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애를 처음 만났을 때 그만 빠져버리고 말았다. 고고하며 고요한 그 애의 심연 속을 헤엄쳐 다녔다. 이곳엔 오직 나만 있었고, 나는 청연한 그 애의 물빛이 좋았다. 가만히 둥둥 떠다니고 있을 때면 미친 듯이 사무치기도 했지만, 두 팔로 그 애를 끌어안을 때면 따스함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단 한 번도 내 품에 들어온 적이 없었다. 나는 또다시 헤엄치며 그 애를 찾았다. 아니, 그 애가 나를 먼저 찾아 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 애는 점점 더 깊어질 뿐이었다. 나는 지쳐 가라앉았다. 후회도 되고, 원망도 되고, 제발 좀 그만 하라며 소리도 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감은 눈을 떴을 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애는 늘 이런 식이 었던 것이다. 마치 자신이 구원자라도 되는 것 마냥 그 애의 마음속에 뛰어들었던 이들. 그들은 함부로 그 애를 구하려 들었고 마음처럼 되지 않으면 화를 내거나 스스로 지쳐 떠났다. 그들이 이곳에 잠겨있었다. 나는 그애에게 편입되는 또 하나의 심연이었다. 나는 빠져나오려 발버둥 쳤다. 그들과 똑같은 사람이 되기 싫다며, 오히려 그 애에게 구해달라고 말했다.
가까스로 물 밖으로 얼굴을 내밀자, 그 애가 눈앞에서 울고 있었다. 나는 소매로 그 애의 눈물을 닦아 주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게.
내가 말했다.
노력하지 않고 그냥 옆에만 계속 있어줄게.
나는 내가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어느새 붉은 노을이 모락모락 지고 있었다. 나는 벤치에서 일어나 훌쩍이고 있는 그 애에게 말했다.
집까지 바래다줄게. 가자.
나는 일어서라며 손을 내밀었다. 그 애가 내 손을 잡았다. 나는 역시 빠져들고 있음을... 그 애의 온기를 느낄 때마다 하는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