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이코패스
2) 법의관
3) 프로파일링
순으로 진행합니다.
1) 사이코패스
크게 반사회성 인격장애의 범주에 들어가는 질환이다. 반사회성 인격 장애는, 사회의 도덕과 규범을 지키지 않고 자기 이익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을 말한다. 창작물에 나오는 깡패가 반사회성 인격장애에 가장 근접한 캐릭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이코패스는 깡패처럼 대놓고 자기 힘을 과시하거나 타인을 찍어 누르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내 마음을 꽁꽁 숨겨놓고 암살자처럼 행동한다. 누군가가 나에게 피해를 주거나 감정이 상하는 일이 발생하면 깡패처럼 바로 주먹이 나가는데 아니라 계획적으로 행동해 복수한다. 그래서 살인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그 사람이 사이코패스인지를 모른다.
그렇다면 사이코패스(Psychopath)는 왜 생기는 걸까? 먼저 뜻을 알아보자.
사이코(psycho)는 ‘정신’, ‘심리’라는 뜻이고, 패스(-path)는 ‘이상’ ‘결핍’ ‘아픔’, ‘고통받다.
라는 뜻이다. 곧 정신이나 심리적으로 아프고 고통받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필자는 이 뜻에 100% 공감하는데, 실제로 상담받는 사이코패스 기질을 가지고 있는 내담자를 보면 정신적 고통이 상당하다.
예를 들면 내가 왜 사람들 앞에서 웃어야 하는지, 밝은 척해야 하는지, 좋은 사람인 척해야 하는지 괴로워한다.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없는데 상황상 어쩔 수 없이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이성 친구와 데이트를 해도 마찬가지다. 내가 왜 이 사람이랑 이러고 있는지 자신에게 경멸을 느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표면적으로 티를 내지 않는다. 사회생활을 해야 하고, 그래야 자신이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사람인 척 연기를 하면서 정신적 고통을 받는다. 그러다 만약 내 감정을 상하게 하는 일이 발생하면? 영화나 드라마처럼 살인을 저지른다. 그래서 ‘암살자’라는 표현을 한 것이다. 실제로 상담사례 중, 길가에서 사람과 부딪혔다고 집에서 그 사람의 얼굴을 스케치한 뒤, 만나면 칼로 찌르려고 역을 배회한 내담자도 있었다.
사이코패스는 왜 이런 심리를 가지고 있는 걸까?
이것을 알아보려면 어린 시절 그들의 삶을 알아봐야 한다. 보통 사이코패스는 빠르면 소아기부터 ‘품행장애’가 나타난다. 반사회 인격장애처럼, 규칙과 규범을 지키지 않고 의도적으로 친구들을 괴롭히거나 다치게 만든다. 심지어는 살인까지 저지른 사례가 있다. 바로 영국의 최연소 연쇄살인범 ‘메리 플로라 벨(Mary Flora Bel)’이다. 10살에 2명의 아이를 죽였는데, 피해자는 4세와 3세였다. 사인은 질식사. 목을 졸라 살해했다. 그리고 탁아소에 자신이 살인자라는 메모를 남기며 육두문자를 남발했다. 심지어 피해자의 가족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일부러 찾아갔다. 그때 메리는 피해자 이모에게 이렇게 말했다.
“마틴 때문에 울었나요? 마틴이 그리운 거죠? 사실 마틴이 죽은 건 저도 알아요. 그 애가 관 속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보러 온 거였어요.”
피해자 이모는 메리를 내쫓았다.
필자도 상담소에서 일할 때 품행장애가 있는 아이를 본 적이 있다. 초등학생 남자아이였는데 황당하게도 의자를 여러 개 붙여놓고 그 위에 누워 상담을 받고 있었다. 더 가관인 건 그 아이가 한 말이었다.
“아~ 원장님 오늘도 10만 원 벌겠네요. 저 5천 원만 주면 안 돼요? 아~ 또 시계 보시나? 지금 제가 오자마자 시간 쟤고 있죠? 10만 원 벌기 참 쉽네요.”
“알았어요, 원장님. 5천 원 주면 제가 대답할게요. 5천 원만 주세요.”
“아, 또 10회기 또 결제할 때 다 왔네. 원장님 100만 원 한꺼번에 가져가서 뭐해요? 나도 원장님처럼 돈 벌고 싶다.”
처음에는 저게 정신 나갔나 싶었는데, 어머니의 말을 듣고 이해할 수 있었다. 아이가 저런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어른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라는 거였다. 가정 폭력이 일어나고 부모님이 거짓말을 하고, 학교에서도 선생님이 자기를 싫어하는 경험했기 때문에 어머니 앞에서도 예의 없는 행동을 한 거였다.
영국의 최연소 살인범인 ‘메리’도 마찬가지다. 그 아이가 불과 10살에 살인을 저지른 데에는 가정환경에 문제가 있었다. 메리 어머니는 매춘부였고 17살에 메리를 낳았다. 그리고 2년 동안 메리를 죽이려 하다 실패했다. 그리고 어린 메리를 성매매시켰다. 우리가 메리라면 어땠을까? 정말 지옥 같은 삶이었을 것이다. 똑같이 사이코패스가 되어 누군가를 죽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여기서 알아야 할 것. 메리의 엄마도 사이코패스라는 점이다. 딸을 죽이려 한 것은 물론, 성매매까지 시켰기 때문이다. 수많은 연쇄살인범을 우리는 사이코패스라고 말한다. 그런데 가족력을 보면 매리처럼 부모가 사이코패스인 경우가 많다. 자녀를 학대하고, 욕하고, 폭력을 시도 때도 없이 한다. 심지어 자식이 성인이 되어도 인격을 말살하는 언어를 쓴다. 그러다 보니 연쇄살인범 중에는 부모를 죽이고 다른 사람들까지 죽이거나, 이 감정을 사람을 죽이는 데 소비하고 결국 부모까지 죽이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상담사례도 이와 비슷한 경우가 있다. 부모가 성인이 된 자녀를 계속 욕하다가 결국 자녀의 감정이 폭발해 부모를 때리기 시작했다. 부모가 조금만 잘못하면 화부터 내고 주먹이 나간다. 도망을 치면 끝까지 쫓아가 잡아 온다. 부모를 때리는 이유는 피를 보면 해방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사이코패스 부모 밑에 자란 자녀가 결국 부모를 살해한 사례도 있다. 그 부모는 상담 때 자녀에게 잘못한 것을 사과하라고 해도 끝까지 잘했다고 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다.'라는 말이 있고, 사이코패스는 유전적이라는 이야기가 있는 것이다.
