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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아론 Nov 13. 2020

[사례13]_피해망상(3화): 시누이들과의 단판




   [아내 심리 증상 진단]

                    

  아내의 심리적 증상은 시집살이에서 기인했다. 시누들에게 괴롭힘과 무시를 받으면서 심리 증상이 나타났다. 그중에 아내가 큰고모라고 부르는 첫 째 시누이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하면서 심리 증상이 심화됐다. 고모는 절대 거역할 수 없는 존재로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었으며 그로 인해 우울증피해망상환시환청까지 듣기 시작했다. 


  또 친정이나 남편이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듣기 싫은 소리를 하면, 처제들과 한편이라는 망상을 일으켰다. 수시로 자기 집에 시누이들이 감시를 하며 집에 들어온다고 생각하며, 누군가를 시켜 자기를 미행한다고 여기고, 드라마에서도 내 상황을 그대로 재현한다고 생각했다.


  아내는 이미 조현병이 강하게 일어난 상태로, 환경치료와 각종 심리치료가 절실한 상태였다.


  심리 증상

  피해망상 / 환시 / 환청 / 친정과 남편이 한패라는 망상 / 드라마에서 내 상황을 재현


  신체 증상

  시누이들을 보면 극도의 두려움과 긴장을 함 


  환경 문제

  아내의 증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친정과 남편 / 사과를 받지 못한 시누이들과의 관계



  [사례13] 시누이들 환경치료

     

  어머니는 환경치료를 위해 시누이들을 불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남편에게 다음 상담 때 시누이와 시어머니를 모두 데리고 오라고 했다. 하지만 아내는 시누이들을 보는 게 너무 무섭다며 상담이 끝나고 가면 안 되는지 물었다. 어머니는 그건 안 된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시누이들에게 하는 이야기를 아내가 들어야만 억눌린 감정이 풀리기 때문이었다. 결국 아내와 남편은 상담 시작 후 ‘30분’ 이따가 들어오기로 했다.

     

  그렇게 예약된 시간에 시누이들과 시어머니가 우르르 상담소를 방문했다. 어머니는 상담실 의자에 가족들을 모두 앉힌 뒤 이야기를 했다. 현재 올케(아내)가 어떤 상태고, 어떤 심리적 증상이 나타나고 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세세하게 설명했다. 올케는 현실과 이상을 분간하지 못하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환시와 환청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대상이 여기에 앉아있는 시누들이라고 말했다. 자기가 가는 곳에 늘 시누들이 따라오고, 지켜보고, 제삼자를 통해서도 자기를 감시하는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엄청난 불안증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사람들을 만나면 모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시누들의 계획으로 사람들이 내게 온 것이고,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그로 인해 남동생(남편)도 죽을 지경이라고 했다. 일하는 중에도 전화해서 큰고모가 왔다 갔다고 하질 않나, 자고 있는데 둘째 고모가 지켜보고 있다고 하질 않나, 셋째 고모가 있다고 하질 않나 남동생(남편)을 잠도 자지 못하게 만든다고 했다. 어머니는 시누들에게 이 정도면 완전한 조현병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게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된 거 같냐고 물었다.


  “이게, 다 누구 때문에 그런 거 같아요?”

  어머니(상담사)가 시누들을 눈을 하나하나 마주쳤다. 그녀들이 입을 떼지 않자, 어머니가 말했다.

  “다 시누들 때문이에요 다. 생각을 해봐요. 올케가 결혼해서 시댁에 들어왔는데, 남편이 일주일에 한두 번 들어오고, 신랑이랑 있을 시간도 주지 않고, 가족끼리 맨날 어울리기만 하고, 신랑이 없을 때는 아침마다 와서 시집살이시키고, 이것저것 트집 잡고, 있지도 않은 일 있다고 하고, 화장을 하느냐 마느냐 촌닭 같다고 그러고, 옷도 마음대로 입지 못하게 하고, 밥도 같이 못 먹게 하고, 인격모독도 모자라 친정 욕까지 하고, 구석에 쭈그려 앉아있으면 낄낄거리면서 병신 만들고, 세배하라고 하고, 머리를 발로 차고, 귀싸대기를 때리고, 당신들 정말 사람 맞아요? 사람이 견디다 견디다 못해 오는 게 조현병인데, 올케가 여기까지 올 정도면 당신들은 정말 인간 이하인 거예요. 입이 있으면 이야기를 해봐요.”
 

  아무 말도 못 하고 조용히 있는 시누들이었다. 어머니가 큰 시누를 쳐다보며 말했다.


