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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아론 Nov 20. 2020

[사례14]_부부상담(2화): 외톨이가 된 아내




 [사례14] 외톨이가 된 아내

     

  2개월 후 부부가 다시 상담소를 방문했다. 남편이 식구들을 불러 오해를 풀고, 시어머니도 더는 전화하지 않기로 했는데, 다른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었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아내의 생일이 다가올 무렵이었다. 시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화를 안 하려고 했는데, 그래도 처음 맞는 생일이니 축하를 해주겠다는 말이었다. 아내는 못 미더웠지만 남편이 그녀를 설득했다. 이참에 시어머니에게 대접 좀 받으라는 것이었다. 결국 아내는 어쩔 수 없이 생일날 시댁으로 향했다. 그리고 시누이도 하루 차이로 생일이라 함께 축하기로 했다.


  그런데 아내는 시어머니 집에 들어서자마자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맞이했다. 생일이니 오라고 해서 왔는데, 시어머니가 아무것도 해 논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남편이 아무 요리도 하지 않았냐고 묻자, 시어머니는 너희 생일을 왜 나 혼자 차리냐며 오히려 반문했다. 아내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당황스럽기는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엄마에게 생일인 사람이 밥하고 요리하면 그게 생일이냐고 따졌다. 하지만 엄마는 지금부터 하면 된다며 천하태평한 소리를 했다. 남편은 이 시간에 언제 시장 보고 밥 하냐며 나가서 먹자고 했다. 결국 남편이 고깃집을 예약하고 시누이와 함께 식당으로 향했다.


  이때 아내는 이미 시어머니에게서 마음이 떠난 상태였다. 생일이니 챙겨줄 것처럼 오라고 하더니, 경우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고기 집에서도 연달아 터졌다. 시어머니는 생일인 아내에게 뭐 먹을 거냐고 한 마디도 묻지도 않고, 시누이가 좋아하는 돼지갈비만을 시켰다. 문제는 아내가 돼지고기를 전혀 먹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돼지갈비가 나오고 아내가 먹지를 않자 시어머니는 왜 먹지 않느냐고 물었다. 아내가 돼지고기를 먹지 못한다고 하자, 식구들은 세상에 돼지고기를 못 먹는 사람이 어디 있냐며 오히려 아내에게 핀잔을 줬다. 남편이 옛날부터 먹지 못했다고 변호하자, 그제야 시어머니는 소고기 1인분만을 달랑시켰다. 아내는 그게 너무 서운했다. 생일인데 뭐 먹을 거냐고 묻지도 않고, 시누이가 좋아하는 돼지갈비만 시키고, 나는 1인분만 달랑 주문하는 게 마치 ‘옜다 먹어라.’ 하는 듯 한 느낌이었다.


  거기다 식구들 그 누구도 아내에게 생일 축하한다는 말조차도 꺼내지 않았다. 한쪽 구석에서 소고기가 나오는 게 보이는데, 아내는 꼭 왕따 당하는 기분이었다. 이미 마음이 상할 때로 상해 아내는 도저히 소고기가 목구멍에 넘어가지 않았다. 남편이 왜 먹지 않느냐고 물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너무나도 괘씸해 시누이에게 줄 선물도 주지 않았다. 그래도 생일이고 하니 선물을 챙겼는데 줄 마음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렇게 아내는 쫄쫄 굶은 채 아무것도 먹지 않고 식당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카운터를 봤는데, 황당하게도 남편이 계산을 하고 있었다. 아내는 그 모습을 보고 자괴감이 일어났다. 시어머니가 전화로 생일이라고 챙겨줄 것처럼 말하더니 막상 집에는 아무것도 없고, 고깃집에서 뭐 먹고 싶은지 한 번도 묻지 않고, 시누이가 좋아하는 것만 시키고, 기껏 소고기를 시켜준다는 게 달랑 1인분만 시키고, 심지어 계산까지도 남편이 하는 것을 보고 내가 뭐가 부족해서 이런 대접을 받고 살아야 하는지 존재감을 상실했다. 아내는 차에 탄 뒤 너무 서러워 조수석에서 눈물을 흘렸다. 남편이 시큰둥하게 왜 우냐고 묻자, 아내가 소리쳤다.


  “야! 이게 대접받은 거냐! 너네만 잘 처먹고, 나는 쫄쫄이 굶고 가는데 이게 대접받은 거냐!”

  “네가 안 먹었잖아!”

  “너 같으면 거기서 먹겠냐!”

  “왜 못 먹는데!”


  남편도 참지 못해 소리쳤다. 남편은 아내의 마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소고기를 시켜줬는데, 왜 먹지 않는지 남편도 화가 난 상태였다. 어머니는 부부의 이야기를 듣고 아내에게 물었다.


  “어떤 점이 제일 섭섭했나요?”

