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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로하리 Jun 05. 2019

제2일 ③ : 첫 숙박지, 오레와(Orewa)로 향하다

결국 4시쯤이 되어서야 마우이 사무실을 출발할 수 있었다. 

차는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 새 차였다. 

겨우 주행거리가 14,161km였으니까. 


우리가 여행을 하는 동안 차에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니 한결 안심이 되었고, 역시 마우이에서 캠퍼밴을 빌리기를 잘 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우이에서 수속을 밟는 과정을 빨랐으나 몇 가지 절차를 밟고 아이들의 배를 채우다 보니 시간이 꽤나 늦었다. 

우리 모두 편히 쉬지 못한 것이 34시간에 가까워 피곤하기도 했고, 앞으로 26일 동안 생활해야 할 캠퍼밴이니 오늘은 캠퍼밴에 짐을 정리하면서 풀어야 했으며, 시장도 봐야 해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기로 했다. 


아내와 상의한 경로대로 움직이려면 오클랜드에서 북쪽으로 가야 하는데, 한국 마우이 총판에서 소개받으면서 받아온 Top10 홀리데이파크 안내도를 보니 오레와 해변(Orewa Beach)이 가장 가까웠다. 

그래서 오늘의 숙소는 오레와 해변의 Top10 홀리데이파크로 결정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와 방향이 반대인 왼쪽 주행을 4년 만에 다시 하려니 낯설었지만 몇 번의 경험이 있어서인지 생각보다 쉽게 적응이 됐다. 


인간 내비게이션(원래는 GPS)인 아내의 안내에 따라 방향을 잡았다. 

흐리던 날씨도 오클랜드의 하버브리지를 건너면서 화창하게 개어 다리 위에서 보는 오클랜드 항구의 아름다운 자태를 더욱 빛나게 해 주었다. 

날씨까지 화창해지니 몸을 움츠리게 했던 겨울의 우리나라를 떠나, 햇살이 눈부시게 빛나는 여름의 뉴질랜드로 여행을 온 기분이 한껏 돋아졌다. 


오클랜드를 벗어나며 1번 자동차 전용 도로(Motorway)에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2,500cc짜리 디젤 엔진을 얹었지만 뒤에 집을 실은 이 캠퍼밴이 잘 나갈지 궁금하기도 했고, 호주에서 빌린 캠퍼밴처럼 높이 때문에 흔들림이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런데 차의 속도나 흔들림을 느끼기 전에 귀에 거슬리는 소리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운전석 쪽 어디에서인가 무엇이 계속해서 부딪치는 소리가 나는 것이었다. 

바람이 나오는 쪽에서 나는 소리인지, 바퀴 쪽에서 나는 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차를 세우고 내려서 바퀴 안쪽을 보아도 무엇인가 걸려 있는 것이 없었다. 

소리는 나기도 하고, 안 나기도 하는 것을 반복하여 여행을 시작하면서 한껏 들뜬 우리를 신경 쓰게 만들었다. 

내일 운행을 하면서도 계속 소리가 나는지를 확인해 보기로 하고 오늘 묵을 곳으로 갔다.


GPS 덕분에 히비스커스 해변 고속도로(Hibiscus Coast Highway)를 통해 1시간 만에 도착한 오레와는 아름다운 해변을 가진 휴양도시였다. 

오레와에 도착하여 Top10 홀리데이파크를 찾으려고 했는데 바로 찾지는 못했다. 

한국의 GPS와 마찬가지로 우회전을 하거나 좌회전을 해야 하는 지점까지 남은 거리가 정확하지 않았고, 홀리데이파크가 가는 길의 오른편에 있는지 왼편에 있는지의 정보는 음성으로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GPS의 음성이 한국어가 아니라 뉴질랜드식 영어라는 것도 적응해야 하는 과제였다. 

Top10 홀리데이파크의 깃발도 못 보았고 안내판도 못 보았는데, 아내 아닌 다른 여자가 말했다. 

“Possible perform a U-turn.” 