  “큰 시누. 큰 시누는 이 집에서 제일 큰언니로 동생들에게 본이 될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올케가 대학 나온 게 그렇게 열등감이었어요? 세상에 아무리 못 배웠다고 해도 이건 아니죠. 옛날이나 시집살이가 있었지, 요즘 세대에 누가 이렇게 하고 살아요. 어떻게 10년이 넘도록 괴롭혀서 사람을 정신병자로 만들고, 그런 상태에서도 계속 올케를 괴롭히고, 정말 당신 사람이에요? 이건 사람도 아니죠!”


  어머니가 목소리를 높여도 찍 소리도 내지 못하는 큰 시누였다. 어머니가 나머지 시누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당신들도 마찬가지예요. 큰언니한테 경제적으로 도움 좀 받는다고, 비겁하게 동조하고 여섯 명이 한데 뭉쳐서 사람을 병신으로 만들어요? 세상에 여기에 제대로 된 인간은 하나도 없는 거예요? 조현병이라는 게 그냥 아무렇게나 쉽게 일어나는 건지 아세요? 당신들은 정말 나쁜 사람들이에요.”


  어머니가 나무라도 한마디도 반박하지 않는 시누들이었다. 자기들이 그간 올케에게 한 행동을 보면 누가 봐도 저질스러운 짓이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어머니가 시 어머니를 쳐다보며 말했다.


  “어머님도 마찬가지예요. 나이 드셔 가지고 어른 노릇 하나 못하고, 어떻게 딸들을 이렇게 키우셨어요?”

  “그러니까... 저는 뭐.. 말할 자격도 없고.. 내가 말해봐야 듣지도 않고...”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어른이 바로 서지 않으니까 집이 이 모양 이 꼴이 나는 거지! 어른이 똑바로 서면 딸들이 이러겠어요? 세상에 이게 인간 말종이나 이러지, 요즘 세상에 누가 이런 짓을 해요. 학벌이 없으니까 그런 거 아녜요!” 


  그러자 처음으로 들고 일어서는 시누들이었다.

  “아니, 원장님 자꾸 왜 학벌 가지고 그러세요?”

  어머니가 시누들을 강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그럼 표시 낸 거 아니에요? 당신들이 배운 사람들이면 이렇게 했겠어요? 못 배우고 무식하니까 이렇게 한 거지, 배운 사람들이 이런 짓 할 거 같아요? 스스로 못 배우고 무식한 걸 올케한테 표현한 거 아녜요!”

  “그거랑 이게 무슨 상관이에요!” 

  “그래요, 왜 자꾸 우리 보고 못 배웠다고 그러세요!”

  “이보세요. 시누이들. 당신들도 건드리니까 화나죠? 자기들 약점 찌르니까 화나지? 당신들도 그러는데 세상에 올케는 혼자서 여섯 명을 상대하면서 여섯 명이 한마디 한마디 다하고 한 사람을 바보 만든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10년이 넘게 그랬는데, 제 한마디가 그렇게도 화가 나요?”

  “그럼 다 우리 잘못이라는 거예요? 원장님은 올케가 잘못된 게 다 우리 잘못이라는 거예요?”

  어머니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요? 그럼 애가 시집을 오기 전부터 그랬어요? 대학교 졸업하고 건강하고 젊은 여자가 이 집에 와서 이렇게 됐지, 애가 언제 딴 데 가서 살았어요? 세상에 친정도 못 가게 하고, 친정엄마가 와도 살살 눈치 보고 하루도 못 자고 갔다고 하던데, 해도 해도 당신들 너무 한 거 아녜요?” 

  “그래서 우리가 올케를 그렇게 만든 증거가 있냐고요.”

  “그래요, 이게 다 우리 탓이라는 증거가 어디 있어요!”

  “증거가 어디 있긴, 당신들이 한 짓이 다 증거지!”


  어머니와 시누이들 간에 말싸움 고조되려고 할 때였다. 똑. 똑. 상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문이 열렸다. 아내와 남편이었다. 실은 조금 전부터 상담소에 들어와 시누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 아내와 남편이었다.

  어머니는 부부에게 시누들 뒤쪽에 앉으라고 했다. 남편은 아내를 생각해 더 뒤로 가라고 했지만, 아내는 괜찮다며 사양을 했다. 무언가 확고한 의지를 다잡은 듯한 표정이었다. 그런데 그때,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나도, 죽겠다고! 죽겠다고..!”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는 큰 시누였다.

  “나도 내 남편 죽고 혼자 사업 이어받고... 살기 힘들어...!”