이렇듯 사이코패스는 가장 자신이 사랑하는 부모에게 폭력을 당하거나 학대를 받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사람이 싫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아이들은 기가 죽은 채로 학교에 가서 또 왕따를 당한다.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게 되면? 사람에게 상처를 많이 받아, 사람과 말을 섞거나 대하는 게 두렵다. 긴장을 해 알바나 일을 해도 계속 실수를 저지른다. 그러면 거기서 또 사장이나 직장 상사에게 욕을 먹고 알바에서 잘리거나 퇴사를 당한다. 상처가 하나 더 늘은 것이다. 이때부터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사회에 대한 불만과 반감이 커진다. 복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정에 이르면 ‘묻지 마 살인’을 벌이거나, 내 기분을 상하게 한 사람을 죽인다. 이것이 사이코패스가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여러 가지 루트 중 한 개다.
여기서 여러분이 사이코패스를 정말로 이해하고 싶다면, 영화나 드라마처럼 ‘살인자’로 보면 안 된다. 한 인간이 사이코패스가 되기까지 어린 시절부터 부모, 이웃, 학교, 선생, 직장까지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는지 알아야 한다. 이런 사람은 부정적 환경에 노출된 게 1~2년이 아니라 기본은 10년 이상이다. 이런 환경에 놓이면 필자든 여러분이든 누구나 사이코패스가 될 수 있다.
사이코패스는 왜 공감 능력이 결여됐을까?
흔히들 사이코패스는 공감 능력이 결여되고 다른 사람의 고통에 무감각하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한다. 실제로 사이코패스는 감정을 지배하는 전두엽 기능이 일반인보다 16%밖에 사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선천적이라고도 한다. 물론 선천적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많은 정신질환 중 선천적이나 후천적 사고를 통해 뇌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두엽 기능이 16%밖에 되지 않는 건, 16%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부정적인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도 있다.
실제로 이런 사례가 있다. 상담 때 초등학생 아이와 감정 카드를 가지고 감정에 대해 말하는 시간을 가졌다. ‘신난다.’라는 카드를 들고 아이에게 “언제 신났어?”라고 물었다. 그런데 아이는 ‘신난다.’라는 감정 자체를 몰랐다. “행복할 때는 언제야?”라고 물으면 행복이 무엇인지 몰랐다. 그렇다면 이 아이는 태생적으로 감정을 지배하는 전두엽 기능이 떨어져 ‘신난다.’와 ‘행복하다.’를 모르는 것일까?
그게 아니다. 아이의 ‘신난다’와 ‘행복하다.’라는 감정을 모른 이유는, 이것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 가정환경이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아이는 6살 때 부모님이 이혼하고 엄마랑 살았는데, 엄마가 밤만 되면 일하러 나갔다. 그러면 아이는 밤에 홀로 방치돼 울음을 터트렸다. 이걸 주민들이 발견해 신고를 하고 아이는 아동보호 센터로 인계가 됐다. 그런데 여기서도 문제가 생겼다. 아이는 아동보호 센터에 있는 청소년 누나들에게 벌을 받거나 괴롭힘을 당했다. 무려 2년간 말이다. 심지어 도망쳤다가 붙잡혀 온 적도 있었다. 이때 아이의 마음은 어떨까? 부모님과 떨어진 채로 엄청난 불안과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 이런 아이가 과연 ‘즐겁다’와 ‘행복하다’에 대한 감정을 알 수 있을까? 이 아이는 부모님에게 ‘감정을 표현하는 시간’이 없었고, ‘감정을 이해받는’ 시간이 없었다. 그러니까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래전 필자의 지인 중 이런 말을 한 사람이 있었다.
“나는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이해하는 걸 이해하지 못하겠어.”
당시에 나는 심리 공부를 하지 않았던 때라 오히려 지인을 이해하지 못했다. 누구나 힘든 시기는 있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지인이 그런 이야기를 했던 건 자신이 정신적으로 힘들 때, 이 감정을 받아주고 공감을 해준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와 비슷한 감정은 이성 친구를 사귈 때나 대인관계에서도 발생한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했는데, 상대방이 내 감정을 받아주지 않거나 공감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 나도 상대방의 이야기에 감정을 받아주거나 공감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진다. 사이코패스는 살면서 이런 경험을 너무나도 많이 했기 때문에 공감 능력이 결여되는 것이다.
[선역 창작 팁]
창작물에서 ‘사이코패스’하면 살인자나 악당부터 떠올리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역’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얼마든지 개그 코드를 넣을 수 있다. 우리가 예능에서 ‘바보 캐릭터’를 보고 즐거워하는 건 ‘허술함’에서 재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사이코패스도 마찬가지다. 일단 기본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감정을 공감하지 못하고 결여되어 있어 이 부분을 재밌게 연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의 감정에 공감해 줄 때 표정이나 말하는 게 로봇 같거나, 웃는 게 어색하거나, 예쁜 말 고운 말만 쓰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또 평소에는 무언가에 베어도 ‘이런 피쯤이야,...’하면서 시크하게 넘어가는데, 사람들이 있을 때는 사이코패스인 걸 들키기 싫어서 질질 짜면서 아픈 척 연기를 한다. 이때의 사이코패스의 키워드는 진정한 인간이 되려는 ‘노력형 인간’ ‘귀여움’이 되겠다.
아니면 ‘극단적 무신경’이라는 성격도 부여할 수 있다. 물건이 머리 위로 떨어져 피가 철철 흐르는데 고통을 느끼지 않거나, 교통사고가 났는데도 ‘왜 난 아프지 않을까.’라고 하며 유유자적하게 걸어가는 것이다. 또는 약간은 불쌍한 캐릭터로 만들 수 있다. 마치 오즈의 마법사의 양철 나무꾼처럼 마음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래서 수많은 이성 친구와 사귀며 노력하지만 결국에는 모두 차인다. 중요한 건 차여도 마음이 아프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서 쓸쓸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
이외에도 상대방이 힘들다는 감정을 호소하면, 나쁜 남자처럼 말없이 손수건만 건네주고 가거나, 시크하게 요리나 선물을 주는 행동을 할 수도 있다. 상대방의 감정에 공감하지는 못하지만, 인간으로서 해야 하는 도리를 학습해 기계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위에 대한 연출의 전제조건은? 반드시 처음에 주인공이 사이코패스라는 걸 독자가 알아야 한다. 이걸 숨긴 채로 진행하면 또라이 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단 작중 주변 인물은 사이코패스라는 걸 알아서는 안 된다. 그래야 사이코패스만의 매력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역’이라도 반드시 집어넣어야 할 설정. 바로 사이코패스만의 ‘공포’, ‘살기’ 스킬이다. 주변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허술해 보이는 우리의 사이코패스가 도와주는데, 눈빛이나 섬뜩한 대사 하나로 상대방을 압살 시켜 버리는 것이다. 한마디로 ‘패왕색 패기’를 패시브로 창작하고 있는 것이다. 사이코패스의 진정한 위대함은 소름 돋는 공포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이코패스를 설정할 때 반드시 결정해야 할 포인트가 있다. ‘사람을 싫어하는 설정을 뺄 것인가, 넣을 것인가?’이다. 깔끔하게 스토리를 이끌어 가고 싶다면, ‘사람을 싫어하는 설정’은 빼고 감정이 결여된 모습만 보여주면 된다.