  “처음부터 끝까지 다요. 생일이라고 오라고 하더니, 같이 시장을 보자고 하질 않나, 고기 집에서 생일인 제 의견은 묻지도 않고 자기들이 좋아하는 돼지갈비만 시키지 않나, 먹지 못한다고 하니까 달랑 1인분만 시켜주면서 먹으라고 하는데 원장님 같아도 섭섭하지 않겠어요?”

  “섭섭하죠. 충분히 섭섭하고 말고요.”

  어머니는 아내의 말에 공감했다. 남편이 그래도 가족들끼리 모인 자리인데 좋게 먹을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묻자, 아내가 벌떡 일어서더니 남편에게 욕을 했다.

  “이 미친놈아! 너? 또라이야?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 나보고 거기서 고기를 먹으라고?”

  아내는 이때부터 완전히 변한 상태였다. 첫 상담 때는 조곤조곤 조리 있게 말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내가 이런 수준 낮은 것들이랑 있느니 차라리 이혼을 하는 게 낫겠다고 했다. 남편은 차분했던 아내가 욕하는 걸 보고 놀라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원장님. 저희 이혼하게 해 주세요. 네? 저는 절대로 이렇게 못살아요.”

  아내는 어머니(상담사)를 보고 간절히 부탁했다. 이혼을 완전히 결심한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어머니(상담사) 입장에서는 부부가 시어머니 때문에 이혼을 한다는 게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래서 한 번만 더 아내를 설득했다.


  “저는 아내분이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겠는지 이해가 가요.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 시어머니가 잘못한 게 맞아요. 그리고 아까 한 검사지 결과를 보니까 지금 우울증도 있고,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어요. 그런데 제가 부부 상담을 하면서 제일 안타까운 게 이런 상황이에요, 부부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고부갈등 때문에 이혼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한 번만 시어머니를 상담소로 데리고 오세요. 시어머니 오면 제가 아내분이 힘든 거 이야기하고 해결해 드릴게요.”

  “원장님, 저는 정말로 살 생각이 없어요...”

  모든 걸 체념하듯 말하는 아내였다. 남편은 옆에서 연신 한숨만 쉬었다. 결국 어머니(상담사)는 시어머니를 데려오라고 한 뒤 상담을 마쳤다. 시어머니의 행동만 교정시키면 부부 사이가 다시 좋아질 수 있다는 걸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Q&A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전화를 자주한 이유


  나는 의문이 하나 있었다.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왜 그렇게 전화를 하냐는 것이었다. 시어머니 노릇을 하고 싶어서? 남편 없이 혼자 산다고 했으니까 외로움이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하지만 결혼하기 전에는 아들에게 전화를 했는데, 왜 갑자기 며느리에게 하는 거지?


 나는 시어머니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생각에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전혀 의도 파악이 되지 않았다. 어머니(상담사)에게 이유를 묻자 대답했다.

  “아들이 보고 싶어서 그런 거야.”

  “아들?”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면 아들에게 전화하면 되는 거잖아?”

  “평소에 아들이 전화를 받아주지 않아서 그래. 아들이랑 대화가 잘 통하고 친하면 며느리한테 전화할 이유가 없지. 바로 아들한테 전화하지.”

  “그러네...”


  나는 아들도 자기 엄마의 전화를 받는 걸 극토록 싫어했던 걸 떠올렸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아들도 엄마를 피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그런 엄마는 과연 아들로부터 무엇이 결여된 것일까? 그러던 중 정답이 뇌리를 스쳤다. 


  “엄마, 시어머니가 며느리한테 계속 전화한 이유가, 아들이 보고 싶어서라고 그랬잖아.”

  “응.”

  “그러면,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전화를 한 이유가 아들로부터 관심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서겠네?”

  “웬일이야? 그런 거 까지 맞추고?”

  나는 의기양양했다. 어머니가 보충 설명을 했다.

  “맞아. 부모와 자식이 서로 친하면 며느리한테 전화하지도 않아. 오히려 반대로 전화 오는 걸 귀찮아하지. 왜? 이미 관심에 대한 욕구가 충족되고도 남았으니까. 그런데 지금처럼 부모와 자식이 서로 친하지 않으면, 부모가 자식에게 애착을 갖게 돼. 괜히 아들을 며느리에게 빼앗긴 마음이 들어서 집착하고 간섭해서 고부갈등이 일어나는 거야.”


  물론 어머니는 고부갈등이 다 이런 유형은 아니라고 했다. 자기가 시집살이를 했으니, 똑같이 며느리에게 시집살이를 시킨다던가, 자기가 너무 시집살이가 힘들어서 며느리에게만큼은 그런 것을 시키지 않으려고 하는 시어머니도 있다고 했다. 그러니까 고부갈등은 성향과 환경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이번 사례는 시어머니가 아들에 대한 관심을 ‘며느리’라는 매개체를 통해 받으려고 하는 경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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