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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아론 Nov 25. 2020

[사례15]_부부상담(1화): 아내에게 생긴 다른 남자




  [사례15] 아내에게 생긴 다른 남자


  젊은 부부가 상담소를 방문했다. 이유는 아내가 바람이 났다는 것이었다. 아내가 바람이 난걸 알게 된 경위는 다음과 같았다. 남편은 평소에 워낙 깔끔한 성격인데, 집에서 정리정돈을 하다 장롱 안에서 웬 편지 한통을 발견했다, 뭔가 하고 편지지를 펼쳤다가 남편은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어느 남자가 아내에게 고백을 하는 내용의 편지였기 때문이었다. 

  ‘그대가 내 곁에 있어도 그립다.’ ‘ㅇㅇ 씨 사랑합니다.’ ‘어제는 더 행복해 보여 좋았습니다.’ 라는 글귀였다. 남편은 그 편지를 보고 지구가 무너지는 거 같은 느낌을 받았다. 바로 찜질방에 간 아내를 찾으러 나섰다. 하지만 어디에도 아내는 보이지 않았다. 거기다 휴대폰도 꺼져 있었다. 남편은 심장이 멈출 것만 같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궁리한 결과 모른 척 하기로 했다. 다음 날, 회사에 연차를 쓰고 아내를 미행했다. 그리고 외도 장소에서 아내는 남편에게 모든 걸 들키고 말았다. 


  남편은 상담소에서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 제가 돌지 않은 게 다행입니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눈 뒤집혀서 살인이라도 났을 겁니다!”


  그 와중에도 아내는 조용 했다. 남편이 무슨 말이라도 해보라고 해도 전혀 자신의 입장을 말하지 않았다. 그런 아내의 모습에 남편은 더 답답해 죽으려고 했다. 어머니(상담사)는 하는 수 없이 남편에게 나가 있어 달라고 했다. 아내가 입을 열지 않으니 이따가 다시 부르겠다는 말이었다. 남편은 아내가 무슨 말을 할 줄 알고 나가 있으라고 하느냐며 항변했지만, 어머니는 설명을 다 해줄 테니 대기실에서 기다려 달라고 했다. 남편은 무슨 말이라고 해보라며 다시 타박하다가, 아내가 입을 열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화를 내며 상담실을 나갔다.


  아내와 단 둘이 상담실에 남자 어머니가 말했다.

  “아내분. 이제 말씀 해보세요. 외도를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거든요?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으니까 외도를 하는 거지, 세상에 어떤 부부도 부부관계가 좋은데 외도하는 경우는 없어요. 그러니까 편하게 말씀해 보세요. 저는 아내분을 비난할 의도가 전혀 없어요.”

  그제야 처음으로 입을 떼는 아내였다.

  “...그냥 남편과 이야기 하는 게 너무 답답해요.”

  “어떤 면에서 그런 걸 느끼시죠?”

  “그냥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머리가 아프고 숨이 막히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아내는 말끝을 흐렸다. 아내의 말을 들어본 결과 그녀는 지금까지 남편이랑 살면서, 단 한 도 편했던 적이 없었다고 했다. 남편은 항상 갈등이 있을 때면 수만 가지 말을 쏟아냈다. 듣고 있으면 무슨 말인지도 이해하기가 힘들뿐더러, 말을 꺼낼 타이밍조차 잡을 수 없었다. 그런 시간이 지속되다 보니 이제는 말 자체도 섞는 게 싫었다. 남편의 말을 듣고 있으면 머리가 아프고 숨이 막힌다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에 자기와 잘 맞는 남자를 만났다는 아내였다. 그는 조용하고 배려가 깊고, 무엇보다 따뜻한 사람이었다. 거기에 아내의 마음이 동요가 된 것이었다.

  “그러니까, 그 남자분이 남편보다 내 마음을 더 알아주고 따뜻한 걸 느꼈다는 거죠?”

  “네...”

  “그러면 지금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남편과 계속 사실 건지, 아니면 이혼을 할 건지 결정을 한 게 있나요?”

