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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내담자가 있었다. 하지만 매년 시험에서 떨어져 자신감도 떨어지고 말았다. 그러는 동안 동생은 대기업에 취업해 주위 사람들로부터 부러운 시선을 받았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내담자의 엄마가 내담자를 지난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공무원 시험을 3년간 치르는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다 때려치우고 돈이나 벌라는 것이었다. 또 대기업에 다니는 동생과 대놓고 차별을 하며, 내담자만 보면 못마땅하다는 시선을 했다. 늘 잔소리와 비난이 따라다녔고 그를 응원해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내담자는 자존감이 밑바닥까지 떨어져 우울증에 걸리고 말았다. 급기야는 손목을 그어 자살시도까지 했다. 이때쯤이면 아들의 심각성을 알아야 하는데, 엄마의 비난은 멈추지 않았다. 그래 차라리 나가 죽으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엄마의 폭언이 멈추지 않자 내담자는 두 번이나 더 자살시도를 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그리고 너무나 힘들다며 상담소를 찾아왔다.
내담자가 상담소에서 원장님에게 한 말은, 엄마 때문에 미쳐버릴 것만 같다는 말이었다. 패배자가 된 기분이고 모든 걸 다 포기하고 싶다고 했다. 원장님은 내담자의 이야기를 듣고 바로 대기실에 있는 엄마를 불렀다. 내담자가 자살충동을 느끼고 우울증에 걸린 원인이 바로 자기 때문이라는 걸 알아야 해서였다. 내담자 엄마가 자리에 앉자 원장님이 말했다.
“어머니. 아들한테 이야기 들었는데,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거 가지고 잔소리하고 비난한다면서요. 지금 아들이 울증이 심해서 그런 부정적인 감정 주면 안 돼요. 아들이 죽고 싶은 이유가 어머니 때문이래요.”
그러면 내담자의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답했다.
“에이그~ 그게 한두 번이에요? 죽을 사람은 접시 물에 빠져도 죽는다는데, 자살을 세 번이나 시도해서 안 죽었으면 죽을 사람이 아닌 거죠~”
그리고 아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야, 너만 괴롭냐? 나도 괴로워. 무슨 공무원 시험 준비를 3년이나 해. 안 되면 때려치우고, 나가서 알바라도 하든가 돈을 벌어야지. 언제까지 밥만 축내면서 있을 거냐!”
“어머니. 어머니가 지금 그렇게 행동하니까 아들이 더 집중을 못하는 거예요. 응원해줘도 모자랄 판에, 아들을 비난하고, 공부하고 있으면 괜히 방에 들어와서 잔소리하는데 집중이 되겠어요? 그리고 아들한테 나가 뒤지라니요. 그러다 진짜 죽으면 감당하실 수 있으세요?
“아이구~ 안 죽어요 안 죽어~ 죽으려면 진작 죽었어야지.”
이렇듯 내담자의 엄마는 아들의 심각성을 전혀 알지 못했다. 원장님이 몇 번이나 아들의 증상에 대해 설명하고 상처가 얼마나 큰지 말해도 귓등으로 듣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결국 원장님은 상담을 포기하기로 선언했다. 이래서는 내담자를 치료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내담자가 상담을 해달라며 애원했다. 상담이라도 해야지 자기가 살 거 같다는 말이었다. 결국 원장님은 어쩔 수 없이 내담자만 상담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천천히 엄마를 설득시켜 보기로 했다. 하지만 내담자의 엄마는 몇 달 동안 자신의 잘못된 언행을 전혀 고치지 않았다. 오히려 아들을 더 압박하며 힘들게 했다. 그리고 어느 날, 돌연 내담자의 엄마가 홀로 상담소를 찾아왔다. 그리고 하는 말은 아들이 바뀐 게 하나도 없다며 상담비가 아깝다고 했다.
원장님이 말했다.
“지금 바뀌어야 할 사람은 아들이 아니라 어머니라니깐요. 어머니가 바뀌어야 아들도 바뀌는 거예요.”