‘사람을 싫어하는 설정’이 들어간다면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사이코패스의 독백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유는 작품을 이끌고 가려면 주변에 다양한 인물이 등장할 텐데, 서로 대화를 하거나 같이 무언가를 하는 장면이 생기면 반드시 사이코패스의 독백이 들어가는 타이밍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때 사람이 싫은 부정적인 독백을 너무 많이 넣지 않도록 주의하자. 소설이면 그래도 심리 묘사를 하는 거라 괜찮은데, 웹툰, 영화, 드라마인데 독백이 덕지덕지 붙으면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것을 잘 표현한 영국 드라마가 있으니 바로 ‘빌어먹을 세상 따위’이다. 유튜브에 검색해도 요약본이 나오고, 넷플릭스에서도 볼 수가 있다.
마지막으로 사이코패스가 ‘전역’ 일 때 반드시 해야 할 설정 중 하나가 바로 ‘과거’이다. 악역이라면 굳이 작중에서 과거를 보여줄 필요는 없다. 사이코패스만의 카리스마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역이라면? 감정 결여와 사람들과 잘 지내려 하는 고통과 고뇌가 들어가기 때문에 ‘과거’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니 반드시 캐릭터 설정을 할 때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 설정하자.
첫 번째. 선천적 사이코패스라 어린 시절부터 자극적인 행동을 하는 모습을 설정한다.
두 번째. 사이코패스가 된 부정적 환경요인을 설정한다.
첫 번째라면 감정을 느끼고 싶어 극단적인 놀이나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빌어먹을 세상 따위’에서의 사이코패스는 튀김기에 손을 넣었다. 이처럼 사이코패스에 동화되어서 나라면 이런 행동을 해보겠다고 하는 참신한 행동을 보여주도록 하자.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나도 보통 사람들처럼 똑같이 감정을 느끼고 싶어서 이런 행동을 한다.’라는 감정선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고뇌와 고민이 들어가서 하는 행위처럼 보여야 하지 그냥 재미를 위해 하는 행동처럼 보이면 안 된다.
두 번째는 환경적 요인을 설정 때, 반드시 ‘사람에게 상처를 받은 과거’를 만들어 줘야 한다. 일단 어린 시절에 부모님에게 학대를 받은 것으로 설정할 수 있다.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클리셰이다. 하지만 이것이 정석이기 때문에 똑같은 학대라도 어떤 학대를 당했는지 차별화할 생각을 해보자. 진부한 소재에서 단 하나의 차별화가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이외에는 어떤 나이 때에 ‘뇌리에 박힐 정도로 부정적 경험을 해 사이코패스가 됐다.’라고 해도 좋다. 실제로 상담사례 중 사이코패스 판정을 받은 청년이 있었다. 그 청년은 상담 중에 절대로 잊지 못한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에 집에 부모님도 없고 며칠 동안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해, 엄마를 찾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는 것이다. 그런데 집 앞에서 현기증이 나 쓰러진 채로 계단에 오바이트를 했다. 그 모습을 본 이웃집 아줌마가 화를 냈다.
“너 왜 여기서 토하고 그러니!”
청년은 그때 아줌마 표정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말 아무것도 먹지 못해 죽을 거 같이 괴로웠는데, 그 아줌마는 어린 나에게 화를 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는 반드시 사람들에게 복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이코패스를 설정할 때는 반드시 잊지 못하는 부정적인 경험을 만들어 주도록 하자. 이때의 포인트는 ‘극한의 상황을 만드는 빌드업’이다. 청년이 밥을 며칠 동안 먹지 못해 배고팠던 상황에서 상처를 받은 것처럼, 사이코패스도 극한의 환경에 놓였는데, 사람들이 자신을 구제해 주기는커녕 오히려 상처를 입는 것이다. 이 부분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흔한 과거 설정이 아닌 색다른 과거 설정을 만들 수 있다.
[악역 창작 팁]
사이코패스가 악역이 된다면 ‘살인자’나 ‘무자비한 인간’을 만들 수 있다. 이때 현실적인 사이코패스의 감정은 이렇다. 사이코패스는 자신의 감정을 건드리는 사람을 용납하지 못한다. 만약 자신의 감정을 건드린다면? 속으로는 엄청난 분노가 끓어오르지만, 겉으로는 놀랍도록 냉정해진다. 이게 가장 큰 특징이니 꼭 기억하자. ‘가슴은 분노’ ‘머리는 차갑도록 냉정’이다.
때문에 냉정한 사람은 상대방과 갈등이 생겼을 때, 절대로 그 자리에서 충동적인 살인을 저지르지 않는다. ‘계획적 살인’을 한다. 충동적인 살인은 반사회성 인격장애를 가진 조폭이나 분노조절 장애를 가진 캐릭터에게 하는 설정이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계획적 살인’은 말 그대로 계획을 세워 살인을 저지르는 것이지, 완전범죄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사이코패스를 지능형으로 설정한다면 완전범죄를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계획적 살인’과 ‘완전 범죄’를 혼동하지는 말자.
또 사이코패스가 냉정해진다고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주변에 아는 사람들이 있을 때다. 아무에게도 내 행동이 들키지 않는다면 어떤 발광을 해도 상관없다. 그리고 부정적 감정을 꼭 살인이라는 것으로 풀 필요도 없다. 동물 학대, 식물 자르기, 인형 자르기, 사물 파손, 자해, 감정적인 혼잣말, 조증, 폭식을 해도 무방하다. 사이코패스가 정상이 아니라는 모습만 보여주면 된다.
다음은 과거에 대한 설정이다. ‘선역’처럼 역시 두 가지로 나눈다.
첫 번째. 선천적 사이코패스라 어린 시절부터 자극적인 행동을 하는 모습을 설정한다.
두 번째. 사이코패스가 된 부정적 환경요인을 설정한다.
