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동안 아무도 내 이름을 제대로 부르지 않았다

by 아론의책

내 이름은 한국에서 하나밖에 없는 이름이다.


그래서였을까.


선생님들도 늘 내 이름을 틀렸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꽃」, 김춘수



학창 시절, 교실에서 선생님을 기다리던 시간이 떠오른다.


선생님은 출석부를 펼쳐

친구들의 이름을 하나씩 불렀다.


하지만 내 이름은 늘 틀렸다.


11살이 되던 해, 새로운 담임선생님을 만났다. 그녀는 어딘가 우리 엄마를 닮은 사람이었다.

섬세하고 꼼꼼한 성격의 그녀는 후리지아 꽃을 좋아했다.


그날도 선생님은 출석부를 펼쳐 천천히 친구들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았다.


내 차례가 왔을 때

선생님은 잠깐 눈을 들어 나를 바라봤다.


나도 그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날, 처음으로

내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선생님을 만났다.


그 순간, 내가 이 교실에 존재하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30년이 지났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위성숙 선생님의 목소리를.


그날, 그녀가 내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나는 꽃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믿는다.


사람은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불러줄 때

비로소 꽃이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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