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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cgolian May 03. 2023

Epilogue

계약관계

쉽게 빠지는 물아일체


    주변의 친구들이나 친인척들과 대화하다 보면 종종 현재 다니는 회사의 이름으로 그 사람을 평가하다는 경우가 종종 있다. S사에 다니는 친구, L사에서 중요한 일(?)을 하는 사촌, K법무법인에 다니는 엄마친구 아들 등등 학교 다닐때는 그렇게 학교이름이 언급되더니 졸업하고 취직한 이후에는 다니는 회사이름이 계속해서 입에 오르내린다. 또 엄마 동창의 딸은 변호사고 아빠 친구 아들은 의사고 처제 남편은 국책연구기관의 박사라는 등등 회사이름과 더불어 자격증이나 학위 등도 매우 자주 오르내린다. 나의 가족이 나를 누군가와 비교한다는 것만큼 자존심 상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이 모든 부러움에 찬 비교는 그 사람의 삶을 너무나 짧게 보고 아무렇게나 뱉어내는 오물과 같다는 사실도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왜 이런 말을 멈추지 못하는 것일까? 성숙하지 못한 인성과 지성도 그 이유이지만 가장 큰 이유는 사람을 유무형의 물질과 매핑시키는 사고를 멈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질과 매핑하는 사고는 그 사람을 단편적으로 이해하는데 매우 용이하여 잘 모르는 사람에 대한 평가를 하는데 너무나 손쉽게 사용된다. 이런 이유로 이력서나 경력증명서 또한 취직 및 이직 시에 사용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이 나를 물질과 매핑해서 평가하는 것과 반대로 나는 스스로를 물질과 매핑하는 경우는 없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뒤돌아 생각해 볼때 스스로 회사의 이름 혹은 회사에서의 나의 직책 등을 나와 동일시하면서 친구나 가족들에게 이야기한 적이 분명 있을 것이다. 무의식 속에 매핑된 이미지인데 이런 상태를 종종 스스로 자각한다면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하지만 상당수 많은 직장인들이 이런 상태를 전혀 자각하지 못하고 있어 큰 변화나 시련이 닥혔을 때 주도적으로 행동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IMF가 터졌을 때 그리고 모자동차 회사가 부도가 났을 때, 각종 미디어에서는 정리해고 노동자 혹은 직원들이 처한 어려움과 애환을 다루는 특집 프로그램들을 많이 생산했었다. 지금도 심심치 않게 공공 미디어에서 이런 방송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방송들에서 다루는 노동자나 직원들이 처한 상황은 꼭 물아일체를 전제로 일해오는 임직원들이 어쩔 수 없이 회사, 직장에서 떨어져야 하는 상황이 마치 억울함과 불공정으로 다뤄지며 실질적인 보상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다루는 경우가 없다. 이는 미디어뿐만 아니라 거대 노동조합들도 마찬가지로 회사를 고용계약의 주체와 피고용인의 계약관계를 강조하지 않기 때문인 듯하다. 사실 정리해고라는 것은 어느 경우에나 정당성보다는 필연성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과연 정리해고가 필요한지 그리고 그 규모가 적당한지 아울러 해고 대상자들에 대한 계약 파기에 따른 보상이 현재 회사의 재무상태를 보아 적당한지 등이 회사와 노조가 논의하고 그리고 정부가 명확히 가이드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부분보다는 파업, 시위, 투쟁 등으로 프레임이 바뀌고 결국 당사자간의 계약 파기에 대한 보상이 아닌 극과극 대치로만 결론지어진다. 누군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이런 파국으로 일부러 치닫는 듯하다.


    여기서 우리가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할 것은 나와 회사를 절대 한 몸이나 동체로 보아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다. 당신은 회사와 계약을 한 것이고 어느 한쪽에서 계약을 파기하고자 할 때는 그에 응하여 협의하고 파기에 따른 조건 등에 합의하는 것이 모두에게 득이 된다는 것이다. 파국으로 가면서 법률적 문제 등을 다투면 사실 모두에게 금전적 시간적 손해가 되는 것이다. 회사에서 당신에게 고용계약의 파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절대 감정적으로 응하지 말고 그간 회사에 임직원들에게 해온 조건들과 당신이 원하는 조건 등을 적절히 섞어 협상에 임하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협상은 합의를 위해 하는 것이다. 합의를 하지 못하는 협상은 협상이 아니라 대치라고 해야 한다. 회사의 협상 대표도 본인이 회사와 한 몸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해야 하며 회사를 떠나는 사람도 적절한 walk out position을 명확히 해야 한다. 당신과 회사는 계약관계이다. 절대 물아일체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회사와의 계약에 대한 올바른 이해


    조금은 구태 할 수 있는 문구들로 나와 회사와의 관계를 간략히 다시 정리하고자 한다. 누가 이것을 모르겠냐고 하겠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기본적인 개념을 회사 안에서 일하다 보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당신이 물건을 사고팔거나 부동산을 거래하거나 모두 동일한 큰 개념 속에서 같다고 할 수 있으니 꼭 잊지 말도록 하자.


    나와 회사의 관계는 갑(회사)과 을(나)로서 을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갑은 이에 대해 사전에 을과 합의한 금전적 보상을 지급한다. 물론 을은 갑과의 계약 속에서 보다 나은 서비스 제공에 대한 실적을 인정받아 갑과 다른 을들의 계약관계 및 업무를 관리하는 관리자의 위치가 되거나 갑을 대리하는 대리인으로 임명될 수 있다. 또한 갑은 을이 계약된 서비스 제공에 못 미치거나 갑이 추구하는 이윤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을과의 계약 파기를 요구할 수 있으며 을은 갑과 협의하여 계약을 종료하기 위한 합의에 노력하여야 한다. 이와 반대로 을이 갑과의 계약이 부당하거나 개선이 필요할 경우 이에 대한 수정 보완을 요구할 수 있으며 갑은 이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 아울러 을이 갑과의 계약을 파기하고자 할 때 갑은 을과의 계약 종료에 적극 협조하여야 하며 계약에 명기되지 아니한 어떠한 요구도 계약 종료 조건으로 요구하여서는 아니 된다. 아울러, 갑과 을의 계약은 준거법이 정한 범위를 벗어나서는 안된다.


    이글의 첫번째에 '유기체로 구성된 무기체'라고 회사를 정의하였는데 사실 이 한문장이 이 글의 전체를 아우르는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은 유기체로 구성된 무기체에게 당신의 서비스를 제공하여 그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유기체들 간의 갈등과 반목이 있을 수 있으며 이는 당신을 괴롭히고 불행하게 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회사 및 이를 구성하는 유기체들에 대한 냉철한 이해와 시각을 유지하고 어려움이 닥혔을 때 보다 슬기롭게 해결하여 당신에게 보다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내며 그 속에서 만족감과 행복감을 보다 자주 얻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Scripted


    회사에서 일하면서 삶을 영유하는 모든 직장인들에게 회사와 나의 관계 속에 정해진 Script를 이해하고 상황에 따른 선택지들 중에 가장 좋은 방향으로 이끌수 있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하였다. 삶에 대한 대표적인 Script라 할 수 있는 역학에서는 숙명은 바꿀수 없지만 운명은 스스로 바꿀수 있다고 하였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 어떻게 노력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script로 전개 될 것이다. 우리가 앞으로 마주할 난관에서 보다 현명한 선택과 그에 맞는  노력으로 보다 나은 삶을 영유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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