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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아론 Nov 23. 2020

[사례14]_부부상담(3화): 상담사 VS 시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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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례14] 상담사 VS 시어머니

     

  두 번째 상담 후, 부부는 한동안 연락이 없었다. 세 달이나 지나서야 남편이 홀로 상담소를 찾아왔다. 어머니(상담사)가 어떻게 지냈냐고 묻자, 남편은 아무래도 이혼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세 달 동안 아내랑 말도 섞은 적이 없고 각방까지 쓰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어머니(상담사)가 답답해하며 말했다


  “어머니 데리고 오라니까, 왜 안 데리고 오셨어요?”

  “상처를 받을 거 같아서...”

  “이혼을 하든 안 하든, 어차피 어머니가 아셔야 해요. 어머니가 아시지 않고서는 아내랑 둘이 상담해봤자 아무 소용없어요. 그러니까 어머니하고 아내 둘 다 데리고 상담소에 오세요.”


  남편은 고민을 하더니 알겠다고 했다. 그리고 일주일 후 다시 상담소를 찾아왔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남편과 시어머니뿐이었다. 어머니(상담사)가 왜 아내는 오지 않았냐고 묻자, 남편이 대답했다.


  “무조건 이혼하겠다고 하네요...”

  “...에효. 우선 이쪽으로 앉으세요.”


  어머니는 남편과 시어머니를 상담실에 앉혔다. 시어머니는 한눈에 봐도 보통사람이 아니었다. 우직하면서도 앙다문 입술과 각진 턱을 보면 자기주장이 무척이나 강할 것 같았다. 하지만 어머니(상담사) 또한 수많은 사람들을 상대한 베테랑이 아닌가. 나는 둘 사이에 묘한 긴장감을 느꼈다.


  “그래, 뭐 땜시 날 불렀대요?”

  먼저 말을 뗀 시어머니였다.

  “어머님. 지금 아드님이 아내와 이혼위기에 있는 거 아시죠?”

  “알죠, 그람.”

  “그게 누구 때문인 거 같으세요?”

  “누구 때문이긴, 지랄 맞은 며느리 때문이지. 싸가지 없는 것.”

  “어머니, 며느리한테 지랄 맞다느니 싸가지가 없다느니 그게 뭐예요.”

  “하는 짓이 그러니까 그라죠.”

  역시나 강한 시어머니였다. 전화를 할 때마다 욕을 그렇게 한다고 했는데, 그 의미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어머니(상담사)도 지지 않고 말했다.


  “어머님, 어머님이 그렇게 말씀을 하시니까, 며느리가 시어머니 대접을 안 하는 거예요. 여기 며느리 제가 봤지만, 보통 여자 아니에요. 매사에 정확하고 확실하고 가벼운 사람은 질색해요. 그런데 시어머니가 품행이 그러는데 며느리가 어떻게 시어머니를 인격적으로 대하겠어요.”

  “아니, 시방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란다요.”


  어머니는 그때부터 시어머니가 잘못한 것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한 거, 김치 가지로 오라고 한 거, 생일 때 며느리는 챙기지 않고 자기 딸이 좋아하는 돼지갈비만 시킨 거, 생일 축하한다는 말은 한마디도 안 하고 고깃값도 아들이 계산하게 만든 거, 등등 잘못한 부분에 대해 모든 걸 말했다. 그러자 어이가 없다며 말하는 시어머니였다.


  “내참 그거 얼마나 한다고. 아니 그라고 내가 시어머니인데 시어머니 노릇도 못한다요?”

  “어머니. 지금 세상이 어느 땐데 시어머니 노릇을 해요. 그리고 시어머니 노릇을 하려면 아들이 결혼할 때 경제적으로 지원해준 거 있으세요? 지원을 해 준거야 있으면 모를까, 그런 것도 없이 무슨 시어머니 노릇을 한다는 거예요.”


  실은 결혼을 할 때도 거의 모든 자금을 아내 쪽에서 부담했다. 집도 아내가 샀고, 아들은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을 가지고 결혼을 했다. 그 이유는 아들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 직장을 다니면서 혼자 사는 엄마를 경제적으로 지원했기 때문이었다. 아들은 대학교도 엄마한테 아무 지원도 못 받고 알바를 하며 다녔다.

  어머니(상담사)가 시어머니에게 말했다.


  “결혼을 할 때 며느리는 이미 어머님에 대한 평가를 내렸어요. 아니, 아들이 결혼하는데 돈백만원도 안 해줬다면서요. 그래 놓고서 시어머니 노릇을 한다고요? 시어머니 노릇을 하려면 그에 맞는 지원이라도 하던가. 그리고 이건 시어머니 노릇도 아니에요. 잘살고 있는 며느리 괜히 못살게 구는 거죠. 개뿔 해준 것도 없으면서.”


  시어머니는 말문이 턱 막혔다. 안 그래도 찔리는 구석을 어머니가 그대로 파고들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결혼을 한다고 해서 꼭 부모님이 경제적으로 지원을 해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게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어머니(상담사)가 이 이야기를 한 이유는, 시어머니의 콧대를 꺾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며느리에게 해준 것이 없다는 걸 직시하지 못하고 그저 자기 편한 대로만 하니, 당신이 과연 그렇게 해도 될 자격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럼 못해준 시어머니는 시어머니도 아니래요!”