첫 번째는 선역 창작 팁에서 설명한 것과 똑같다. 자해, 자학을 하거나, 동물을 학대하고 잔인한 실험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는 피를 보면 미친 사람처럼 쾌락을 느끼는 장면도 만들 수 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같은 장면이라도 사이코패스의 감정선이 ‘선역’과 결이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선역은 감정을 느끼고 싶어서 이런 것도 해보는 거라면, ‘악역’은 정말 순수 악처럼 보여야 한다. 내가 사람들을 괴롭히고 동물을 학대하는 것에 미친놈처럼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사람에게 상처를 받아 사이코패스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악역’이라면 굳이 이런 과거를 만들 필요가 없다. 이유는 사이코패스가 나약했던 모습을 보여주는 거라 인물에 대한 공포감이나 카리스마가 떨어져서이다. 그러니 사이코패스만의 섬뜩함을 유지하고 싶다면 과거를 보여주지는 말자. 하지만! 작품에 과거가 등장하지 않는다고 해서 캐릭터 설정을 할 때도 ‘과거’를 만들지 않는 불상사를 저지르면 안 된다. 이유는 과거를 만들어야만 사이코패스의 캐릭터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거 소스’를 이용해 구체적이고 다양한 연출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머니에게 음식을 먹는 학대를 당했다면? 피해자를 묶은 채로 계속 음식을 먹게 하거나 음식으로 성적 학대를 할 수도 있다. 사이코패스가 호텔에서 벌레를 보고 갑자기 얼굴이 굳는다면? 학창 시절에 같은 반 학생들이 벌레를 입에 넣었던 기억이 떠올라, 고작 벌레 하나로 룸 메이드를 살해할 수 있다. 연쇄살인범이면서 아버지에게는 절대복종하는 이유는? 성인이 되어서도 아버지에게 구타를 당해 두려움 때문에 그런 것이다.
이처럼 과거에 있었던 트라우마를 통해 사이코패스만의 특이한 행동을 구체화시킬 수 있으니 꼭 과거를 설정하도록 하자.
2) 법의관
검시(檢視)란, 범죄로 사람이 사망한 것인지 수사기관이 변사체를 조사하는 과정을 말한다. 검시 방법은 총 3가지로 나눈다. 검시(檢屍), 검안(檢案) 부검(剖檢)이다. 주의해야 할 점은 ‘검시(檢視)’와 ‘검시(檢屍)’를 헷갈리면 안 된다. 한글로 보면 단어가 똑같으나 엄연히 한자 뜻이 다르다. 검시(檢視)는 앞서 말한 것처럼 수사기관이 변사체를 조사하는 전 과정을 말하는 것이라면, 검시(檢屍)는 검사의 권한 아래 시신의 이상 흔적을 찾고 사진 촬영을 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법의관은 의학을 기초로 증거물을 채집, 분석해 범죄 수사에 도움을 주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직업을 말한다. 주된 업무는 자살, 타살, 병사, 자연사에 대한 사망 원인과 시간, 경과 등을 밝혀내는 일이다. 범죄와 관련이 있는 사건이라면 법정에 서서 결과를 밝히기도 하고, 유족에게 사망의 원인을 설명해야 한다. 무조건 법의관이 부검부터 하는 것은 아니고 절차가 있다.
[검안]
검안(檢案)은 시신을 손상하지 않고, 검안의가 눈으로 직접 시신을 살펴보는 것을 말한다. 사람이 사망하면 무조건 검안을 하는 것은 아니고 상황에 따라 다르다. 만약 병원에서 치료받던 환자가 사망한 경우 의사가 환자의 사망 원인을 증명할 수 있다면 ‘사망진단서’를 발급한다. 이때는 따로 검안을 받지 않는다. 이유는 병으로 사망한 게 명백하고, 사망을 법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사람이 의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과정은 ‘검안’이라고 하지 않는다.
이외에 가족들이 지켜보고 있으나 의사가 없는 상태에서 사망한 경우, 요양원, 양로원 등에서 사망한 경우는 검안(檢案)을 실시한다. 시신을 장례식장으로 운구한 뒤, 시신을 씻기고 수의로 갈아입히기 전에 검안의(의사)가 눈으로 외견을 살펴 이상이 없는지 확인한다. 이상이 없다면 시체 검안서를 발부해 사망을 인정한다. 검안을 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①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반적인 상태를 먼저 관찰한 후에, 부위별로 세부적으로 확인한다.
② 머리카락을 포함해서 얼굴, 머리를 살펴보고, 눈, 코, 입, 귀를 본다. 이때 입을 벌려서 치아와 구강 점막 상태를 확인하고, 코나 입 주변의 냄새를 맡아보기도 한다.
③ 목, 가슴과 배, 팔, 다리 순으로 확인한다. 팔과 다리를 관찰할 때는 손등, 손바닥, 발등, 발바닥은 물론이고 손가락과 발가락을 하나씩 벌려서 관찰한다.
④ 시체를 좌측으로 90° 세워서 전반적으로 훑어보면서 시반 정도, 색깔 등을 확인한다. 오랫동안 살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시체를 엎어 놓고 관찰한다.
[검시]
사고를 당해 사망했거나 타살의 가능성이 있거나 사망할 때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면 검시를 진행한다. 수사관, 검사, 검시의 참관 아래 나체인 시신을 살펴보며 과학수사팀이 ‘사진 촬영’을 한다. 스릴러 영화를 보면 살인사건 현장에서 피해자의 사진을 찍는 모습이 연출되는데 이것이 ‘검시’의 시작이다. 또는 장례식장 안치실에서 사진을 촬영하는 걸 검시의 시작으로 봐도 무방하다. 장례식장 안치실에서 장례 지도사가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시신의 자세를 바꿔 준다. 이때 가족도 참관할 수 있는데 시신을 뒤집는 모습과 오염물이 나와 참혹함을 견딜 수 없어 권하지 않는다. 검사가 참관하는 것도 사회적으로 쟁점이 된 사건이거나, 타살의 정황이 확실할 때 참관을 하지 보통은 하지 않는다. 검시 과정은 다음과 같다.
① 최초 사망 발견 상태의 시신을 현장 촬영한다.
② 시신을 안치실에 옮긴 후 탈의를 한다. 신체 전신 촬영, 후면 촬영, 양쪽 측면을 촬영한다.
③ 손바닥, 손등, 손가락을 촬영한다.
④ 눈꺼풀을 핀셋으로 뒤집어 내부 점막을 촬영한다.
⑤ 신체가 훼손되었거나 수술 자국, 이상이 있어 보이는 신체를 촬영한다.
⑥ 지문을 채취한다.
⑦ 직장 온도를 가장 신뢰할 수 있어 항문 온도를 체크한다.
⑧ 각 신체 부위에 주사기를 삽입해 기관지와 뇌수 등의 체액을 채취한다.
이와 같은 순서로 검시를 한 후 타살의 가능성이 높거나, 정황상 타살이 맞는데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으면 검사가 부검을 실행한다.
[부검]
부검은 시신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해부를 하는 것을 말한다. 순서는 다음과 같다.
①시신을 바로 눕혀서 가슴부터 치골 위까지 일자 절개를 한다. 이때 절개의 모양도 문화에 따라 달라진다. 서양권에는 관에 누워 있는 망자의 모습을 직접 보는 관습이 있기 때문에 목에 부검으로 인한 상처를 남기지 않기 위해 Y자형 또는 U자형 절개를 한다. 하지만 한국에는 이러한 관습이 없기 때문에 일자 절개를 한다.
