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직장에서 극적인 연봉협상이란 것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듯이 매년 정해지는 인상폭과 개인/팀별 고과에 따라 정해지는 인상폭 이 두 가지가 대부분의 회사에서 통상적으로 진행하는 연봉 결정이라 할 수 있다. 예외로 가능한 것이 연말연초 개인면담을 통해 연봉 인상 및 인사고과에 대한 통지가 이루어지는데 이때 본인이 테이블 위에 올려 오픈할 카드가 있을 경우이다. 아울러, 협의 대상자가 절실해질 수 있는 히든카드도 같이 가지고 있다면 2,3차례 협의에서 보다 나은 조건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히든카드는 이직이다. 현 회사에서 본인이 제시한 조건의 일정 부분을 맞추어 줄 수 있다면 사실 이 카드는 굳이 꺼낼필요는 없다. 이직할 회사의 인사담당자에게 미안함을 표하고 그냥 남으면 된다. 그런데 주변에 보면 이 히든카드를 잘 못된 타이밍에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기대 이하의 효과를 거두는 경우가 상당하다. 과연 어떤 타이밍에 이 카드를 사용해야 좋은가? 순리대로 생각하면 뻔한데도 불구하고 본인의 일로 닥치는 경우 현명하게 판단하지 못하는 분들이 꽤 있다. 깊이 생각하고 몇 번이고 다시 나의 미래를 그려봤다고 이야기들은 하지만 폭넓게 여러 가능성을 생각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실수이다. 어떻게 히든카드를 사용하는지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자.
과연 어떤 조건일 때 회사와 히든카드를 두고 협의하는 것이 좋을까? 사실 이것에 대한 답은 이직 조건과 미래 가능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조건은 없다. 조건이 매우 훌륭하고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았을 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라면 바로 지금 이직을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조건은 조금 더 좋은 정도이고 미래 가능성도 나의 노력과 능력에 따라 달라진다면 현 직장에서 협의를 통해 보다 나은 처우를 받고 내일 조금 더 노력해서 성장하는 것이 좋을 경우가 많다. 아래에 이직할 회사에서 제시한 조건과 본인이 이직 후 예상하는 내용을 일반화한 표를 참조하시면 이러한 결정을 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업무시간과 스트레스는 본인의 판단과 예측에 따름으로 이 부분에 대해 최대한 객관적으로 정량화해서 비교해보길 바란다.
조금 애매하게 걸치는 경우 있는데 이에 대한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이직할 회사에서 제시한 조건이 연봉 인상 12.5%이고 본인이 예측해본 업무강도와 스트레스 지수가 조금 늘거나 아니면 동등할 경우, 이직을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다. 새로운 환경에서 주는 리프레쉬보다는 이직 스트레스와 적응기간에 대한 부담이 더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봉은 30% 인상에 업무시간, 스트레스는 반대로 20% 정도 늘 것으로 예상되면 본인의 미래 계획에 따라 미래 성장성을 따져봐야 할 것이다. 인상된 임금만 보고 이직하기에는 그곳에서의 2-3년이 무척 괴로울 수 있어 이후 또다시 이직을 검토해 보아야 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이직할 회사에서의 조건이 15% 이상 임금인상에 업무, 스트레스가 비슷하다면 현 회사에 이직이라는 히든카드를 들고 적극 협의해 보기를 추천한다. 당신이 꼭 필요하거나 아니면 대체인력을 찾기 너무 힘들다고 판단이 들 경우 현 회사에서 당신에게 30% 이상의 임금인상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이직을 히든카드로 두고 회사와 협의를 추진하려면 이직할 회사와 모든 조건이 정해진 후 현 회사와 협의를 추진하려고 하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본인이 취할 수 있는 옵션을 최소화시키기 때문에 보다 스마트한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이직할 회사에 서류, 면접 등등을 통하고 최종면접 단계까지 갔다면 이것이 현 회사와 협의를 시작해야 할 1차시점이다. 부서장 혹은 인사권자와 상담을 하고 이직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이때 당연히 연봉 문제, 사람과의 문제, 업무강도와 스트레스 등등의 상담이 이루어질 것이다. 만약 부서장 혹은 인사권자가 이런 문제에 대해 물어보지 않는다면 본인의 최종 결정에 대한 고민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사 권사들은 이에 대해 차상위 상관 및 인사부서와 협의를 진행하게 되며 길어도 1주일 내외에 당신과 추가 상담을 하려고 할 것이다. 이때 임금인상 및 승진을 포함한 처우개선에 대한 조건을 당신에게 제시할 것이다. 이때 정말 미미한 조건을제시하거나 정량화되지 않은 애매한 이야기만 할 경우에도 당신의 최종 결정에 대한 남아 있던 고민들은 사라진다.
이런 1주 내외의 기간에 이직하려는 회사의 인사부서에서도 당신에게 최종합격, 연봉 및 처우조건 등이 제시될 것이다. 이때가 2차로 현 회사와 추가 협의를 할 시기이다. 현 회사에서 제시한 안에 대해 이직할 회사의 조건을 토대로 수정 요청을 해야 한다. 물론 이직할 회사의 조건보다 현 회사에서 제시한 조건이 더 좋거나 동등하다면 겸허하게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다. 수정 요청을 하게 된다면 이후로 또 1주 내외에 현 회사의 최종 피드백이 인사권자로부터 있을 것이다. 빠르면 당일에 결정되는 경우도 있지만 당신의 상사도 당신과 같이 회사와 계약 관계인 ‘을’이므로 시간이 최대 1주 정도 걸리는 것은 대해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 그런데 현 회사의 조건이 이직할 회사의 조건과 비슷하지만 미래 가능성은 이직할 회사가 이직 스트레스를 감안하더라도 더 좋아 보일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이직할 회사에 추가 요청을 해보자. 대신 현 회사에서 이직한다고 하니 이러이러한 조건을 추가로 제시해 주어 고민이 된다거나 이 부분을 고려해 연봉이나 처우를 조금 더 올려달라고 이직할 회사에 말하지 않는 것이 좋다. 대부분 더 나은 결과로 도출되지 않는다.
이제 최종 결정은 당신이 해야 한다. 현 회사로부터 받은 조건과 이직할 회사의 조건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검토해 보길 바란다. 가족의 의견을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사이가 나쁘지 않다면 형제자매와 상의하라. 당신이 기혼자라면 당연히 배우자와 협의를 해야 한다.
정리하자면, 당신의 연봉과 회사 내의 처우는 당신에 대한 인사권을 가진 상급자와의 협의를 통해 가능하다. 현 회사 내에서 당신의 위치와 가치를 객관적으로 스스로 평가해 보고 상담을 요청하자. 히든카드로 이직 카드를 가지고 있다면 더욱더 적극적으로 타이밍 늦지 않게 상담하고 당신의 요구조건을 검토하도록 요청하자.
다만, 이직할 회사와 거의 모든 조건을 합의한 후 이직을 결심한 상태에서 미련이 남는 적은 가능성을 두고 현 회사와 협의하는 것은 협의가 아니라 통보이다. 회사에서 당신과 협의하는 사람들 모두 당신과 같은 계약관계에 있는 임직원들이기에 그들은 본능적으로 그것을 알 수 있으며, 당신에 대해 호의적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언제 다시 만날지는 모르지만 아무리 가능성이 낮더라도 혹여 미래에 다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나에 대한 좋지 않은 인상을 굳이 만들어주고 떠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