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day. 아란후에스와 ‘엘 그레코’의 톨레도

Aranjuez, Toledo

by Arista Seo

Joaquin Rodrigo의 "Aranjuez협주곡 2악장"


마드리드와 톨레도 사이 중간 정도 위치 타구스강과 하라마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아란후에스 Aranjuez”라는 작은 도시가 있다. 도시 전체가 마드리드의 여름 더위를 피하기 위해 스페인 왕실 여름 별궁으로 조성된 곳이다. 우리에게는 모 방송국 토요명화 시간에 시그널 음악으로 사용되어 익숙한 - 기타의 느린 4박자 아르페지오 연주에 맞추어 잉글리시 호른이 ‘빠라랑~ 빠 라라랑~ 빠라랑~’하는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한 후 기타가 반복해서 애수 어린 서정성을 연주하는 – 기타 협주곡 “아란후에스 협주곡 2악장”의 배경이 되는 도시다.


느리게 시작해 우여곡절의 과정을 거쳐 덧없는 쓸쓸함으로 마무리되는 악절이 반복되는 이 음악을 작곡한 이는 스페인 출신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호아킨 로드리고 Joaquin Rodrigo”다. 로드리고는 어려서 디프테리아를 앓아 양쪽 눈의 시력을 다 잃었다. 앞을 볼 수는 없었지만 재능과 비서의 도움을 받아 작곡가로 성공적인 데뷔를 마친 후 파리에서 예술가로서의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였다. 파리 생활 중 그는 평생 그의 충실한 아내가 되어준 터키 출신 피아니스트 “빅토리아 카미’를 만나 결혼을 하였다. 신혼 시절 아란후에스에 머물렀던 로드리고는 맹인이어서 볼 수는 없었지만 그곳에서 받았던 인상을 간직하고 있다가 내전을 피해 파리에 머무는 동안 아란후에스를 그리워하며 이 곡을 만들었다. 1939년부터 스페인에 안착한 그는 스페인 문화계의 유력한 인사로 성공적인 삶을 살다가 1999년 98세로 세상을 떠났다. 부인은 그보다 2년 먼저 작고했다. 스페인 국왕은 로드리고 부부를 아란후에스 정원 후작과 후작부인으로 봉했고, 두 사람은 사후 이 아란후에스 정원에 나란히 묻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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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란후에즈 정원 풍경

바짝 마르고 빛바랜 잎들이 바람에 쓸려갈 것만 같은 겨울의 아란후에스 정원을 걸었다. 사람도 거의 없어서 스마트 폰에 담겨있는 “아란후에스 협주곡 2악장”을 크게 틀어 들으면서 천천히 구석구석을 다녔다. 왕자의 정원도 가고 섬의 정원도 갔다. 너무 평화롭고, 아름답고 편안한 정원이었다. 로드리고가 아란후에스의 어떤 것을 표현하고 싶어 협주곡의 선율을 그렇게 작곡했는지 느낌이 와 닿았다. 음악에서 느껴지는 감성과 정원이 주는 감상이 정확히 일치했다. 벤치에 앉아 눈을 감으면 여름날 분수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정원의 장미에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는듯했다. 겨울인데도 겨울 같지 않은 따스한 햇살이 두 손을 꼭 잡고 정원을 걷는 우리 두 사람에게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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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란후에즈 별궁 앞 광장과 도시 순환 관광열차

카스티야 왕국의 심장 톨레도 Toledo


톨레도 Toledo에 도착해 예약한 파라도르에 먼저 갔다. 톨레도의 파라도르도 세고비아처럼 구시가 건너편 언덕 위에 있었다. 자연스럽게 톨레도 구시가의 전경이 가장 잘 보이는 최고의 명당자리가 파라도르가 되었다. 파라도르에서 숙박을 하지 않는 사람도 이곳에서 톨레도의 경관을 구경하기 위해 파라도르를 찾아온다고 한다. 그래서 파라도르의 카페테리아 테라스는 외부인도 출입이 가능하도록 개방해 놓고 있었다. 특히, 이곳 카페테리아에서 배우 이보영이 웨딩 촬영을 했다는 것이 알려져 한국 젊은이들이 이곳에 많이 온다고 한다. 우리가 테라스에 갔을 때도 한국 젊은이 네다섯 명이 그곳에 있었다.

파라도르에서 나와 톨레도 구시가로 가는 사이프러스 나뭇길의 경관도 멋졌다.