  “며느리 힘들게만 하지 말라는 거잖아요.”

  “지랄 쌈 싸 먹고 자빠졌네. 그럼 이혼하라고 그라죠!”


  급기야는 어머니에게 까지 에둘러 욕하는 시어머니였다. 어머니(상담사)는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식으로 에둘러 욕을 하거나 아예 상담사에게 욕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때 중요 한 건 똑같이 싸워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주장을 강하게 어필하기 위해 목소리를 크게 낼 수는 있지만, 상담사는 절대로 감정싸움으로 치닫아서는 안 된다.


  어머니(상담사)는 이번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님. 어머님은 남편 여의고 혼자 사시니까 좋으세요? 이 부부는 어머님만 아니면 행복하게 사는데, 왜 아들의 삶에 껴들어서 서로 싸우게 만들어요. 자식은 결혼하면 그걸로 끝이에요. 감 내놔라 배추 내놔라 그런 게 아니라고요.”

  “얘네가 나만 아니면 안 싸운다고 그라요?”

  “예, 둘은 서로 사랑하며 잘살고 있대요. 어머니가 껴들어서 문제가 생긴 거지.”

  “진짜냐?”

  아들에게 묻는 시어머니였다.

  “그럼 우리가 싸울 일이 뭐가 있어요. 다 엄마 때문에 그렇지.”

  그 말을 하고 한숨을 푹 쉬는 남편이었다. 시어머니가 어머니(상담사)를 쳐다보고 말했다.

  “그람. 선상님 말로는 결혼을 하면 부모와 자식은 땡이네야?”

  “네, 맞아요. 땡이예요.”

  “하고야... 그럼 모든 부모가 다 그렇게 산다요?”

  “부모와 자식이 다 그러진 않죠. 자식과 친하게 지낸 부모면 자식들이 알아서 부모에게 잘할 것이고, 친하지 않으면 그만큼 자식의 도리를 하겠죠. 그리고 들었는데 아들이 고등학교 졸업하고 명절에 집도 잘 안 갔다면서요. 그런데 왜 결혼하니까 자꾸 불러들이고 그래요.”

  “아들 보고 싶어서 그랐죠.”

  그 마음을 모르는 어머니(상담사)가 아니었다. 시어머니의 긍정적 의도를 이미 오래전부터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가만히 좀 계세요. 가만히 계시면, 자식이 알아서 잘할 거예요. 결혼한 후에는 자식이 부모에게 스스로 다가가는 거지, 부모가 이래라저래라 억지로 그러면 안 돼요.”

  어머니의 말을 듣고 한숨을 푹푹 쉬는 시어머니였다.  

  “...너네, 정말 싸운 적 없냐...?”

   시어머니가 묻자 아들이 대답했다.

  “그렇다니깐요. 우리가 왜 싸워요.”

  “그라면 선상님 말씀대로라면 내가 사라지면 돼 것네요? 너도 그러면 되것냐?”  

  “사라지면 되는 게 아니라 가만히 계시라는 거죠.”

  “그래? 너희들끼리 살겠다 이거지. 나는 있으나마나라 이거지?”

  “그게 아니라, 엄마가 가만히 계시면 우리가 알아서 잘할 건데 엄마가 너무 설치니까 그런 거잖아요.”

  “이건 장가가기 전에도 싸가지가 없더니, 장가가더니 우째 더 싸가지가 없어졌냐.”

  “아후...!”

  몸서리를 치는 아들이었다. 설득이 되나 싶더니 싸가지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계가 온 모양이었다. 어머니(상담사)가 입을 뗐다.


  “어머님 가만히만 계시면 잘 산대잖아요. 아들이 지금까지 혼자 객지에서 고생하다, 좋은 여자 만나서 알콩달콩 잘 사는데, 어머니 때문에 이혼하면 어떻게 하실래요. 아들한테 평생 그 소리 들으며 살 자신 있으세요? 그리고 아들도 이제 나이가 마흔인데 만약 아들이 장가 못 가면 어떡할래요? 아들이 돈이 있어 뭐가 있어. 지금까지 어머니 도와주느라 돈도 모으지 못했다는데, 아들이 장가가지 못하고 혼자 살고 있는 걸 바라셔요?”


  이때부터 펑펑 우는 시어머니였다. 자기가 남편을 여의고 지금까지 혼자 살아 봤으니 그 고통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우는 것이었다.


  “선상님... 그럼 선상님 생각에는 내가 가만히만 있으면 되것소?”

  “어머니, 그게 아니라. 며느리에게 가서 사과하셔요.”

  “우째 내가 사과를 한다요!”

  울다가 버럭 소리를 높이는 시어머니였다. 어머니(상담사)는 침착하게 설득했다.


