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기르는 방법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를 읽고

by Armel

팩트풀니스에 관한 단상


인상 깊었다고 느끼는 책을 읽고 나면 인터넷에 책을 검색해 보곤 한다. 책에 대한 내 생각과 감정이 다른 사람들의 것과는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는 과정이라고나 할까. 책에 관한 나의 식견을 평가하는 방식이라고 할까. ‘비교’의 느낌이 다분한 작업이지만 역시 다른 사람의 생각과 관점은 늘 흥미롭기에 그만두지 못한다.


한스 로슬링Hans Roseling 교수의 <팩트풀니스Factfulness>에 관해서는 한국에 나오기 전부터 유명했던지라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에 대한 큰 호기심이나 필요성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팩트풀니스>가 빌 게이츠의 2019년 서재 리스트에 올라갔다는 이야기를 들어 집어들게 되었다.


216009652.jpg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


책을 다 읽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해하기 쉽게 쓰였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고, 여러 생각할 거리도 던져 주었으며, 주제 또한 참신했다. 좋아, 마음에 들었다. 너에 관해 멋들어진 독후감을 쓴 뒤 독후감 대회에 출품하리라.


이번에도 역시 책을 구글에 검색해봤다. 얼레, 생각보다 비판이 많다. 저자가 근거로 든 통계자료가 너무 편의에 맞춰 사용되었다는 게 화두였다. 책의 부제가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이기 때문인지 담론이 생각보다 크게 형성되어 있었다. 나도 읽으면서 저자가 내세운 몇 가지 문제에서의 판단 기준에 관해서는 의문을 품고 있었지만 큰 문제가 될 줄은 몰랐다.


‘내가 책을 잘못 본 건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쓰련다. 무엇이 얼마나 틀렸는지는 거두절미하고, <팩트풀니스>를 둘러싼 비판에 맞서는 게 내가 이 책을 통해 배운 것을 실천한다고 생각했다. 몇몇 사람들이 꼬집는 로슬링 교수의 오류가 책의 요지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앞서 책을 두고 세상에 관한 책이라고 소개했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나는 <팩트풀니스>를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에 관한 책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로슬링 교수는 서두에서 독자에게 세상을 둘러싼 사실에 관한 열두 개의 문제를 낸다. 이 열두 문제 중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맞히는 건 고작 두 문제로, 대부분 거의 맞히지 못한다고 한다. 이후 그는 사람들이 가진 세상에 관한 오해를 바로잡으려 힘썼다. 그러나 로슬링 교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자 사람들은 다시금 오해에 빠지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그는 좀 더 근본적인 접근을 시도하기로 했다. 사람들이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을 기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팩트풀니스>는 이같이 세상을 보는 눈을 기르게 돕기 위해 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훈은 있다


로슬링 교수에 의하면 인간에게는 세계를 오인하는 데 있어 영향을 미치는 10가지 본능이 있다. 간극 본능; 부정 본능; 직선 본능; 공포 본능; 크기 본능; 일반화 본능; 운명 본능; 단일관점 본능; 비난 본능; 다급함 본능. 그는 세계에 관한 오해를 바로잡아주면서 각각의 본능을 어떻게 억제할 수 있는지 이야기해준다. 이를 네 가지 정도로 추릴 수 있겠다.