② 가슴 피부와 근육을 벗겨서 흉곽을 노출시킨 다음, 흉골과 갈비뼈 연골을 역 V자로 잘라서 떼어낸다. 이렇게 가슴과 배가 열린 상태에서 장기는 그대로 두고, 가슴속과 배 속을 관찰한다.
③ 그다음으로 심장->왼쪽 폐, 오른쪽 폐->간->비장->위->양측 부신, 신장->췌장 순서로 적출해서 무게를 측정한다. 흉선, 방광, 생식기는 필요한 경우에 떼어낸다.
④ 머리 피부를 절개해서 벗겨내고, 두피 안쪽과 두개골 바깥쪽을 관찰한 후에 톱을 이용해서 두개골을 절개하고, 뇌를 떼어낸다. 뇌는 매우 정교한 장기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부패하거나 부어오르면 자세한 관찰이 어려운 경우들이 있어서 10% 포르말린에 고정하기도 한다.
⑤ 목 부위 검사는, 위 과정을 거치면서 장기를 떼고, 피를 배출시킨 후에 마지막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목을 지나가는 신경, 혈관을 확인하고, 목을 통해서 입 속을 다시 한번 더 확인하기도 한다.
⑥ 일반적으로 사인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장기는 가장 먼저 또는 마지막으로 검사를 진행한다. 소장이나 대장은 사인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절개를 하거나 검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⑦ 부검 후에는 적출 또는 절개한 장기들을 다시 넣고, 봉합한다.
사안에 따라서 부검의 순서나 범위, 방법 등은 다르게 진행되며, 법의관마다 각자가 선호하는 방식이 있기 마련이다. 부검에 걸리는 시간 역시 시신 상태나 사망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시신 보존 상태가 좋은 경우에는 보통 1~2시간 정도 소요되지만, 부패나 훼손 정도가 심하거나 냉동 보관된 시신은 더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다. 부검을 하면 시신에서 다음과 같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부검하면 얻을 수 있는 정보]
시반
사후에 시체 피부에 나타나는 자줏빛 반점을 말한다. 보통 사망 1~2시간이 지나면 옅은 자줏빛 반점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15~24시간이 지나면 가장 심해진다. 바닥과 접촉해서 압박을 받은 둔부나 견갑부에는 시반이 생기지 않는다. 속옷 끈처럼 피부와 맞닿는 부위에는 시반 대신 실과 같은 형태로 남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급사했거나 질식사의 경우, 시반은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모발
혈액형, DNA, 마약 투약 여부를 알 수 있다. 또한, 모근(두피에 묻혀 있는 부분)에 붙어 있는 조직 모양을 보고, 사건 현장에서 발견한 모발이 자연적으로 빠진 것인지 강제적으로 뽑힌 것인지 알 수 있다. 모발이 잘린 모양을 통해 범행 도구가 예리한지 둔탁한 물체인지도 파악할 수 있다. 장시간 특정 환경에 노출되면 중금속 등이 모발에 축적되기 때문에 이를 분석하면, 범인의 직업이나 주거지 또한 추정할 수 있다.
안구
안구의 유리체(초자체)를 채우는 유리체액을 통해 사망 직전의 혈중알코올농도와 전해질 농도를 파악할 수 있다.
치아
치아 모양이 같은 사람이 태어날 확률은 약 7경 분의 1이다. 보통 지문이 같은 사람이 태어날 확률을 1백억 분의 1로 보기 때문에 시신의 신원 확인을 할 때 지문보다 치아가 더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치아는 부패한 시신에서도 보존이 되기 때문에 손상이 아주 심한 사체의 신원 확인도 할 수 있다. 단, 치아에 대한 기록이 있어야 하므로 한 번이라도 치과 검진을 받은 이력이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혈액 및 출혈 부위
혈액을 통해 알코올 농도 및 마약 투약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출혈 부위에 따라 사망 원인 추정도 가능하다. 타인이 목을 졸라서 사망했을 경우에는 목 안쪽 근육에 출혈이 심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스스로 목을 맨 경우에는 아무래도 아프지 않게 조심하기 때문에 목 안쪽 근육보다는 쇄골뼈 부위로 출혈이 나타난다.
냄새
일산화탄소나 청산가리 중독에 의한 사망의 경우, 시신 근육이 선홍색으로 보이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청산가리는 특유의 아몬드 냄새가 나기 때문에 냄새만으로도 사인의 어느 정도 추측이 가능하다.
곤충
시신 주변에 모인 곤충을 보고 사망 시간을 추정할 수 있다. 시신이 부패하면서 나오는 가스 냄새를 맡고 곤충들이 모여드는데, 곤충마다 생활 패턴과 먹이가 다르기 때문에 부패 정도에 따라 다른 곤충이 모인다. 가장 먼저 시신에 모여드는 곤충은 파리다. 파리는 사람이 죽으면 몇 분 내로 날아와서 최대 2주 정도 살기 때문에 시신 주변에 파리가 있다면 사망 시각이 ‘2주 이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파리의 알 성장 정도, 구더기의 크기도 사망 시간 추정에 도움이 된다. 시간이 더 지나면 딱정벌레 종류들이 파리의 알과 구더기를 먹기 위해 나타나고, 그다음으로 말벌, 개미 등이 나타난다.
어류
익사한 경우, 새우나 게 등의 갑각류가 시신에 먼저 접근하고, 그다음으로 돔이나 우럭 등의 육식성 어류, 마지막으로 문어나 오징어처럼 빨판이 있는 종류들이 접근한다.
부검이 시신 대한 해부라면, 심리를 해부하는 ‘심리부검’도 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망자를 대상으로 한다. 방법은 2가지이다.
-첫째 심리학자와 정신과 전문의가 사망자의 가족과 지인을 심층 인터뷰한다.
-둘째 사망자의 병원 진료기록과 개인적인 글이나 기록을 분석한다.
곧 극단적인 선택을 한 행동과 정신적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하는 과정이다. 심리부검을 하게 된 이유는 미국 대공황(1929~1939년) 시대에 뉴욕에서 연속으로 자살 사건이 터져 이를 조사하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한국은 한 해 평균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망자가 약 13,000명 정도인데, 정부가 진행하는 ‘심리부검’ 참여도는 약 1% 정도로 매우 저조한 편이다.
법의관의 스트레스
법의관이 부검실에서 만나는 죽음들은 타살에 의한 사체이거나 부패한 사체들이 많기 때문에 시신의 형태가 온전치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 보니 부패한 시신에서 나는 냄새와 시신에서 나오는 분비물 냄새로 인해 견디기 힘든 냄새가 난다. 이러한 상황을 감내하면서 시신의 상태를 구석구석 살펴서 사진을 찍고, 해부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각적, 후각적인 부분에서 법의관이 매일 겪는 스트레스는 상당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처참하게 훼손된 시신과 냄새로 인한 고통은 시간이 흐르면서 일정 부분 익숙해지기도 한다.