  “그래도 사과하셔요. 며느리가 지금 안 산다고 이혼을 요구하고 있는데, 어머님이 사과 안 하면 두 사람 못살아요. 특히 생일 때 며느리가 얼마나 존재감을 잃고 집에 왔는데요. 어머님 생각해 보세요. 생일에 시어머니가 대접해준다고 해서 갔는데, 대접은커녕 쫄쫄 굶고 왔잖아요. 고기도 며느리한테 뭐 먹을 거냐고 묻지도 않고, 어머니 딸이 좋아하는 돼지갈비만 시키셨다면서요. 소고기는 달랑 1인분만 시켜주고. 그런 상태에서 고기가 넘어가겠어요? 가서 사과하셔요.” 

  “그래도 나는 못한 다요!”

  절대로 사과는 할 수 없다는 시어머니였다. 그러자 어머니(상담사)가 남편에게 말했다.

  “남편, 들으셨죠? 이만큼 했는데도 어머님이 사과를 못한다고 하면 틀린 거예요. 그러니까 이제 남편이 선택하세요. 아내를 정말 사랑하고 이혼할 마음이 없으면, ‘나 가족이랑 연 다 끊는다.’ ‘명절에도 아무 데도 안 가고, 엄마랑도 연락 안 하고 당신만 보고 살 거다.’ 그렇게 말하세요.”

  “우째 아들이랑 연을 끊으라는 거래요! 평생 절교하고 살으란 말이여!”

  어머니가 냉철한 표정으로 입을 뗐다. 


  “어머님이 방금 말씀하셨잖아요. 절대로 사과는 못한다고. 그러면 방법은 두 개뿐이죠. 아들이 엄마와 연을 끓던가, 아니면 아내와 이혼을 하던가. 아드님. 어떻게 하실래요?”

  남편은 오랫동안 고민하더니 입을 뗐다.

  “엄마랑 연 끊겠다고 할게요.”

  “뭐?! 너 미쳤냐!”

  아들의 말에 팔딱 뛰는 시어머니였다. 그러자 아들이 버럭 소리를 쳤다.

  “그럼 어떡해! 지금 엄마 때문에 이 난리가 났는데, 나보고 이혼하라고 종용하는 거예요, 뭐예요!”

  아들과 시어머니의 말싸움이 이어졌다. 아들은 엄마가 절대 사과 못하면 나도 이혼할 생각 없으니까 가족과 연을 끊겠다고 다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시어머니는 또다시 한 바가지 눈물을 흘렸다. 마음이 불편한 건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가족과 연을 끊는데 마음이 편할 리가 없었다. 더군다나 지금까지 몇십 년을 혼자 산 어머니가 아닌가.


  “....알겠다...내가 사과 하마... 그럼 되지...?”

  “그래 어머님, 한 번만 꾹 참고 사과하세요. 그러면 나중에 자식들이 다 잘할 거예요.”

  “선상님 믿고 합니다...”

  결국 대장정 끝에 사과를 하기로 한 시어머니였다. 어머니(상담사)는 시어머니가 잊어먹을 까 봐 사과할 목록을 적어주었다.

  “어머니, 가서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시고, 사과만 하세요? 네? 첫째. 우리 애 고등학교 이후 잘 돌보지 못한 거 미안하고, 둘째 결혼할 때 돈 백만 원 지원해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셋째, 결혼해서 허구한 날 쓸데없는 소리에 참견하고 일하는 데 시간 뺏어서 미안하고, 넷째 생일날 뭐 좋아하는지, 뭐 먹을 건지, 물어보지도 않고 내 딸이 좋아하는 돼지갈비 시켜서 미안하고, 다섯 번째, 쫄쫄 굶고 갔는데 전화 한 통 안 한 것도 미안하고, 여섯 번째, 생일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 안 해서 미안하고, 앞으로 명절이나 큰 일 있을 때만 와라. 이렇게 말씀하세요. 아셨죠?”

  어머니는 목록에 적은 걸 그대로 읽은 뒤 시어머니에게 넘겨줬다. 사과 목록을 한참이나 보더니 입을 떼는 시어머니였다.


  “진짜 힘드네요, 진짜 힘들어. 내가 살다 살다 며느리한테 이런 것도 다하고., 남한테 사과 한번 한적 없는데. 내가 참 문제가 많은 시어머니네요. 그죠잉?”

  그러고서는 아들을 보고 말하는 시 어머니였다.

  “내가 꼭 이래야 쓰것냐?

  아들이 대답하지 않자 시어머니가 다시 물었다.

  “네 생각에는 내가 이거 다 해야 쓰것냐고.”

  “엄마 마음대로 해요.”

  “그래 어머니 마음대로 하세요.”

  아들이 말했고, 어머니(상담사)가 이어 말했다.

  “알겠수다. 상담소 온 김에 지금 가지, 뭐.”

  그렇게 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시어머니였다. 어머니(상담사)는 누구든지 잘못하면 사돈이든 팔촌이든 임금님이든 대통령이든 다 사과하는 거니까, 자존심 상해하지 말라고 했다. 시어머니는 듣는 둥 마는 둥 했지만, 어찌 됐든 사과를 한다고 했으니 그 후를 지켜봐야 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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