  “저도 마음이 편한 건 아니라..되돌릴 수만 있다면 되돌리고 싶어요...”


  아내는 외도를 한 게 잘못되었다는 걸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렇게 어머니는 아내가 왜 외도를 하게 된 건지 원인 파악을 한 다음 남편을 다시 불러들였다. 그리고 남편에게 아내가 외도를 한 이유에 대해 말했다. 


   결혼을 한 이후 남편이 하루도 편한 적이 없었고 대화를 할 때면 머리가 아프고 갑갑하다는 것이었다. 남편은 어이가 없었다. 자기가 말을 걸면 아내는 한 번도 진지하게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집안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기면 아내는 매우 귀찮아하며 항상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논리적인 대화로 답을 도출하고 싶어도 아내는 한 번도 응한 적이 없었다. 그런 사람이 대화를 할 때마다 머리아프다고 하니 이해 할 수 없었다.


  부부의 감각검사(V, A, K)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남편은 ‘청각’이 가장 높았고, 아내는 ‘신체감각’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머니는 감각 검사지 결과를 보고 왜 서로 대화가 통하지 않는지 알 수 있었다. 감각부터가 서로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부부에게 감각검사지에 대해 설명한 후, 검사 결과에 대해 말했다.


  “먼저 남편부터 말씀드릴게요. 남편 분은 청각이 가장 높고 그 다음으로 시각인데, 이 시각도 높은 편이에요. 반면 신체감각은 현저히 떨어져요. 이런 사람은 완벽주의자에 가까운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청각이 발달해 논리적인데, 시각까지 높아 조금이라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면 그냥 넘어가지 않아요. 눈으로 본걸 바로 말로 지적해야 하고, 집안도 항상 깨끗하게 정리정돈이 되어 있어야 해요. 예쁘고 날씬한 여자를 선호하고, 외모관리도 잘 되어 있는 사람을 좋아해요. 이건 스스로도 마찬가지고요. 자기관리를 열심히 하고, 분위기도 잘 읽을 줄 알고 처세도 정확해요. 사회생활도 잘하시고요.”


  하지만 어머니가 앞서 말했듯 남편에겐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바로 눈으로 보이는 걸 말로 지적을 한다는 것이었다. 남편은 아내가 청소를 했다고 해도 자기 눈에 차지 않으면 아내에게 잔소리를 했다. 아내와 외출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잠깐 바깥에 나가는 건데도 아내가 화장을 하도록 권유했다. 그리고 아내가 조금만 자기관리를 못하면 이를 캐치해 다이어트를 하라고 했고, 옷 하나도 대충입고 나가지 못하게 했다. 남편 입장에서는 아내가 연애를 할 때는 곧잘 잘 꾸미고 다녔는데, 집에서는 왜 저렇게 있는지 답답했다. 


  반면 아내는 신체감각(느낌감각)이 너무나 높고 청각이 많이 낮았다. 시각은 평균이었다. 아내처럼 신체감각이 높은 사람은 대화를 하는 것보다, 따뜻한 스킨십을 더 좋아한다. 조용히 손을 잡아 주거나 말없이 지그시 바라바 주는 것에 충족감을 느낀다. 그런데 남편은 신체감각이 떨어져 스킨십이 일절 없거니와 따뜻한 말 한마디도 건넬 줄 몰랐다. 아내가 기분이 어떤지 감정이 어떤지도 전혀 헤아리지 못했다. 아내의 감정은 조금도 알아주지 않고 이성적인 대화만 하려고 하니, 청각이 떨어지는 아내로서는 대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은 것이었다.


  어머니(상담사)는 부부에게 이 모든 걸 설명했다. 부부는 왜 우리가 그토록 맞지 않았던 건지 이번 기회에 알 수 있었다. 어머니가 부부에게 말했다.


   “이렇게 달라도 너무 다른데 두 분이 어떻게 결혼생활동안 부딪히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남편은 아내랑 다양한 대화를 하고 싶은데 아내는 들어주지 않고, 아내는 남편에게 따뜻한 말이나 다정한 스킨십을 받고 싶은데, 잔소리만 해대고 이런 두 사람이 행복할 수 있을 까요?”