법의관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심리적 스트레스다. 눈앞에 있는 피해자가 누군가의 손에 의해 처참하게 살해 또는 성적 착취를 당한 과정을 알게 되거나, 세상을 떠난 안타까운 사연들을 접하면서 분노, 슬픔 등의 감정을 수없이 느끼게 된다.
현장에서 법의관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들의 삶에 ‘워라밸’은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2020년 부검 건수 8,813건, 부검을 주 업무로 하는 법의관 수는 약 35명 내외. 법의관 1명이 한 해에 250여 건을 부검했다는 결론이다. 또한 법의관의 검시 결과는 재판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본인의 분석과 판단이 맞는지에 대한 책임감과 부담감도 항상 떠안은 채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받는 업무이지만 법의관들의 평균 연봉은 6,000~7,000만 원 선으로 국내 의사 평균 연봉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많은 업무량과 극심한 스트레스, 낮은 처우로 인해 법의관 신규 유입 인원이 많지 않아 국과수 법의관은 언제나 ‘미달’이다. 원래 국과수 법의관은 병리 전문의만을 채용했었다. 하지만 최근 병리과 지원 수가 급감하면서 지원 자격을 ‘일반의’로 낮춰 진입 장벽을 많이 낮췄음에도 2015년부터 2022년까지 법의관 정원을 꽉 채운 적은 한 번도 없다. 2022년 충원율은 66%에 머물렀다.
[선역 창작 팁]
의학도들 사이에서 기피도 1, 2위는 법의학과 흉부외과, 두 곳이다. 하지만 높은 업무 강도와 반비례하는 낮은 처우로 인해 흉부외과는 법의학에 비하면 인기가 매우 높은 편이라고들 한다. 실제로 제주도에는 1997년부터 지금까지 30년 가까이 법의관이 1명밖에 없어서 이 법의관이 자리를 비워야 하는 상황이 되면 국과수에서 지원을 온다. 때문에 한 지역을 수십 년간 혼자 지키는 터줏대감 법의관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이처럼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투철한 직업의식과 사명감으로 일하는 사람이 법의관이다. 여기에 대입해 캐릭터 설정을 한다면 ‘무게감 있는’, ‘사명감 있는’, ‘완벽을 추구하는’ 법의관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이때는 검사와 형사와 소통을 잘하는 법의관으로 만들 수 있다. 보통 창작물에서 많이 나오는 법의관이 이런 캐릭터다.
하지만 여기에 성격을 ‘폐쇄적이고 냉철함’을 더한다면? 검사나 형사에게도 딱딱하고 사무적으로만 말하는 법의관을 만들 수 있다. 형사가 질문하면 알아들을 수 없는 전문용어를 섞으며 FM으로 말하는 법의관. 자기 말만 하고 뒤돌아서는 법의관. 그래서 소통이 잘되지 않아 답답하지만, 부검을 완벽하게 해 꼭 필요한 사람. 이와 같은 성격을 부여할 수도 있다. 여기서 장점은 형사, 검사 VS 법의관 간에 대화할 때 팽팽한 긴장감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법의관이 전형적인 설정이라면, 반대로 법의관을 ‘괴짜화’시킬 수도 있다. 우리가 ‘괴짜 박사’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처럼 똑같이 괴짜로 설정해서 주면 된다. 틀에 벗어나는 부검과 엉뚱한 행동, 품위라고 찾아볼 수 없는 행색. 늘 사고를 쳐 징계를 받아 시말서를 달고 사는 법의관. 그런데 이슈가 됐던 굵직굵직한 사건들은 모두 이 법의관이 해결해 준.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기관도 자르지 못하고 데리고 있는. ‘4차원’이면서도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법의관을 설정해 보자. 그러면 평범한 사건이라도 이 법의관이 등장하는 순간 저절로 재밌는 일이 발생한다.
이외에도 고된 업무로 인해 피곤함에 찌들고, 허술해 보이고, 건들건들하지만, 부검만큼은 천재적으로 해내는 법의관도 설정할 수 있다. 과로로 인해 만사가 귀찮고 힘들어 부검조차도 조수한테 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부검실에서 조수가 하는 걸 앉아서 지켜보고 있다가, 증거를 포착하는 것이다. “대충 빨리빨리 하고 끝내!”라고 말하지만,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은 전문성을 보여주도록 하자. 이 사람이 번아웃에 걸린 건 그저 고된 업무 때문인 것이다.
여기까지의 법의관 설정이 연세 좀 있는 어르신들이라면, ‘나이’의 틀을 깰 수도 있다. 전도유망하거나 너무나 천재적이라 이른 나이부터 법의관이 된 MZ세대이다. 만약 남자라면 여자를 꼬시려고 하다가 차여 된통 당하는 장면부터 시작할 수 있고, 여자라면 여캠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법의관이었다는 걸로 설정할 수 있다. 곧 MZ세대에서 볼 수 있는 관심사를 첫 장면에 보여주다가, 부검 의뢰가 들어왔을 때 전문가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반전 매력으로 독자들을 끌어당기자.
그리고 이런 법의관에게 필요한 설정 중 하나! 천재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하니 반드시 자기만의 어떤 ‘분석법’을 개발한 것으로 하자. 실제로 국과수에서 25년 이상 마약 분석 업무를 수행해 온 여성 법의관이, 고된 업무와 가사를 병행하면서 세계 최초로 ‘프로포폴 모발 분석법(2013년)’을 개발하기도 했다.
[악역 창작 팁]
형사소송법에는 이런 규정이 있다.
【변사 또는 변사로 인한 죽음이 의심되는 때에는 지방검찰청의 검사가 검시해야 한다.】
따라서 검사와 법의관이 둘 다 악역이라면 서로 결탁할 수 있다. 재벌이 이권 다툼을 벌이다 형제를 죽이고, 검사와 법의관을 돈으로 매수하는 것이다. 또는 정치계 거물 인사가 있는데, 그의 아들이 사고를 쳐서 법의관에게 뇌물을 줄 수도 있다. 한마디로 여기서 법의관은 돈만 된다면 권력자와 정치인의 입맛대로 움직여 주는 것이다. 하수인처럼 그릴 수도 있고 협력관계로 그리는 것도 가능하다.
이게 가장 허술한 과정이 바로 ‘검안’이다. 법의관이 부도덕한 사람이라면? 피해자 유가족이 봤을 때는 누가 봐도 살인, 또는 과실로 인한 사망인데도 일반 사망으로 처리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치인 아들이 마약을 하고 뺑소니를 치자, 정치인이 법의관을 매수하는 것이다. 이처럼 법의관을 통해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 이외에도, 사람을 살인한 뒤 법의관에게 이런 식으로 ‘시체 검안서’를 발부해 달라고 할 수 있다.