  아내가 들어오자마자 엉엉 우는 큰 시누였다. 알고 보니 그녀는 7년 전에 남편을 사고로 잃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어이가 없어 말했다.


  “아니, 큰 시누. 남편이 죽어서 힘든 거 하고, 올케를 못살게 군 게 도대체 뭔 상관이에요? 왜 갑자기 남편 죽은 이야기를 해요? 아니, 남편이 죽어서 올케를 괴롭혔어요?”

  “그건 아니지만요...”

  “이봐요, 남편 죽어서 힘든 건 당신 문제고, 당신이 올케를 이렇게 만들어 놓은 건 아무 상관없는 일이에요. 만약에 당신이 힘들다면, 당신이 남한테 그렇게 하니까 죄받은 거야. 당신 지금 괴로워? 당신도 괴로운 걸 아네? 그런 행동을 해놓고 그럼 당신이 인생을 평탄하게 살 줄 알았어?”

  “원장님 악담하시는 거 아녜요!”

  “그래요, 무슨 말을 그렇게 하세요.”

  시누들이 반말하자, 어머니가 반박했다.

  “말을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현실을 얘기하는 거예요.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앞으로 당신들이 행복하게 살길 바라요? 그리고 막내 시누. 올케 하고 1살 차이라며. 맞아?”

  막내 시누가 고개를 끄덕이자 어머니가 말했다.

  “막내 시누도 시집살이했다면서요?”


  막내 시누가 입을 떼려 하자, 갑자기 입을 여는 아내였다.

  “원장님 저 할 말 있어요.”

  “하세요.”

  아내가 쉼 호흡을 하곤 말했다.

  ”아가씨 내가 시집왔을 때, 그래도 제일 의지했던 사람이 아가씨인 거 알죠? 그런데 아가씨 결혼하더니 어떻게 했어요? 자기도 시집살이 때문에 힘들다고 시어머니 욕하고 흉보고 그러더니, 어쩜 싹 돌아서서 언니들이랑 한편이 될 수 있어요? 난 정말 아가씨만큼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실망했어요.”

  아내의 말을 거드는 어머니였다.

  “그래요, 막내 시누. 세상에 한 살 차이면 동병상련인데, 거기다가 자기도 시집살이했다면서, 어떻게 올케한테 그럴 수가 있어. 당신 정말 나빠. 그렇게 하면 안 돼, 막내 시누. 당신 벌 받아. 그리고 다섯째 시누. 다섯째 시누도 마찬가지야. 아무리 언니가 돈 있어서 도움을 받고 산다고, 어떻게 비겁하게 그럴 수가 있어. 원래부터 양심이 나쁜 사람이야, 아니면 돈에 눈이 멀어서 그런 거야. 도대체 왜 그렇게 비겁하게들 살아요.”


  그러자 입을 여는 셋째, 시누였다.

  “우리도 할 말 있어요!”

  “할 말이 뭔데요?”

  “우리 신랑한테 물어보세요. 우리 신랑도 올케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어머니는 기가 차 대답했다.

  “아니 셋째 시누. 말은 바로 하죠? 신랑이면 제삼자인데, 뭐 때문에 올케를 싫어해? 입으로 떠들어 대니까 남편이 그걸 듣고 그런 거겠지. 남편이 올케랑 살아를 봤어, 경험을 해봤어. 직접 눈으로 본 게 있어요?!”

  어머니는 큰 시누들이 반성을 하는 기미가 보이지 않자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내가 볼 때 첫째, 둘째, 셋째 당신들이 제일 나빠. 큰언니들이 되가지고 동생들에게 본도 되지도 못하고 말이야. 당신들이 이러고도 잘 살 거 같아? 사람 한 명을 병신 만들고 혼란 속에 살게 만들고, 분열이라는 게 쉬운지 알아요? 도저히 정상적으로 살 수 없어서 일어나는 게 정신분열이야! 당신들 그런 경험 해봤어? 좋게 이야기하려고 해도 도저히 반성의 기미가 없네! 당장 올케한테 잘못했다고 빌어요! 빨리! 첫째 시누부터 빌어!”


  가뜩이나 성량이 큰 어머니의 목소리가 상담소 안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시누들은 쥐 죽은 듯 조용했고 큰 시누가 훌쩍이며 말했다.

  “미안해 OO아. 사실은 내가 너를 좋아했는데, 나도 어떻게 하다가 그렇게 됐어. 미안해.”

  “미안하다고 하지 말고! 내가 너한테 뭘 잘못했는지 구체적으로 말해요. 그냥 두루뭉술하게 넘어가지 말란 말이에요. 그 힘든 시간을 보내온 올케한테, 그냥 입으로 미안해하면 끝인 줄 알아요?”