20 톨레도...파라도르 입구.jpg 톨레도 파라도르 입구
DSC_0050-1.jpg 파라도르에서 나와 톨레도 가는 사이프러스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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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C_0046-2.jpg 파라도르 테라스와 전망대에서 바라 본 톨레도

톨레도는 타호 강이 흐르는 거대한 협곡 위의 해발 527m 에 위치한 도시다. 북쪽을 제외한 삼면에 타호 강의 곡류가 흐르고 있으며 ‘작은 로마’ ‘이슬람의 메카’ ‘작은 예루살렘’으로 불릴 정도로 로마시대 이후의 이슬람, 유대 건축 문화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또한 이베리아 반도의 전략적 군사 요충지로서 로마시대부터 서고트왕국까지 기간에 이슬람과 가톨릭 세력들의 정신적 요새 구실을 했었다. 1561년 펠리페 2세가 마드리드로 수도를 옮기기 전까지는 카스티야 왕국의 수도이자 스페인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였으나 그 후 도시가 급격히 쇠퇴하면서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DSC_0085-1.jpg 삼면에 타호강이 흐르는 톨레도

구시가로 올라오기 전 성벽 밑 노상주차장에 마침 빈자리가 보여 그곳에 주차를 한 후 걸어서 톨레도 대성당으로 갔다. 스페인 가톨릭의 총본부인 대성당은 프랑스 고딕 장식을 따랐지만 벽과 기둥에 웅장함을 통해 스페인 고딕 정신을 구현한 건축물이다. 실내 장식은 무데하르 양식이지만, 내부는 스페인 르네상스 양식으로 되어있다. 이슬람이 지배했던 300년 동안은 모스크가 있었던 자리였는데 1227년 짖기 시작해서 266년간의 공사를 거쳐 스페인 통일 다음 해인 1493년에 완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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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레도 대성당 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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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내부

톨레도의 심장이라고 하는 “소코도베르 광장 Plaza de Zocodover”을 둘러본 후 유대인 지구와 구시가 거리를 이곳저곳 다녔다. 길을 가다 우연히 시리아 사진 종군기자의 중동지방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홍보하는 사진전을 구경하였다. 전쟁의 참상과 끔찍함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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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톨레도 거리...2.jpg 톨레도 구시가 거리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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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내전 사진전

유대인 지구를 구경하며 “엘 그레코의 집”을 찾아갔다. 그리스 출신이지만 톨레도를 너무 사랑해서 이곳에서 38년을 살다가 1614년에 사망한 화가. 그가 톨레도에서 살았던 집에 그의 작품들을 전시해 놓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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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엘 그레꼬 2.jpg 엘 그레코의 집

파라도르로 돌아오기 위해 주차장으로 돌아와 보니 벌금 딱지가 붙어있었다. 주차위반으로 60유로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거주자 주차 구역”에 주차를 해서 나온 벌금이었다. 뒷면을 보니 정확하지는 않지만 할인해주는 방법이 있을 것 같았다. 파라도르로 돌아와 리셉션에 물어보니 발행 21일 이내에 경찰서에 직접 현금으로 납부하면 50% 할인된다고 한다. 내일 아침 8시 30분부터 납부가 가능할 것이라고 해서 한숨을 돌렸다.

‘그래 내일 출발하면서 톨레도 경찰서에 들려서 내고 가자…… 그래도 50% 할인받는 게 어디냐……’

“오케이, 내일 아침에 내기로 하고 50% 할인받은 돈으로 우리 맛있는 저녁이나 먹읍시다!”

“그래요. 아~ 휴~ 그래도 얼마나 다행이야…… 조금 더 비싼 거 먹어도 괜찮아요. 맘고생했는데......”

말도 안 되는 논리였지만 내 기분을 맞춰 주려고 흔쾌히 기분을 내주는 아내가 고마웠다.


­ - 그린라인: 거주자, 방문자 모두 주차가 가능하나 최대 주차 가능 시간이 1시간, 2시간 등으로

제한되어 있는 노상주차장

­ - 블루라인: 누구나 주차가 가능하며 시간제한이 없는 노상 주차장

우리가 저녁을 먹으러 간 구시가 골목의 한 레스토랑에서 나의 억울한 이야기(사실 억울한 게 아니라 몰라서 그렇게 된 거였지만……)를 들은 주인이 설명해준 주차 위반 기준이다. 여행자가 그거까지 알기 쉽지 않다고 말하면서 맛있는 거 먹으며 기분 풀라고 타파스에 서비스도 주었다. 주인장의 유쾌함이 잠시 언짢았던 기분을 다 풀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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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레도 레스토랑에서의 기분좋은 저녁 식사
36 톨레도...주차 위반.jpg 차에 붙여있던 주차 위반 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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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복장을 한 사람들이 수시로 다니며 딱지를 붙인다.(마드리드에서 찍은 사진)

파라도르로 돌아와 건너편으로 보이는 톨레도의 야경을 감상한 후 룸에서 와인을 마셨다. 오늘 나에게 온 스페인은 아름다운 편안함으로 시작해서 사람내음 나는 다정함으로 마무리되었다. 여행을 하면서 제일 기분 좋을 때 중 하나가 이렇게 사람내음 나는 경험을 할 때다. 영어가 뭐 필요하고 언어가 뭐 필요한가…… 사람들만이 지니고 있는 공통의 소통 느낌, 감, 인지상정. 이런 것에서 느껴지는 내음이 나는 참 좋다.


내일 아침 8시 30분 톨레도 경찰서에서 시작하는 내일의 스페인은 나에게 어떻게 다가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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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C_0115-1.jpg 파라도르에서 바라 본 톨레도 야경



day23-1.jpg 여행 23일차 차량 이동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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