- 유산을 물려받기 위해 요양원에 입원한 아버지를 죽이고 ‘노환’으로 진단하기.
- 건강이 안 좋아 병원에 입원한 형제를 죽이고, ‘당뇨, 혈압’으로 위장시키기.
- 회사를 물려받기 위해 재벌 2세인 아버지를 죽이고, ‘자연사’로 둔갑하기.
- 불륜으로 인해 배우자를 죽이고 ‘심근 경색’으로 속이기.
한마디로 몸에 외상이 크게 있거나 특이점이 없으면, 검안 만으로도 살인이 아닌 것처럼 얼마든지 꾸밀 수 있다. 아니면 재미를 위해 치고받고 싸우고 칼로 찔러 혈액이 난자했다면? 당연히 외상이 있으니 가족들의 동의를 얻고 ‘부검’을 통해 생긴 상처인 것처럼 위장시킬 수도 있다.
‘아니야. 이건 현실적으로 말이 안 돼.’라는 생각이 들어도 상관없다. 우리가 설득해야 할 사람은 진짜 ‘법의관’이 아니다. 관객이나 독자이다. 때문에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만 구축된다면 어떤 짓을 해도 상관없다. 창작자는 스토리텔링으로 재미를 주는 게 목적이지 고증을 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진범을 숨기기 위해 ‘가짜 살인자’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경찰이 고문을 통해 가짜 진술서를 쓰게 만드는 것처럼, 법의관도 얼마든지 이것을 기술적으로 가능케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기 아들이 성범죄를 일으키고 여자를 살인했다면? 그리고 그 여자의 시신을 자기가 부검한다면? 모든 증거를 없앨 수 있다. 여기에 더 나아가 범인이 다른 사람인 걸로 조작도 가능하다. 그 여자가 사는 곳에 ‘지적 장애가 있는 남자’가 있다면? 그 남자의 모발, 음모, 정액을 구해 여자 시신에 넣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 지적 장애가 있는 남자가 여자가 죽은 시각에 뭘 했는지 행적이 뚜렷하지 않은 알리바이를 만들어서 주면 된다. 이렇듯 법의관은 자신이 가진 기술과 권력을 통해 살인자를 교묘히 바꿔치기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것 말고도 악역이라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수히 많다. 부검이 끝난 후 검사, 수사관, 유가족을 속여 시체를 팔 수도 있고, 장기를 모두 척출한 다음 몸에 솜을 넣어 장례식을 치르게 만들 수도 있다. 장기는 당연히 장기 매매 조직에 팔아넘긴다. 이 외에도 연쇄살인범이 되어 노숙인을 죽이고 시체, 장기, 해골을 팔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 최초의 연쇄살인범인 헨리 하워드 홈스(Henry Howard Holmes)는 시카고 의과 대학과 병원에 시체와 해골을 납품해 돈을 벌었다. 경찰은 홈스에게 죽은 사망자를 최소 50명으로 본다.
법의관은 시신을 다룬다는 직업의 특수성만으로도 다른 악역보다 잔인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사이코패스에도 적합한 직업이다. 이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 보자.
3) 프로파일러
‘프로파일러(Profiler)’는 범죄 사건의 단서 및 정황 분석을 통해 용의자의 성별, 나이, 성격, 행동 유형, 도주 경로, 은신처 등을 추론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용의자의 은신처, 도주 경로를 예상하는 등 수사 방향을 설정하고, 범인 검거 후에는 심리적 전략을 통해 자백을 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프로파일러’라는 용어가 많이 알려졌지만, 공식 명칭은 ‘범죄행동분석관’이다. 국내에는 약 40명의 프로파일러(2020년 기준)가 활동 중이다. 국내에서 프로파일러가 되기 위한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수사 경찰로 근무하다가 범죄분석 전문 교육을 이수하는 일반 채용. 심리학, 범죄학, 사회학, 통계학 대학원을 진학한 후에 관련 분야에서 2년 이상 근무 또는 연구 경력을 쌓아서 ‘경찰공무원 경력경쟁 채용시험 범죄분석 분야’에 지원하는 특별 채용이다.
미국에서 프로파일링 기법이 처음으로 사용된 사건은 1940~1956년까지 무려 16년 동안 일어난 ‘연쇄 폭탄 테러’다. 1956년 12월 2일 파라마운트 극장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하자, 경찰은 그동안 발생한 폭탄 테러와 동일범의 소행으로 예상하고 정신과 의자이자 범죄학자인 제임스 브뤼셀 교수에게 테러범의 전화 음성과 편지 분석을 의뢰했다. 제임스 교수는 범인이 과체중이며, 매우 깔끔한 성격에 결혼하지 않고 여자 형제들과 함께 살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고, 모두 맞았다. 물론 그가 예상한 모든 내용이 맞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범인이 더블 재킷을 입고, 단추를 모두 채우고 나올 것이라는 세부적인 부분까지 맞췄다.
국내에서 프로파일링 기법이 정식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 과학수사계에 범죄행동분석팀이 신설되면서부터다. 1990년 이전에 발생한 강력 범죄의 대부분은 개인적인 원한, 돈, 치정처럼 범행 동기가 매우 뚜렷했다. 하지만 1990년대에 지존파와 막가파가 등장하고,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처럼 무고한 시민들을 노리는 연쇄살인, 강간범 등 강력범죄가 잇따라 발생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사건이 벌어질 것을 예상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과학수사의 아버지라고 물리는 ‘윤외출’ 전 경무관이다. 그는 지난 60년간의 방대한 사건을 일일이 한 장씩 스캔해서 데이터로 만들었다. 무려 3,000건이 넘는 사건이었다. 그리고 현장 감식과 수사 능력이 뛰어났던 권일용에게 국내 프로파일 1호의 길을 걷게 했다. 하지만 초창기는 거의 맨땅에 헤딩이나 다름없었다.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고 심지어 프로파일링이란 기법도 생소해 정부의 지원도 미비했고 형사들의 부정적 시선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도 권일용은 사명감으로 최선을 다해 능력을 인정받았다. 수많은 사건에 도움을 줘 프로파일러라는 직종을 안착시키고 인식을 제고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표창원이 동갑인 친구인데 (심지어 생년월일까지 같다) 당시에 표창원이 영국에서 수사 기법을 공부하고 있어 권일용이 많은 자문과 도움을 얻었다.
[프로파일러 업무]
프로파일러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범죄 현장의 재구성’을 통한 ‘범죄자의 행동 분석’에 있다. 조각처럼 뿔뿔이 흩어져 있는 정황들을 퍼즐 맞추듯 조합해서 사건을 재구성함으로써 범죄를 저지른 원인을 밝혀 수사 지원을 한다.
