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쓰든 짧게 써라.
그러면 읽힐 것이다.
명료하게 써라.
그러면 이해될 것이다.
그림같이 써라.
그러면 기억에 남을 것이다.
— 조지 퓰리처
글쓰기에 관한 수많은 조언 중 이보다 더 핵심을 찌르는 말이 있을까요?
퓰리처의 이 말은 글쓰기의 정석을 깨닫게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문장을 책상 앞에 적어 두고 글을 쓸 때마다 적용합니다.
좋은 글이란 결국 기본에 충실한 글이고 기본은 언제나 우리를 바른 길로 이끌어 줍니다.
글쓰기의 정석 3가지를 공유합니다.
왜 글을 짧게 써야 할까요?
짧은 문장은 읽기 쉽고 자연스럽게 리듬이 생깁니다. 그 리듬 덕분에 독자는 글 속에 더 깊이 몰입할 수 있지요. 글은 결국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해 존재합니다.
만약 오롯이 나만을 위한 글을 쓴다면 길게 써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란다면, 짧고 간결하게 써야 합니다.
다음 예시를 한번 비교해 보세요.
1)
외국 사람들과 얘기할 때마다
늘 나를 놀라게 하는 것은
그들이 우리나라를 우리 자신보다도
훨씬 더 대단하게 생각한다는 사실이다.
2)
외국 사람들과 얘기할 때마다
늘 나를 놀라게 하는 사실이 있다.
그들이 우리나라를 우리 자신보다
훨씬 더 대단하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 《마케터의 글쓰기》 중에서
두 문장 모두 같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두 번째 문장이 훨씬 더 자연스럽게 읽힙니다.
짧은 문장이 주는 힘입니다.
문장은 짧을수록 맥락이 또렷해지고 리듬도 살아납니다. 짧게 쓴다고 해서 문법적으로 불완전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퓰리처가 강조한 것처럼 짧게 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글을 쓸 때 괜히 있어 보이는 말을 쓰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영어 단어, 어려운 전문 용어를 굳이 끼워 넣고 싶어 지죠.
왜 그럴까요?
아마도 ‘글쓰기는 지적인 행위’라는 무의식 때문일 겁니다. 과거에 글쓰기는 그러한 인식이 지배적이었죠. 제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 보았던 신문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한자어가 많아 제대로 읽을 수 조차 없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하지만 정말 좋은 글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입니다. 다음 두 문장을 한번 비교해 보세요.
1)
사실이 스스로 이야기한다는
주장은 진실이 아니다.
역사가 이야기할 때만
사실은 말을 한다.
어떤 사실에게 발언권을 주며
서열과 순서를 어떻게 정할지를
결정하는 게 역사 가다.
2)
사실은 중요하지만 모두 기록할 만한 가치를 지닌 것은 아니다.
기록할 가치가 있는 사실만 역사로 남는다.
역사가는 그중 의미 있는 것들을 추려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 낸다. 그것이 역사가의 역할이다.
어떤 문장이 더 이해하기 쉬우신가요?
두 번째 문장일 것입니다. 첫 번째는 에드워드 카의 역사 서술에 대한 글이고, 두 번째는 그 문장을 제가
쉽게 풀어쓴 것입니다.
어려운 단어와 구조를 덜어내는 것만으로도 글은 쉬워집니다. 글이 독자에게 다가서기 위해선 이처럼 ‘쉬움’이 먼저여야 합니다.
‘그림같이 쓴다’는 건 무슨 뜻일까요?
바로 감각을 자극하는 글을 말합니다. 영화처럼 장면이 그려지고 눈앞에 펼쳐지는 느낌이 드는 글이죠.
이런 문장들은 독자에게 오래도록 남습니다. 예시를 보겠습니다.
1)
괴성과 함께 사내가 놈의
다리를 붙잡고 넘어뜨렸다.
— 《불편한 편의점》 중에서
짧은 문장이지만 ‘괴성’은 청각을, ‘넘어뜨렸다’는 시각을 자극합니다. 마치 눈앞에서 장면이 펼쳐지는 듯하지요. 이처럼 감각을 느끼게 하는 글은 그림 같은 글쓰기를 가능하게 합니다. 또 다른 예를 보겠습니다.
2)
검은 머리카락과 수염은 덤불처럼
길게 자라 잔뜩 엉킨 채 얼굴 대부분을 가렸고,
손은 실외 쓰레기통 뚜껑만큼 컸으며,
가죽 부츠를 신은 발은 새끼 돌고래 같았다.
—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중에서
긴 문장이지만 불필요한 수식어가 하나도 없습니다.
리듬감은 떨어지지만 몰입감은 배가 됩니다.
왜냐하면 비유를 사용하였기 때문입니다.
수염 = 덤불
손 = 쓰레기통 뚜껑
발 = 새끼 돌고래
이처럼 적절한 비유는 독자의 머릿속을 영화관으로 바꿉니다. 장면이 생생하게 그려지고 글의 이미지가 오래 기억됩니다. 퓰리처가 말한 ‘그림같이 쓰라’는 말은 비유를 사용하라는 말입니다.
결국 독자의 눈과 마음을 비유를 통해 움직이라는 말입니다. 독자의 배경지식을 고려해 쉽고 직관적인 비유를 쓰는 것, 그것이 작가의 실력이겠죠. 그리고 그만한 실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다양한 책을 읽고 다양한 사람들의 심리를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그림 같은 글의 시작입니다.
1. 짧게 쓰기
2. 쉽게 쓰기
3. 그림같이 쓰기
이 세 가지는 글쓰기의 기본이고 독자에게 닿는 글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내일은 이 3가지를 적용한 Only One 글쓰기를 소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