jpg 솔광장 거리 공연 등 거리 풍경

ㅣ 마드리드 마요르 광장과 산 미구엘 시장


사람들로 붐비는 금요일 오후의 솔 광장에서 서남쪽으로 조금 떨어져 있는 “마요르 Mayor광장”으로 갔다. 마요르 광장은 마드리드 정치, 종교, 문화의 역사를 간직한 심장으로 가로 122m, 세로 94m의 정방형 공간을 4층 건물이 둘러싼 모습이었다. 1층은 주로 카페, 주점, 상품 매장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나머지 층은 평범한 주거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중세부터 상인들이 모여 물건을 팔던 곳으로 1620년 완공되어 19세기까지는 매일 시장이 열렸다고 한다. 투우, 종교재판, 공연, 축제가 열렸던 마드리드의 모든 축제가 시작되는 곳이라고 한다. 이곳은 9개의 아치 출입문으로만 외부 동선과의 출입이 가능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1916년에 개장한 “산 미구엘 San Miguel 시장”이 마요르 광장에서 가까이에 있었다. 시장에서 파는 음식들은 다른 곳에 비하여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이었다.

17 마드리드.jpg
DSC_0059-1.jpg 마요르 광장과 광장을 둘러싼 개별 건물 모습
18 마드리드.jpg 산 미구엘 시장

ㅣ 나의 아르메리아 Armeria 광장


“산 미구엘 시장”에서 조금 더 걸어가니 “알무데나 성당 Catedral de la Almudena”이 나타났다. 성당 안에 들어가지 않고 성당 밖을 구경하며 걸으니 마드리드 왕궁과 마주 보고 있는 “아르메리아 Armeria광장”을 만나게 되었다. 마드리드 왕궁은 건물면적 기준으로 유럽에서 가장 큰 궁전이지만 현재는 국왕이 살지 않고 국가 행사에만 사용하는 곳이다.


“아르메리아 광장”의 석양 노을과 저녁 야경 그리고 붐비지 않는 여유 속에 버스킹 하는 할아버지의 바이올린과 하프 소리가 너무 아름답고 좋았다. 바이올린 연주에 맞추어 춤을 추는 젊은이, 키스를 나누며 셀카를 찍는 노부부의 모습 등 광장에서 보이는 광경과 사람들 모든 것이 아름다웠다. 너무 좋아서 그곳에 한참 동안 있으며 광장의 모든 것들을 눈과 가슴에 담았다.

마드리드에 묵는 삼일 동안 매일 저녁 해 질 녘이 되면 이곳에 오랫동안 있으면서 야경을 늦게까지 본 후 호텔로 돌아가곤 했다. 여행이 주는 자유로움과 행복을 광장에서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23 마드리드.jpg 산 미구엘 시장에서 가면서 보이는 알무데나 성당
19 마드리드.jpg 아르메리아 광장에서 바라 본 알무데나 성당
20 마드리드.jpg 아르메리아 광장에서 바라 본 마드리드 왕궁
DSC_0094-1.jpg
22 마드리드.jpg
아르메리아 광장의 버스킹 공연과 풍경


내일 아침에 제일 먼저 지난 20여 일 동안 함께했던 차를 반납할 계획이다. 지난 20여 일 간 함께 여행한 나의 “시트로엥 C4 ES-724-QT”에게 고마워하며 와인 한잔을 마셨다.

‘이제 C4 ES-724-QT는 다른 주인을 만나러 가겠지. 그래도 너와의 인연은 평생 잊지 못할 거야. 고마웠다, C4 ES-724-QT! 너 덕분에 이렇게 행복한 여행을 할 수 있었어……’


저녁에 담았던 “아르메리아 광장”이

가슴속에서 쿵쾅거렸다.

이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긴직하고 싶다.


매일 저녁 석양 노을이 질 때면 “아르메리아 광장”으로

가슴속에 차곡차곡 담으련다.

아르메리아 광장의 자유와 행복.


살다보며 필요할 때

살짝 보련다.

내 가슴속의 “아르메리아 광장”


솔광장 거리 공연
아르메리아 광장 거리 공연과 광장 풍경




day24-1.jpg 여행 24일차 차량 이동경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