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상자가 된다면
경제위기가 있을 때마다 국내 중소기업 및 대기업들은 구조조정을 대대적으로 실시해왔다. 사실 90년대 후반 IMF 이후 기업의 사업구조 변화와 미래사업 대비를 위한 구조조정도 기업별로 차등은 있겠지만 늘 있어왔다. 2022년을 맞아 지난 2년간의 코로나로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에 따른 거품이 꺼지면서 또다시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렇다면 기업에서의 구조조정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일까?
글로벌 기업에 속한 집단에서는 지난 10년간 staff 부서 인력을 대거 축소하였다. 특히 AI의 도입과 업무 자동화에 의해 재무회계 관련 조직은 상당히 슬림해지고 있다. 아울러, 생산 및 서비스 관련하여서도 회사의 비주력 역량이라고 판단하는 기업들은 이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아웃소싱을 추진하면서 인력 축소, 스핀오프, 저비용 국가로의 이전 혹은 완전 철수 등의 방식으로 그 규모를 줄여왔다. 이에 대한 불만으로 유럽, 북미 및 G20 국가들에서는 종종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곤 한다. 이는 자유 경제화에 대한 반대로 이어지며 정치권에도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기업이 위기를 맞았을 때 가장 손쉽게 경영지표를 향상하는 방법이 바로 고정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고정비용은 인건비다. 이런 인건비를 줄여 경영지표를 개선하거나 향후 닥칠 위기를 대응하기 위해 큰 기업들은 인력구조조정에 대한 계획이 늘 준비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강한 노동조합이 결성되어 있는 회사에서는 기업이 인력구조조정 계획을 실행하고자 할 때마다 큰 격랑을 격을 수밖에 없으며 경제위기가 도래할 때마다 9시 뉴스 탑 라인을 도맡게 되는 파업과 시위 관련 사건사고들로 가득하게 된다.
그렇다면 회사의 한 구성원으로서 이런 인력구조조정의 폭풍에 휩싸였을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스핀오프는 그나마 당장 일자리가 없어지지 않음에 그 영향이 다른 케이스보다 덜하다고 할 수 있으며 타국으로의 사업 이전, 완전 철수는 사실 개인이 대응하기에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 경우 노조가 결성되어 있어 합당한(?) 보상 혹은 추진 저지만이 답이 될 수 있겠다. 만약 당신이 작은 회사의 구성원일 경우에는 회사의 재무상황 및 고용인의 상황을 보고 협상안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에 여기서는 중견기업 이상 회사의 전형적인 인력구조조정인 인력 축소를 예를 들어 설명하고자 한다.
L사에 10년째 근무 중인 영업직원인 조씨는 어느 날 회사 게시판에 뜬 공지사항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시장의 축소와 회사 실적 저조로 인한 경영악화로 전체 회사의 15%에 해당하는 인력을 축소한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이 공지를 보고도 조씨는 자신의 상황과는 사뭇 먼 내용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일주일 뒤 팀장의 면담요청에 그는 이 일이 자신이 바로 맞닥뜨리게 될 위기임을 알게 되었다. 조씨는 팀장으로부터 구조조정 대상자도 되었다는 통보를 받았으며 왜 자신이 그 리스트에 올라가게 된 것인지에 대한 설명도 듣게 된다. 회사에 대한 어느 정도의 애정과 프라이드가 있었던 조씨에게는 팀장의 설명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지난 2년간 조씨의 영업실적이 팀내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여 하위권이었다고는 알고 있었으나 지난 10년간을 보면 중위권은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는 근속연수에 따라 위로금 지급계획이 있었으며, 10년간 근속한 조씨에게는 기본급의 6개월치에 해당하는 위로금이 책정되었다는 이야기까지 듣게 되었다. 여기서 조씨가 선택할 수 있는 대응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함축된다. 첫번째는 6개월치를 받고 퇴사하여 다른 일을 찾아보는 것이다. 하지만 퇴사 이후 L사와 비슷하거나 더 나은 직장을 조만간 구할 수 있다고 생각되지 않아 이 방안은 조씨의 생각에 마지막 방안 일 수밖에 없었다. 두번째 대응은 명퇴제안을 거절하고 조용히 끝까지 버티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회사 내에서 동료들의 동정 혹은 혐오에 가까운 시선 등등 생각만 해도 끔찍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 상상하기 어려웠다.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물론 개개인의 처한 상황이 다르기에 이런 선택지를 일반화하여 정답을 내기는 어렵다. 하지만 제일 처 음장에서 언급한 ‘유기체로 구성된 무기체’가 바로 회사라는 것을 상기하면 여러 혼미한 갈래길에서보다 명확한 방향 설정을 스스로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우선 당신은 팀장과 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다. 우선 위로금에 대해 본인이 생각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10년 근속에 6개월치는 받아들일 수 없다. 보다 나은 제안을 받기를 원한다고 이야기하자. 당신이 꼭 나가줘야 팀장은 회사에서 내려온 할당을 맞출 수 있기에 당신에게 어느 정도 유동적인 태도를 견지할 가능성이 높다. 구체적 예를 들면, 1년에 1개월치로 계산하여 최소 10개월치는 되어야 한다고 요구하자. 회사가 명퇴 대상자들에게 똑같이 적용하는 룰이라서 개인별로 차등을 두기 어렵다고 할 것이며 인간적으로 어려움을 토로할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이제 이 회사에 미련을 두지 말아야 함에 절대 약해져서는 안 된다. 끝까지 강하게 요구하자. 이런 협상이 진행됨에 1-2개월은 쉽게 지나간다. 미련이 없기에 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한 갑은 바로 당신이다. 그 사이 당신은 새로운 이를 알아보아야 하며 운이 좋다며 적절한 시기에 이직 혹은 창업도 가능하다. 만약 이 사이 새로운 일을 찾거나 만들지 못했고 회사에서도 당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려 하는 것이 명확하다면 또 다른 협상안을 만들어 제안하자. 예를 들어 6개월치+ 3개월의 재취업 기간 보장(6개월뒤 퇴사) 등 여러가지 협상안이 가능할 것이다. 이것이 받아들여진다면 당신은 길게는 5-6개월의 이직 혹은 창업기간을 확보한 셈이 된다. 앞서 언급한 돈과 시간의 관계를 상기하자.
위의 이야기가 큰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너무나도 이상적으로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어려움이 처했을 때일수록 더 이성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은 굳이 유명한 인물들의 말을 인용하지 않아도 이미 잘 알고 있는 내용이다. 특히,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회사는 당신과 계약관계임에 절대 협상하는 것을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당신에게 어느 정도 보상을 제공할 테니 퇴사를 요구한다면 반드시 당신도 회사에 퇴사를 조건으로 당신에게 시간적, 금전적으로 유리한 조건으로 최대한 요구하고 협상해야 한다. 비참함에 휩싸여 절대 먼저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