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감각이 넘치는 여행작가 빌 브라이슨, 그가 친구 카츠와 함께 미국 동부 애팔레치아 트레일에 도전한 기록을 적은 여행 에세이다.
애팔레치아 트레일은 남쪽 조지아 주에서부터 북쪽 메인 주까지 열 개가 넘는 주에 걸쳐 있는 3,500km가 넘는 코스다. 800km를 넘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의 4배가 넘는 거리다. 어마어마하다.
작가는 이 코스를 완전히 종주하지는 못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로 이 코스를 완전히 종주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소개하고 있다.
등산을 좋아하고, 둘레길 걷기를 즐기는 나에게는 너무나 매력적인 책이다. 지리산 둘레길 몇 코스를 걸었고, 북한산 둘레길을 두 번 완주했으며, 산티아고 순례길 걷기를 버킷리스트에 넣고 있는 나에게 애팔레치아 트레일은 그야말로 꿈의 코스다.
작가는 이 책에서 애팔레치아 트레일 코스 안에 속한 거대한 숲, 1,000m가 훌쩍 넘는 무수한 산들, 그 속에 살고 있는 야생동물과 식물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국립공원 하나의 규모가 길이 140km를 넘는 것에서 미국이라는 나라의 땅덩어리와 자연경관의 거대한 규모에 기가 질릴 정도다.
책을 읽으면서 새삼 자연의 위대함을 느꼈다. 파헤치고, 어지럽히는 인간의 실수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자정하여 원래의 모습을 회복하고 다시 인간을 품어주는 넉넉함으로 다가오는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느껴졌다.
이 책이 지루하지 않은 이유는 또 있다. 작가의 유머러스한 글 솜씨는 말할 것도 없고, 오래 연락 없다가 갑자기 나타나 동행하게 된 친구의 황당한 행동, 자연 속에서 만나는 다양한 등산가들의 모습이 우리 인생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