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mel May 01. 2022

나의 본질을 생각해야 한다

스타트업 인턴 회고록 1

취업을 준비하던 중 우연찮은 기회로 꽤 긴 시간 인사이트를 받아보던 어느 분의 팀원 채용 공고를 커뮤니티에서 보게 됐고, 더더욱 우연찮은 기회로 인턴으로 뽑혀 버렸다. 그리고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말 그대로 다사다난 정신없던 시간을 돌아보며.


업무는 전반적으로 할만하다고 느끼고 있다. 어떻게든 파보고 계속 생각하면 뭔가는 나온다. 그게 얼마나 충분히 깊이 있고, 내 관점을 담아내고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시간적인 면에서도 아직 조금 벅차다. 업무 결과를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면 아직은 정해진 시간에 맞추지 못한다. 메일 발송 버튼을 누를 때면 자료를 충분히 모았다는 확신이 서지도 않는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정말 할만하다고 느끼는 건지 아리송하다. 한 가지는 분명해서 그런 것 같다. 재밌다.


지금 하는 일이 재밌다기보다는 (그렇다고 재미없는 것도 아니지만), 그 시간이 재밌고 좋다. 무언가를 이해하고, 팀원들과 생각을 나누고, 팀으로써 나아가기 위한 발전적인 담론을 나눌 때 좋다고 느낀다. 목표한 문제를 풀기엔 아직 멀었고, 생각할 것도 많고, 공부해야 할 것도 많아 질문 하나하나가 고비일 때도 많지만 정말 재밌다고 느낀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일희일비하게 되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재밌는 만큼 잘하고 싶고, 좋아하는 만큼 기여하고 싶고, 기여하는 만큼 인정받고도 싶다. 그래서 더 무리하게 되기도 한다.


한 가지 신기한 점이, 하루가 너무 짧다고 느낀다. 일주일은 긴데 하루는 짧고, 업무 시간은 더 짧게 느껴진다. 밥 먹는 시간도 쪼개서 쓰고 있을 정도다. 그렇다고 낭비하는 시간이 있지는 않다. 오히려 매 일분일초가 선명하다. 내 의식이, 뇌가 순간순간 깨어있다는 게 느껴질 정도다. 그렇게 내 모든 능력과 한계를 다 써서 부딪히고 있다. 굉장히 밀도 높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거겠지.


하지만 동시에 ‘일에 대한 고민을 너무 많이 하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 팀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하면, 우리는 모두 “각자의 일”을 한다. 설령 그게 업무라고 할지라도, 이를 단순히 남의 일로 취급할 게 아니라 나의 일로 보고 받아들여야 한다. 업무라는 매개를 나의 관점으로 풀어내고, 내 시각을 더욱 날카롭게 다듬어 투영해내는 것이다. 그래서 무언가를 보더라도 단순히 사실과 사실들의 인과관계, 상관관계를 나열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여러 사실들을 바탕으로 나는 무엇을 어떻게 보는지, 내가 보는 것을 정리해 논리적으로 전달하는지가 중요하다.


나만의 관점을 다듬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 일주일간 가장 많이 했던 “일을 어떻게 할까"하는 고민은 external한 고민이다. 나와 나의 내면에 관한 게 아닌 내 바깥의 것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업무 요령에 관한 건 quantity다. 계속 반복적으로 하면서 시행착오를 거치면 점점 더 빨라지겠지만, 깊이에 관한 건 전혀 다른 이야기다. 이건 quality에 관한 문제다. 결국 일을 투영하는 나로 돌아온다. 나를 다듬지 않으면 이건 제자리를 맴돌기 마련이다.


“뭘 배우고 싶으세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사업을 배우고, 다른 관점을 배우고, 지금 하는 업무를 배우기 위해 팀에 들어왔지만 막상 질문을 받으니 쉽지 않은 것 같다. 처음에는 PM의 실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주변에서도 나는 실무만 배우면 되겠다는 이야기를 계속 들어왔고 내가 처음에 생각했던 방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한테 부족한 게 실무 경험인 것도 맞고. ‘지금 팀에서 바랄 수 있는 걸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가라는 생각을 또 해보게 됐다. 솔직히 말하면 기획과 제품 관리, QA 등 제품과 고객에 근접한 업무도 경험해보고 싶지만 그런 건 나중에도 언제든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입사 전 커피챗(면접)을 하고 난 이후부터 내 사고방식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좀 더 본질에 관한 질문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고 할까. 나는 최근까지 ‘내가 지금 도움이 되고 있을까?’ ‘내가 끝낸 업무가 다른 팀원들에게도 의미 있을까?’라는 생각을 주로 하고 있었다. 지난 금요일에 또 한 번 커피챗을 하고 난 이후, 변화된 사고방식을 업무와 내 사생활, 전반적인 삶과 연결 지어서 좀 더 크게 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지금 내딛으려는 한발 한발은 어느 방향을 향해 있는 걸까?’ ‘내 행동 하나, 내 생각 하나, 나의 하루를 이루는 것 하나하나까지 이 모든 것들은 총체적으로 어느 방향을 가리키고 있을까?’ ‘내가 지금 하는 일을 나는 얼마나 잘한다고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이 아니라, “어떻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조금 더 근본적으로 어떻게 이런 생각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더 효율적으로, 더 잘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들은 내가 앞으로도 계속 가져가야 하는 질문이겠지. 하지만 어떻게 바라보고, 정의하고, 대답할지는 오로지 나만이 할 수 있는 질문이기도 하다. 일할 때 시간에 부치고, 논리가 부족한 건 계속하면 느는 부분이다. 당장의 업무 스펙트럼이 좁은 것 또한 시간이 지나면 넓어지기 마련이다. 더 중요하게 내가 배우고 싶고, 배워야 할 부분은 내 생각에 변화를 주는 레퍼런스를 늘리는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지만 “뭘 배우고 싶은지"를 답하기란 어려운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진짜 의미 있는 대화는 나로 끝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