“내가, 바꿀 게 뭐가 있다고 그래요? 오늘 이후로 상담 안 할 테니까 그런 줄 아세요.”
그런 후 빨리 미리 결제한 상담료도 환불에 달라는 내담자의 엄마였다. 원장님은 환불을 해주며 말했다.
“좋아요. 어머니 뜻대로 하시는데, 정말 나중에 후회할 일 생겨도 몰라요.”
“후회할 일은 무슨,”
그 말과 함께 상담소를 박차고 나간 내담자의 엄마였다.
그리고 보름이 지났을까? 내담자 엄마가 상담을 예약했다. 원장님은 생각이 바뀐 건가 싶어 희망을 안고 내담자의 엄마를 맞이했다. 그런데 현관문을 여는 순간, 내담자의 엄마가 철퍼덕 주저앉더니 엉엉 울기 시작했다.
“어떻게...어떻게...우리...애...갔어요....”
원장님은 그 소리를 듣는 순간 가슴이 쿵 주저앉았다.
“그런데 왜 오셨어요?”
원장님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선생님 우리...애....어떡해요....”
“어머니. 나 지금 어머니 얼굴도 보기 싫고, 어머니랑 말하기도 싫고, 우는 것도 보기 싫고, 어머니 말에 대답도 하기 싫고요. 아무 말도 하기 싫으니까, 그냥 가세요. ”
“선생님 까지 이러면 내가 어떻게 살아요...죄의식에 어떻게 살아요. 제가 죽인 거잖아요...”
‘그래 당신이 죽인 거 맞아.’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원장님은 가까스로 참았다. 그만 가시라고 몇 번이나 말했지만 그녀는 미동도 울기만 했다. 원장님이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지난번에 상담 끊을 때 내가 뭐라고 했어요? 후회할 일 생긴다고 그랬죠? 큰아들 그러다가 큰일 날 수도 있다고 몇 번이나 말했죠?”
“우리 작은아들도.. 형 죽은 집에서 못 산다고 나간대요.... 보따리 싸가지고 나갔어요...”
작은 아들은 형과 엄마의 싸움으로 인해 지칠 때로 지친 상태였다. 그러던 중에 형이 화장실에서 목매달아 죽은 걸 보고 충격이 큰 모양이었다. 상태였다.
“어머니는 스스로 자식들 인생 다 망가트린 거예요. 작은 아들 인연도 어머니가 끊으신 거니까, 스스로 받아들이세요. 난 이제 어머니 볼일도 없고, OO이가 죽어서 어머니랑 이야기도 하기 싫으니까, 여기 와서 이러지 말고 그만 돌아가세요.”
원장님은 그 말을 끝으로 뒤돌아 상담실로 들어갔다. 내담자 엄마는 결국 울면서 상담소를 나갔다. 원장님은 억장이 무너진 가슴을 안고 상담실 의자에 앉았다. 이런 일은 지금까지 한 번도 벌어진 적이 없었다. 처음으로 상담을 받던 내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순간이었다. 그러다 보니 원장님도 후회스러웠다. 무슨 일이 있어도 상담을 끊지 못하게 할 걸. 아이만이라도 상담을 하게 해 줄 걸. 그러면 적어도 살 수는 있었을 텐데... 그런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 이후로 원장님은 한동안 환경치료가 되지 않아도 내담자만 상담을 한 경우가 더러 있었다. 하지만 그럴 때면 여지없이 실패로 돌아왔다. 아무런 효과가 없자 어떤 내담자는 원장님을 비난하기도 했다. 상담을 해도 아무 의미가 없고 돈만 아깝다는 말이었다. 그럴 때면 원장님은 좌절감을 느꼈다. 안 될 줄 알면서도 끌고 온 게 정답이 맞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원장님은 지금도 환경치료가 안되면 흔들린다고 했다. 내담자를 계속 끌고 가야 할지 포기해야 할지 혼란스럽다고 했다. 내담자가 치료되지 않으면, 모든 비난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많은 부모들이 이 글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으면 좋겠다. 과연 자녀가 잘못된 데에는 자신들의 행동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는지. 과거부터 현재까지 모두를 통들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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