  “원장님 저도 힘들었다고요..”

  큰 시누가 다시 서럽게 울려고 하자 원천 봉쇄를 하는 어머니(상담사)였다.

  “내가 아까 말했죠? 당신 힘든 거 말하려고 온 거 아니라고, 그건 차후의 문제고 올케한테 잘못했다고 빌어요..”

  “그래 OO아.. 내가 미안하다.”

  “뭘 어떻게 잘못했는지 구체적으로 말하니깐요.”

  큰 시누가 아무 말도 못 하자, 어머니가 둘째 시누를 쳐다보며 말했다.

  “둘째 시누가 먼저 말해요.”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둘째 시누도 그냥 미안하다고 하더니, 셋째, 넷째, 다섯째, 여섯째도  앵무새처럼 미안하다고만 했다. 그러자 남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상담실 책상 위에 있는 책을 내려치더니 목에 핏대를 세우며 입을 뗐다.


  “시발 지금 뭣들 하는 거야!”

  남편이 누나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시발 지금 장난해? 너희들 뭐 하는 거야? 지금까지 OO이 한테 어떻게 했어? 큰누나! 나한테 메시지로 그랬지? OO이가 아버지한테 밥 한 끼도 안차려 준다고. 나한테 저런 거 들여와서 집안 망신이라고. 그때부터 이상했어! 내가 지금 사는 게 사는 줄 알아?! 하루에 한 시간도 제대로 못 자고 OO 이는 매일 시누들한테 시달리고! 지금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데, 뭐 미안해? 시발 장난해?! 빨리 사과해! 큰누나 당장 잘못했다고 말해!”

 남편의 목소리가 상담실 안을 가득 메웠다. 아무도 꼼작하지 못했고 큰 시누가 우물쭈물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래 OO아... 내가 그동안 살면서 너한테 잘한 게 없다. 다 잘못했다.”

  “시발! 뭘 잘못했는지 말하라고!”

  큰 시누를 죽일 듯이 노려보는 남편이었다. 큰 시누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너를 인격적으로 무시하고... 없었던 일을 있었다고 말하고, 너한테 살쪘다고 그러고... 여러 가지로 다 잘못했어...”

  “둘째 누나 말해! 뭘 잘못했는지 말해!”

  “OO아... 미안해... 큰언니 따라서 같이 웃고... 괴롭히고...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해... 잘못했어.”

  검지로 시누들을 가리키며 말하는 남편이었다.

  “너희들 다 무릎 꿇고 빌어. 당장 OO 이한테 무릎 꿇고 빌어!”

  “오빠 너무 한 거 아냐.”

  막내 시누가 입을 떼자 그녀를 노려보는 남편이었다.

  “뭐라고? 시발년아 넌 입 다물고 있어. OO이가 막내라고 제일 의지했는데, 네가 할 말이나 있어? 큰누나 작은 누나, 셋째 누나 빨리 무릎 꿇어, 넷째 다섯째 막내는 시발 너희들은 그냥 쓰레기 같은 것들이야! 빨리 무릎 꿇고 빌어. 다 죽여 버리기 전에!”

  결국 무릎을 꿇는 큰 시누였다. 그러자 나머지 시누들도 덩달아 아내를 보고 무릎을 꿇었다. 큰 시누가 두 손을 모으고 아내에게 말했다.

  “OO아. 미안해. 용서해줘.”

  그러자 싹싹 빌고 있는 큰 시누의 손등을 손바닥으로 세차게 치는 아내였다.

  “뭐? 용서요? 제가 고모를 용서할 거 같아요?! 큰고모 저 데리고 옷가게 갈 때 어떻게 했어요? 고모는 돈 있는 것처럼 하고, 나는 그지 새끼 데려온 것처럼 행동하고, 매일 고모가 입으라는 거 입고 걸치라는 거 걸치고, 그지 새끼도 아니고 완전 노예였어요! 또 회사나 에어로빅 다닐 때 뭐라고 했어요? 걸핏하면 남자 만나고 다닌다. 바람피운다. 밥을 많이 먹어서 살이 찐다. 어머니 아버지한테 밥상 차리면 다시 차려오라고 몇 번이나 그러고, 아침마다 와서 내 옷장 뒤지고, 맘에 안 든다고 내 옷 다 버리고, 고모가 원하는 옷 채워 넣고, 제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아세요? 지금 생각해도 도저히 이해가 안 돼요!”

  그러고선 둘째 시누를 쳐다보며 말하는 아내였다.

