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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아론 Apr 06. 2021

[상담 사례] 부모를 무시하고 동생을 때리는 아이




  상담소에 한 어머니가 전화 문의를 했다. 이유는 중학생이 된 아들이 있는데,  너무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학교생활은 잘하고 있으나, 늘 빈둥거리며 2살 차이 나는 남동생을 시도 때도 없이 괴롭힌다고 했다. 또 엄마 말은 듣는 시늉조차 하지 않고 심지어 무시까지 한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남편에게 그 사실을 알렸고, 남편은 큰아들을 때리는 걸로 훈육했다. 그럼에도 큰아들이 변하는 게 없이 매일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자 상담을 받고 싶어서 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시간이 없어서 아들만 상담소에 보내겠다고 했다.


  그렇게 첫 상담이 시작되었다. 환경 프로파일 검사지 결과 부모님이 맞벌이를 해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동생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다. 학교를 다녀와서 모든 생활을 동생과 각자 알아서 했다. 그런데 아이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 바로 자기만 호주에 있는 고모네로 보내진 것이었다. 부모님이 경제적 여건상 아이 둘을 감당할 수 없어서 큰애만 호주로 보냈다. 아이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때 버려진 기분이었어요. 동생은 빼고 저만 호주로 갔잖아요."


  아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호주에서 보낸 2년의 시간이 지옥 같았다고 했다. 한국도 아닌 외국에서 부모님 없이 보낸 그 시간이 너무 두려웠고 외로웠다고 말했다. 고모가 잘해줬지만, 늘 부모님이 그리웠다고 했다.


  아이의 심리상태가 나빠진 건 그 후부터였다. 2년간 호주에 있다가 한국에 다시 온 뒤로 아이는 부모님과 부딪히는 일이 많았다. 혼자 호주에 보내졌다는 상처 때문에 부모님의 말을 전혀 듣지 않았다. 부모님에게 반항하고 무시하며 동생과 매일 싸움이 벌어졌다.


적성검사, 태도 검사, 행동검사 결과 아이는 매우 자기중심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목표가 생기면 그 목표를 향해 재빠르게 행동으로 움직이는 유형이었다. 같은 상황에 있는 것을 못 견디고 빠른 변화를 원하며, 스트레스를 받으면 감정을 표출하다 못해 폭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가만히 한 곳에 머무르는 것을 견디지 못해 상담 중에도 왔다 갔다 하며 이야기했다.


 이런 아이의 행동을 산만하다고 표현할 수도 있으나 이는 사람마다 태어날 때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감각 체계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시각, 청각, 신체감각(느낌감각)이다.


시각이 높은 사람은, 눈으로 보는 정보를 먼저 받아들이며 보는 것에 중점이 되어 삶에 구성을 이룬다. 하지만 부정적 환경에 노출되면 눈치를 보는 습관이 생기거나, 상처가 이미지로 남는다. 상대방이 나에게 한 말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그 상황 장면은 또렷이 떠오른다. 이때 심리 증상이 심하면 환시까지 볼 수 있다.


청각이 높은 사람은 듣는 것에 집중되어 있고 정보 수집을 듣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매우 논리적이며 대화를 즐긴다. 하지만 부정적 환경에 노출되면, 사람들이 한 말이 마음속에 각인된다. 그 소리와 말이 잊혀지지 않고 마치 들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심리 증상이 심하면 환청을 듣는다.


신체감각(느낌감각)이 높은 사람은 정보를 느낌으로 받아들인다. 조용한 것을 선호하며 정보를 천천히 받기 위해 신중한 자세를 취한다. 운동, 예술적인 분야에 관심이 있다. 하지만 부정적 환경에 노출될 경우, 느낌으로 받기 때문에 몸이 이유 없이 아플 때가 있다. 머리와 배가 아픈 것처럼 신체적인 아픔을 호소한다.


아이는 감각검사 결과 신체감각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따듯한 사랑과 스킨십이 필요했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엄마의 품은 거의 동생이 차지했다. 부모에게 다가갈 기회가 없었고, 엄마는 청각이 높아 늘 아이에게 지적하고 잔소리를 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그럴 때마다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아 몸이 아프다고 호소했는데, 부모님은 끄떡하면 꾀병을 부리는 걸로 치부했다. 몸이 아파 학교를 가기 힘들다고 하면 또 저런다며 아이의 고통을 알아주지 않았다.