유턴을 하고 천천히 주행하면서 보니 왼쪽으로 홀리데이파크가 있는데 입구를 놓쳐 버렸다. 

그래서 또 다시 유턴을 해서야 홀리데이파크에 들어갔다. 

보통 여행 첫날의 적응 과정에서 겪는 일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도 2008년 호주에서 캠퍼밴을 처음 받은 날보다는 양호했으니까.


오레와 해변 Top10 홀리데이파크 사무실(Office 혹은 Reception이라고 씌어 있음)에 들러서 전원이 연결되는 자리(Power Site)를 하나 달라고 했다. 

한국 마우이 총판에서 들은 대로 혹시 마우이 제휴 할인이 되냐고 물었더니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Top10 멤버십에 가입했다. 

가입비 40달러, 유효 기간 2년, 모든 Top10 가맹점에서 10% 할인 등. 25일 중에서 꽤 많은 날을 Top10에 머물 것 같아서 가입을 했다. 

물론 나중에 알고 보니 Top10 가맹점에서 묵으면서 총 40달러를 할인받지 못하더라도, 북섬에서 남섬으로 갈 때 타는 배인 인터아일랜더(Interislander) 10% 할인이 되어서 가입비는 충분히 뽑을 수 있었다.


직원이 알려준 자리 번호로 차를 끌고 가는데, 캠핑 사이트가 촘촘하게 붙어 있는 편이어서 길이 7.2m, 높이 3.3m나 되는 우리의 큰 차가 이동하는 것이 매우 조심스러웠다. 

홀리데이파크 가장 구석의, 우리가 달려온 도로와 거의 붙어 있는 자리였다. 

물론 높은 벽이 있어서 완벽하게 길과는 차단되어 있었고, 바닥은 푸른 잔디였으며 울창하다 못해 무서워 보이기까지 한 나무가 뒤쪽에 서 있는 자리였다. 

아내가 내려서 뒤를 봐주어서 후진으로 간신히 주차했다. 

주행을 할 때 옆 차로와의 거리를 조절하는 것도 그렇고, 좌우 회전을 할 때도 그렇고 아직 차의 크기에 익숙하지 않아 조금씩 애를 먹었다. 

아무래도 며칠 걸려야 할 듯싶었다. 


Orewa Beach Holiday Park에 주차한 우리 캠퍼밴의 계단에 앉아 있는 둘째아이

차를 주차시키고 나서 드디어 짐을 풀었다. 거의 80kg에 육박하는, 커다란 네 개의 여행 가방을 모두 풀어서 정리했다. 

차가 크다 보니 수납공간은 충분했다. 

창문 위쪽으로 달린 수납장도 넉넉했고, 낮에는 소파였다가 밤에는 침대가 되는 뒤쪽 좌석 밑의 수납공간도 넉넉했다. 

그래서 우리의 모든 짐을 풀어서 수납공간에 분류해서 넣고, 여행 가방은 좌석 밑의 수납공간에 다 넣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바깥쪽으로 난 짐칸의 입구가 좁아서 여행 가방을 짐칸에 넣을 수 없을 것 같아서 걱정이었다. 


차 안의 전자레인지와 포크, 수저 등
주방 서랍장 안의 조리 도구
씽크대 하부. 전기주전자와 토스트 기 등이 있다.
냄비와 프라이팬 등의 조리 도구들
컵, 접시 등이 움직이지 않게 정리되어 있다.

25일 간 여행 가방을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 한쪽에 둔다는 것은 무척이나 불편한 일일 테니까. 

그런데 우리 부부가 캠퍼밴 여행을 두 번째 한다는 것, 그리고 어떤 캠퍼밴을 빌릴 것인가 이런저런 정보들을 뒤져 보았던 것이 도움이 되었다. 

캠퍼밴 안에서도 여행 가방을 짐칸으로 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차의 내부 구조를 보다가 가죽시트를 들어내고 그 밑의 나무판을 들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짐칸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입구도 우리의 가장 큰 여행 가방이 들어갈 만큼이 되었다.


차량 맨 뒤 침대 아래쪽을 통해 큰 캐리어들을 창고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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