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다면 난 인간이 맞나?
이 책을 읽는 내내 스스로에게 묻는다.
껍데기는 유한하며 의식은 무한한가?, 고통이 없다는것은 행복한가?, 멸하지 않는 인간은 인간이라 할 수 있는가?, 인간은 죽음의 또다른 정의인가?, 인공지능 스피커는 그럼 언젠가 인간을 완벽히 흉내낼 수 있을까?, 이 세상은 진짜 현실이 맞는가?, 죽지 않는 선택지가 있다면 선택할 것인가?, …그렇다면 난 인간이 맞나?
로봇청소기가 잘 청소할 수 있도록 대신 청소하고, 인공지능 스피커가 대신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기계처럼 말하는 것에 익숙해진 인간이 자연스럽게 기계와 통합될 것이라는 생각은 그리 억지스러운 상상은 아니다.
우리는 한없이 특별하고 싶다. 하지만 인간을 닮은 무언가를 만든다면 그것은 한없이 평범할 것이다라는 상상에서 시작된 이야기. 시작은 반복적이고 귀찮은 일들을 대신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휴머노이드들을 넘어서 "명시적인 용도가 없는" 그러니까 "인간스러움"이 용도인 휴머노이드 철이에 대한 이야기다. 제3자가 보기에 아무런 가치없는 행동을 하는 것이나 오히려 손해를 보면서 하는일은 인간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다. 누군가는 어떤 이유에서건 스스로를 해하거나, 평생을 힘들게 모은 재산을 대가없이 다른이에게 넘겨주거나하는 것들 말이다. 하지만 만들어낸 무언가(여기서는 휴머노이드)가 이런 가치를 추구한다면 올바른 작동이라 할 수 있을까?
<작별인사>는 SF소설이지만 철학책이다. 은유가 아닌 말들로 이야기 한다. SF소설 답지 않은 제목도 그렇다. 원제인 <기계의 시간>보다 이야기를 관통하는 단어다. 시작부터 나오는 죽은 새와의 작별인사부터 민이, 선이, 철이는 각자 다른 작별을 맞이한다. 철이는 기계로 태어났음에도, 영생을 선택할 수 있는데도 인간으로서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매 순간 작별을 맞이한다. 뜨거운 숨과 작동의 사이가 필멸과 불멸의 차이라면 지금 우리는 인간으로서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가?
"끝이 오면 너도 나도 그게 끝이라는 걸 분명히 알 수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