  “둘째 고모는 저한테 어떻게 했어요? 큰고모가 저한테 뭐라고만 하면 뒤에서 낄낄거리고 저를 인격적으로 무시하고 비웃고, 쟤는 원래 병신이라고 그런 말을 수도 없이 들었어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저는 좋은 대학 나왔고 작은 고모는 초등학교야! 초등학교 나온 게 창피하면 공부하지! 왜 공부를 안 해! 어머니도 마찬가지예요! 왜 자식들을 못 가르쳐서 열등감에 나를 이렇게 만들어요! 전부다 무식한 것들만 낳아놓고!”

  처음 보는 아내의 모습에 놀라는 시누들이었다. 아내는 끝나지 않았는지 거친 숨을 쉬면서 계속 말을 이었다.

  “큰고모 돈 있다고 유세했죠? 돈 그게 큰 고모의 인격을 만들어 줄 거 같아요? 아무리 돈이 많아도 큰고모는 초등학생이야. 초등학교 졸업밖에 안 돼! 그리고 왜 고모 맨날 우리 집에 와? 뭐 때문에 우리 집에 몰래 기어들어와? 살금살금 들어와서 왜 집을 다 뒤지고 가? 아직도 부족해? 뭐가 그렇게 부족해? 또 둘째 고모는 왜 큰 고모 따라서 망보는 거야? 왜 망보면서 뒤에서 낄낄 거려? 셋째 고모도 왜 사람 시켜서 자꾸 나 감시해? 내가 모를 거 같아? 난 다 알아! 다 알아!”


  아내의 말에 어리둥절한 시누이들이었다. 갑자기 집에 몰래 들어온다느니, 망을 본다니, 감시를 한다니, 있지도 않은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었다. 셋째 시누가 무슨 말이냐고 묻자, 아내는 세단 차로 계속 자길 감시하는 거 안다며 소리쳤다. 분위기가 격양되자 어머니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보셨죠? 올케가 저렇게 산다고요. 당신들 같으면 저렇게 살 수 있을 거 같아요? 아무도 못살아요. 그런데 저 고통을 누가 당하겠어요? 당신들 동생이 당해요. 매일 누가 왔다 갔다고 그러고, 지금도 문 열어 봤다고 그러고, 옷이 바뀌었느니 반찬이 바뀌었느니 저녁에는 잠도 못 자게 하는데 지옥 아니겠어요? 이러면 애까지도 힘들어요. 그러니까 당신들 지금부터라도 동생한테 잘해야 하고, 올케한테도 잘해야 해요.”

  “잘할 거 필요 없어요! 영원히 보지 않아야 돼요!”

  아내가 소리쳤다. 어머니(상담사)가 동조했다.

  “그래 맞아. 영원히 보지 말아야 해. 당신들은 동생 잃어버렸고, 어머니는 아들 잃어버렸어. 당신들은 그동안 올케에게 했던 것들에 대한 대가를 철저하게 받아야 해.”

  시누들은 이때부터 진심으로 빌었다. 올케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걸 인지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내는 죽어도 용서 못한다고 소리쳤다. 그렇게 무릎 꿇고 빈 뒤에서야 어머니는 시누들을 자리에 앉히고 다시 말했다.


  “이제부터 절대로 동생이나 올케한테 연락하지 마요. 어머님도 마찬가지예요. 절대로 아들한테 연락하지 마세요.”

  쥐 죽은 듯이 가만히 있던 시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남편도 다시는 가족들과 마주할 생각 없으니 연락하지 말라고 했다. 그렇게 모든 이야기가 끝나서야 시누이들과 시어머니가 상담소를 나갔다. 가족들이 다 나간 걸 확인 한 뒤에서야, 숨을 크게 쉬는 아내였다.


  “휴- 이제 살 거 같아. 원장님 저 살 거 같아요.”

  “잘했어요.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나니까 마음이 편하죠?”

  “네.”

  대답을 하고는 신기하다며 남편을 쳐다보는 아내였다.

  “와- 당신 그런 거 처음 봤어. 내편이었네?”

  “그럼 네 편이지.”

  “당신이 그러니까 속이 다 시원하고, 원장님 때문에 속이 다 시원해.”

  지금까지 참고 살았던 울분을 토해낸 듯 개운한 얼굴을 하는 아내였다. 어머니(상담사)는 환경치료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생각했다. 시누이들이 무릎을 꿇고 싹싹 빌었고, 무엇보다 아내가 억눌렸던 감정을 다 풀어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앞으로 어떤 심리치료를 진행할 건지 설명한 후 다음 상담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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