첫째, 비판적으로 보라. 우리는 대개 통계자료가 뒷받침하는 누군가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갖고 있다. 이는 잘못된 정보를 얻는 가장 빠른 경로다. 어떤 주장을 볼 때 그 주장이 이야기하는 대상이 어떻게 분류되는지 살필 필요가 있다. 여러 대상이 뭉뚱그려져서 나누어지지는 않았는지, 그들을 나누는 간극의 기준은 타당한지, 또는 주어진 숫자 자료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처럼 로슬링 교수는 올바른 정보를 판별하기 위해서는 새롭게 제시되는 증거에 대해 꾸준히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둘째, 모든 것은 꾸준히 변화한다. 세상도 예외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처럼 세상은 언제나 나쁘게 돌아가지 않는다. 개발도상국인 국가들은 언제까지고 빈곤에 허덕이지 않고, 아프리카에서는 항상 영아들이 죽어나지 않는다. 세상은 더디지만 변화하며 나아지고 있다. 그러나 꾸준한 속도로 나아지지도 않고 항상 같은 방향으로 변화하지도 않는다. 모든 것은 느리지만 꾸준하게 바뀌고 있다. 그 때문에 우리는 이를 늘 상기하며 현재의 수준과 변화의 방향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셋째, 시스템을 볼 줄 알아야 한다. 로슬링 교수는 말한다. 부득이한 일이 있을 때 “개인이나 집단을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해 비난할 생각을 버려야 한다. 나쁜 사람을 찾아내면 [사람들은] 더 이상 고민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거의 항상 그보다 훨씬 복잡하다. 여러 원인이 얽힌 시스템이 문제일 때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세계를 정말로 바꾸고 싶다면 누군가의 면상을 갈기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부터 이해해야 한다.” 근래 이슈였던 정인이 사건을 떠올려 볼 수 있다. 아이에게 폭력을 가한 사람을 처벌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듯이, 문제를 초래한 열악한 사회적 감시망, 신고체계 등의 시스템을 개선해야 같은 문제가 되풀이하는 것을 방지한다.


넷째, 다양한 관점을 존경할 줄 알고 이용하라. “아이한테 망치를 주면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어떤 영역에서 남부럽지 않은 능력을 갖춘 사람은 그 능력을 활용할 다른 분야 또한 찾아다니며 고민한다. 하지만 종종 훌륭한 지식은 다른 영역의 전문가에게 방해가 되기도 한다. 모든 고장난 가구를 고치는 망치는 없듯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해법은 없다. 세상 또한 하나의 시각으로 보기보다 여러 다양한 시각을 통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많은 사람들이 읽어보면 좋겠다


사람들은 대상을 단순화해 보는 걸 좋아한다. 이해하기 쉽고, 다른 이에게 설명하기에도 간편하다. 무엇보다 골머리를 앓을 일이 없다. 나 또한 어릴 적부터 단순화를 실천하는 데는 남 못지않은 앞잡이였다. 세상 모든 사람은 착한 놈 아니면 나쁜 놈이었고, 모든 것들은 좋은 것 아니면 나쁜 것이었다. 나이를 조금 먹고 나서도 크게 변한 건 없었다. 내게 어떤 건 진짜고 어떤 건 가짜였으며, 누구는 우파고 누구는 좌파였다. 이걸 읽고 있는 당신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즐겨 읽는 일본 만화가 있다. 태어날 때부터 초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누구는 히어로가 되고 누구는 빌런이 되어 서로 대적하는 내용이다. 만화는 히어로 지망생인 주인공의 성장 일대기를 그린다. 그러나 만화는 주인공과 다른 히어로들만 보여주지 않는다. 작가는 매 회 등장하는 빌런들의 어쩔 수 없는 사연 또한 담아내며 악랄한 빌런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차마 그들을 미워할 수 없게끔 만들어 버린다. 작가가 가장 악랄한 것 같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런 형태는 우리가 사는 세상과 많이 닮아있음을 느낀다.


오늘날 이 세상은 너무 복잡해지고 분산되어서 그 안에는 너무 많은 해석과 이야기가 존재한다. 언뜻 들어보면 말이 되는 이야기들이지만 우리는 각각의 이야기가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일치하는지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팩트풀니스>는 세상의 이야기를 좀 더 올바르게 이해하고자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자 사회에 관한 책임을 갖는 모든 현대 시민을 위한 책이다.






이미지 출처: Medium


블로그를 이전했습니다. 앞으로 모든 글은 아래 링크의 주소에서 구독하실 수 있습니다 :)

https://armelee.substack.com/


매거진의 이전글내 삶의 성공과 행복을 위한 작은 씨앗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