  부부는 입을 떼지 못했다. 자기들이 봐도 서로의 욕구만을 채우려고 했을 뿐, 상대방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두 분이 직장 상사라면, 서로 어떻게 다른지 예를 들어 볼까요?”

  어머니가 말했다.

  “아마 남편은 부하직원이 조금만 잘못하면 지적하고 고치라고 할 거예요. 그런데 이게 매일 반복된다? 그러면 부하직원도 지쳐 나가떨어지죠. 위로의 말은 한마디도 안하고 계속 지적만 하니까요. 그래서 이런 상사를 둔 부하직원은 스파르타식으로 배워서 엄청나게 유능해 지거나 그대로 주저앉는 거나 둘 중 하나예요. 반면 아내 분 같은 사람이 직장상사면 어떨까요?” 


  어머니는 아내를 쳐다보고 말했다.

  “마음이 엄청 편하겠죠. 힘들면 힘들다고 위로도 해주고, 자기 마음도 잘 알아주니까요. 그런데 그 직원이 아내에게 무언가를 배운다고 하면, 남편에게 배운 것보다 더 잘 배울까요? 그건 또 아닐 거예요. 스스로 크거나 그냥 평범하게 배우면서 회사생활 하는 거예요.”

  부부는 공감된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가 남편을 보고 입을 뗐다.

  “남편분, 아내가 아까 상담 때 이혼할 생각 없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이제는 두 분이 잘 맞추면서 살아야 해요. 그런데 이게 머리로 이해가 된다고 해도 지금까지 했던 행동패턴들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건 아니잖아요. 그쵸? 그러니까 다음 주에 한 번 더 상담소로 오세요. 오셔서 내가 그동안 아내에게 무엇을 주었고, 아내는 남편에게 무엇을 주었는지 알아보는 인지 프로그램을 해봐요.”

  “알겠습니다.”

  “네..”

  부부는 대답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왜 그렇게 트러블이 생기고 갈등이 깊었는지 이해하고 납득 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Q&A 배우자가 외도를 하는 이유


  나는 이번 상담을 보며 배우자가 외도를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리 상담을 배우기 전까지만 하도라도 바람을 피우면 무조건 핀 사람이 잘못했다고만 생각했는데,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보통 어떤 경우에 배우자가 외도를 하는지 어머니에게 물었다.


  “엄마, 궁금한 게 배우자들이 외도를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어?”

  “그렇지. 지금까지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 없었어.”

  “어떤 경우에 그래?”

  내가 묻자 어머니가 대답했다.

  “사람마다 다 천차만별인데, 축약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어. 상대방으로부터 욕구 충족이  그래.”

  “욕구충족?”

  “응. 사람마다 다 배우자로부터 원하는 욕구가 있잖아? 그게 충족이 되지 않으면 외도를 하게 되는 거야.”

  나는 너무 포괄적이라 어머니에게 예를 들어달라고 했다.


  “예를 들면, 결혼을 해서 가정은 뒷전으로 하고, 너무 회사나 미션에만 치중하는 사람이 있어. 그러면 배우자가 외로움을 타서 외도를 하게 되는데, 그 사람은 억울하다고 하는 거야. 나는 힘들게 회사생활을 열심히 했을 뿐인데, 상대방이 바람을 폈다고 하는 거야. 자기가 가정을 돌보지 않은 건 생각 안하고.”

 “아...”

  나는 이해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 말고도 많이 있어. 배우자가 담배를 너무 많이 펴서 냄새 때문에 성적 매력이 떨어진다거나, 아내가 집에서 늘 후줄근하게만 있어서 성적매력이 없다거나, 배우자가 도박이나 게임, 다단계 같은 거에 중독 되서 자기가 할 일을 하지 못해도 외도를 하게 돼. 가정폭력도 마찬가지고.”


  나는 어머니 말을 들으며 모두 일리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외도라는 결과 뒤에는 모두 원인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떤 상황에서도 외도를 옹호하는 건 안 된다. 어쨌든 외도는 배우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 주는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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