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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리원 글쓰기

by 아론의책

온리원 글쓰기는 짧게 쓰기, 쉽게 쓰기, 그림같이 쓰기를 저의 경험을 통해 풀어낸 글입니다.

한마디로,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원칙을
스토리로 표현한 글이죠.


그래서 이름도 온리원 글쓰기입니다.



침묵을 깨우는 벨 소리가 까만 전화기를 타고 흘러들어온다. 고동치는 심장소리는 고막이 터질 듯 가까이에서 울린다.


목소리를 다듬고 과잉된 친절을 머금고 멘트를 시작한다.


행복을 선물하는 상담사 아론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이런 XX, 뭘 도와줘!”


칼날처럼 날아든 욕설이 고막을 강타한 순간 뇌가 정지하였다.


백지가 된 사람처럼 무슨 말을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몰라 멍 때리고 있던 그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당장 팀장 바꿔!!”


콜센터 상담사로 일하던 첫날부터 진상을 만났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나를 본 팀장이 다가와 조용히 물었다.


"아론 씨, 무슨 일이에요?"


"팀장님... 살려주세요…"


미간을 찌푸리며 나를 바라보던 팀장은
내가 앉았던 자리에 대신 앉고 말을 이었다.


“커피 한 잔 하고 오세요.”


그녀는 악성 민원인도 녹일 만큼 레몬처럼 상큼한 목소리로 상담을 이어갔다.


그녀를 뒤로한 채 유리문을 밀고 나왔다.

시원한 바람이 뺨을 스치고, 새들의 노랫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는데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쉬며 벤치에 앉았던 그 순간.


“여기서 일하는 직원인가유?”


똑똑거리는 지팡이 소리를 내며 허리가 굽은 할머니 한 분이 시선도 마주치지 못한 채 메아리처럼 말을 먼저 건넸다.


“네, 맞습니다.”


“아이고, 공부를 잘했나 봐요?
이런 좋은 직장에 다니시고.”


할머니의 따뜻한 눈빛과 관심이 오히려 나를 더 작게 만들었다.


‘난 비정규직인데…’


그 순간,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이 울렸고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론 씨, 어디예요?”


“1층 로비입니다.”


“지금 당장 올라오세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긴 생머리에 화이트 셔츠를 입은 팀장이 진지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반짝이는 안경 너머로 미간을 찌푸린 그녀의 얼굴에서 고민이 느껴진다.


“아론 씨, 힘들었죠?”


“…네.”


“하지만 악성 민원이라고 해서
상담사가 피할 수는 없어요.
매뉴얼대로 대응하셔야 해요.”


“…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그저 앵무새처럼 매뉴얼대로 하기도 바빴다.


50명이 넘는 고객을 만났고 지금도 또렷이 기억나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다.


퇴근을 준비하는 자리에는 팀장이 건네준 프린트물이 놓여 있었다.


<악성 민원 대응 매뉴얼>


프린트물을 만지작거리며 넘기는데
문득 마음속에서 조용히 말이 흘러나왔다.


"스페인으로 돌아가고 싶다.

매일 산비둘기처럼 산과 바다를 돌아다니고
바람처럼 그물에 갇히지 않았던 삶으로 회귀하고 싶다. "


마음의 소리가 먹고사는 문제를 밀어내고

내게로 왔다.


“사직서를 쓰자.”



지금 이 글은 2021년, 콜센터 상담사로 일했던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입니다.


대부분의 문장을 ‘단문’으로 썼습니다.
쉬운 단어를 선택해 ‘쉽게’ 읽히도록 구성했습니다.
그리고 ‘그림처럼’ 연상이 되도록
시각적·청각적 심상을 자주 사용했습니다.


마지막 문장에서는
산비둘기와 바람이라는 비유를 통해
자유로운 삶을 표현했습니다.


글쓰기 원칙을 지켜 자신만의 경험을 쓸 때 온리원 글쓰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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