아이가 동생은 괴롭힌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먼저 홀로 호주에 보낸 게 문제였다. 동생은 부모님과 함께 있는데 나만 버려졌다는 생각에 동생에게 질투심을 느꼈다. 하지만 부모님은 이런 아이에 대한 상처를 전혀 알아주지 않았다. 그저 아이가 동생을 괴롭히는 현상만 가지고서 아이를 나무랐다.


  그러다 보니 아버지가 아이를 때릴 때가 많았는데, 아이는 동생이 보는 앞에서 맞는 상황이 수시로 발생했다. 그로 인한 자존감 상실. 그리고 자신만 피해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에 더욱 분노했다. 그 분노가 또다시 동생을 때리고 괴롭히는 것으로 이어졌다. 그로인해 형제는 원수 같은 사이가 되고 말았다. 가족 상담을 할 때 동생은 형이 차에 치어 죽었으면 좋겠다고 했고, 형 역시도 동생이 차에 치어 죽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가족프로파일 검사 결과 아이는 자신이 가족에게서 필요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엄마는 내가 어리기 때문에 경제적 지원과 보호가 필요해 있는 존재이고, 아빠는 쓰레기라고 말했다. 아이는 홀로 호주에 갔을 때부터 부모님에 대한 신뢰가 깨져버렸고, 자신은 가족의 구성원에서 이탈되었다고 여기고 있었다.


두 번째 상담은 가족상담을 진행했다.

그리고 부모님을 앉혀놓고 큰아이가 왜 이런 상태가 되었는지 그 원인에 대해 이야기했다.


먼저 큰아이가 홀로 호주에 갔을 때, 부모님에게 버려졌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부모님은 당시 아이게 받았을 상처에 대해 전혀 알아주지 않은 게 문제라고 했다.

이것이 시발점이 되어 동생을 질투하며 괴롭히는 것으로 이어졌고, 부모님은 동생을 괴롭히는 그 현상만 가지고 큰아이를 나무라고 있다고 말했다. 한 번이라고 아이를 호주로 보낸 것에 대해 사과한 적이 있냐고 묻자, 부모님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또 아이가 몸이 아프다고 하는 것은 꾀병이 아니라 신체감각이 높은 사람에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해주었다. 부모님은 아이가 왜 동생을 괴롭히고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인지 이해하게 되었다.


그 후로 상담은 아이가 아니라 부모님 위주로 진행했다. 

<부모 입장에서 큰아이를 바라보기>, <큰아이와 갈등을 일으킬 때 잘못했던 행동 교정하기>, < 잘못된 교육방법 교정하기> 등을 진행했다.


그 결과 부모님은 그간 큰 아이가 받았을 상처를 완벽히 이해했다. 먼저 아이에게  호주로 혼자 보낸 것에 대해 사과했다.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 주지 못하고, 동생을 괴롭히고 때린 것에 대해서도 사과를 했다. 또 아이가 신체감각이 높다는 것을 알고 스킨십을 해주고 부모에 대한 따듯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행동했다.


이렇게 부모님이 변화가 오자 아이도 자연스레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인지치료를 통해 자신이 호주로 갈 때, 동생은 8살이라 선택할 수 있었던 게 아무것도 없었음을 깨달았다. 아무 잘못이 없는 동생을 괴롭히고 때린 것에 대해 사과했다. 부모님의 큰아이에 대한 사과와 화해가 일어나자, 형제도 사과와 화해가 일어났다.


아이는 이제 자신도 가족의 한 구성원임을 느끼게 되었다. 부모님이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마지막 상담시간에 아이에게 질문했다.


  "아직도 아빠가 쓰레기 같니?"

  "아니요!"


  아이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힘차게 대답했다. 상담 초반에 아이는 자신의 정체성을 '굴러다니는 돌'이라고 표현했다. 머무를 곳 없이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돌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는 정체성 치료를 통해 '잠자리로' 탈바꿈했다. 파란 하늘을 날기 위해 많은 능력을 소유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동생도 이제는 형이 두렵지 않다고 했다.


자녀 문제는 부모의 잘못된 양육방식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이번 사례를 통해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와 '개는 훌륭하다' 보면, 심리상담이랑 똑같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문제가 있는 개는 견주에게 문제가 있듯이, 

문제가 있는 자녀도 부모에게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견주나 부모나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인지하지 못합니다.

(100%는 아니지만 상담의 대다수가 부모에게 문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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