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만 친절한 사람을 믿어도 될까

by 아론의책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바뀐 순간이 있다.


배우 김혜수의 말 때문이었다.


“저는 저한테 하는 걸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저한테 대부분 친절하거든요.
제가 연예인이기 때문에요.
그래서 다른 사람을 대하는 모습을 많이 봐요.”


곱씹을수록 단순한 문장이 아니었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에게는
대체로 친절하다.


그래서 헷갈린다.

이 사람이 정말 좋은 사람인지,
아니면 나에게만 좋은 사람인지.




20대 때였다.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던 날, 그 기준이 처음으로 흔들렸다.


손님 한 분이 매장을 오래 서성이고 있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시선을 두고 있었다.


그때 그 사람이 다가왔다.


“뭘 쳐다봐?”


짧은 말이었다. 그런데 말보다 먼저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태도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물품을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돌아온 말.


“누굴 도둑놈으로 아나.”


더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설명해도 닿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는데도
이상하게 길게 느껴졌다.


그 사람은 아무 말 없이 나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날 이후,
그 시간대의 공기가 달라졌다.


조용한 새벽이
조금은 긴장되는 시간이 되었다.


그를 만날까. 두려웠다.

그래서, 편의점을 그만두었다.


그 경험 이후로 사람을 보는 기준이 달라졌다.


나에게 어떻게 하는지보다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하는지를 보게 되었다.


식당에서 직원을 부르는 말투.

카페에서 주문을 하는 태도.

불편한 상황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

아주 사소한 순간들.


사람은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서 드러난다.


좋은 사람은 거리에 따라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


가까운 사람에게만 따뜻한 사람이 아니라, 낯선 사람에게도 기본적인 온도를 지킨다.


그래서 더 늦게 알게 된다.

‘아,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었구나.’


가끔은 시선을 밖이 아니라 안으로 돌린다.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사람이었을까.


내가 편하려고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든 적은 없었을까.


좋은 사람을 구별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그 사람이 타인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는 것.


그리고 그 기준을 나에게도 똑같이 적용해보는 것.


오늘은 조금 더 부드럽게 말해보고 싶다.


우리는 결국 누군가의 하루에 남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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