보통 ‘프로파일러’를 떠올리면 사이코패스나 연쇄살인범과 관련 있는 강력 범죄를 떠올린다. 물론 이러한 범죄를 많이 다루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러한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타살 가능성이 있는 사건, 자살, 용의자나 피의자의 진술 신빙성이 의심될 때 분석이 들어간다. 그렇다면 프로파일링에는 어떤 기법이 있는지 알아보겠다.
[프로파일링 기법]
① 범행 수법(MO, Modus Operandi)
라틴어로 ‘운영 방법’을 뜻한다. 범죄를 저지르는 과정에서 범죄자가 자신의 정체를 보호하고, 범행을 마친 후에 도주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선택과 행동을 말한다. 연쇄살인 사건의 범죄자들은 잡히지 않고 계속해서 범행을 저지르기 위해 점점 더 잔인한 방법으로 범행 수법을 바꾸기도 한다.
② 시그니처(Signature)
범인의 심리적 욕구나 충동에 따라 나타나는 독특한 행동을 말한다. 영화 ‘양들의 침묵(1991)’의 살인범 ‘버팔로 필’을 예로 들어 보자. 다친 팔로 소파를 옮기면서 피해자를 유인한 다음, 차에 태워 이동한 후에 범행을 저지르는 것이 ‘범행 수법’이라면, 사람을 죽인 후에 피해자의 피부를 벗겨내는 것은 ‘시그니처’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보자. 은행 강도가 돈을 훔친 뒤 도주하기 전에, 은행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이 옷을 벗게 한 뒤에 사진을 찍었다면 이는 시그니처에 해당한다. 사진을 찍다 보면 체포될 확률이 더 높아지는 것을 알면서도 이 행동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프로파일러가 연쇄 사건에서 집중하는 것이, 바로 이 ‘시그니처’다. 범죄자들은 경찰 수사에 혼선을 주려고 일부러 범행 수법을 바꾸는데, 시그니처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범인이 되풀이할 수밖에 없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건 현장에서 프로파일러들이 가장 주목하는 부분이 ‘범행 수법’과 ‘시그니처’이다.
‘시그니처’라는 개념은 FBI의 프로파일러 ‘존 더글라스(John Douglas)’가 창안했다. 그는 시그니처는 ‘범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위해 저지르는 행위’라고 표현했다.
존 더글라스는 미국 최초 프로파일러로 ‘양들의 침묵’에서 FBI 요원으로 나왔던 잭 크로포드(Jack Crawford) 역의 실존 인물이며 그의 회고록인 ‘마인드헌터(Mindhunter)’는 넷플릭스 드라마로 제작되어 2017~2019년까지 방영되었다.
③ 스테이징(Staging, 연출)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범죄 현장을 의도적으로 ‘조작’하는 것을 말한다. 경찰 수사 방향을 다른 방향으로 돌릴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이 필요하다. 범죄 현장이 조작되어 있다면, 지능화 조직화한 범죄자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④ 언두잉(Undoing, 행동 되돌리기)
무의식적으로 상대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느낄 때, 그 피해를 원상 복구시키고자 하는 것을 말한다.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후회에서 비롯되는 행동인 만큼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가까운 경우에 주로 나타난다.
③ 지리적 프로파일링
연쇄 범죄가 발생하면, 강력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다음 범행 장소나 범죄자의 은신처를 예측하는 것을 말한다. ‘행동 특징’, ‘장소’, ‘공간’을 분석해, 범인의 직장과 거주지 주요 활동 거점을 알아낸다. 이때 ‘지오프로스(GeoPros)’라는 도구를 사용하는데, 여러 건의 범죄 발생 날짜, 장소 등을 입력하면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지도에 시각화해 주는 시스템이다. 지역별, 시간대별 범죄 빈도를 분석하고 위험 지수를 산출함으로써 치안 대책 수립에 활용되기도 한다.
지리적 프로파일링의 원리는 두 가지이다. ‘최근접 원칙’과 ‘원가설’이다.
첫째. 최근접 원칙.
범인이 지금까지 자신이 저지른 범죄와 비슷한 환경을 가진 장소가 여러 개라면, 자신이 생활하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범행 장소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1층에 혼자 사는 여성이고, 창문을 통해 들어갈 수 있는 집만 범행을 저질렀다면, 이와 똑같은 환경이 조성된 곳 중에서 자기 집이랑 가장 가까운 곳을 타켓으로 잡는다는 뜻이다. 실제로 연쇄살인범들은 거주지에서 1.6~3.2km 이내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았다.
둘째. 원가설.
예를 들어 강간범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 강간범은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두 가지 방식을 취할 수 있다. 첫째는 자신이 살지 않는 지역으로 이동해 범행을 저지른다. 둘째는 내가 사는 집을 중심으로 동네에서 범행을 저지른다. 이렇게 성범죄를 5번 일으켰다면? 범죄를 일으킨 5개 지역에 ‘점’을 찍고 모두 ‘중심’으로 ‘선’을 긋는다. 그러면 어느 현장이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때 가장 멀리 떨어진 2개의 현장을 원(지름)으로 그렸을 때, 이 안에 범인의 주거지가 있을 확률이 아주 높다는 이론이다. 이 원을(지름) ‘범행원’이라고 하는데 범행원 안에 범인의 집이 존재할 확률은 87%로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리적 프로파일링이 유용한 이유는 막연하게 넓은 지역을 수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지역 수사 범위를 축소 신속하게 범인이 있는 장소를 추적할 수 있다. 또 범죄 발생 지역을 예측해 예방해 무고한 시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게 한다.
④ 과학적 진술 분석 기법(SCAN, Scientific Content Analysis)
진술 내용과 문법 구조를 통해 진술의 신빙성을 분석 및 평가하는 방법이다. 대명사 사용, 불필요한 연결 어구, 단어 변화 등을 고려한다. 물론 지문이나 DNA처럼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는 없지만, 거짓 진술을 판별해서 수사의 단서를 찾는 역할을 한다.
‘대명사 사용’과 관련해서 예를 들어 보자. 진술 과정에서 ‘나’라는 대명사를 생략한다면? 해당 사건과 개인적인 연관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다. 또 ‘내가’라고 했다가 ‘우리가’라고 대명사를 바꿨다면? 원래는 다른 사람이랑 범죄를 같이 저질렀는데, 자기 혼자 저지른 것처럼 속이는 것이다.
‘~했어요.’라고 말했다가, ‘~하기로 약속했어요.”라고 말했다면? 역시나 범인이 더 있다던가 누군가가 범행을 저지르라고 사주를 한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미국에서 발생한 아동 납치 사건에서도 진술 분석이 사용되었다. 1995년 10월, 23살 수잔 스미스라는 여성의 두 아이가 흑인 남자에게 납치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경찰은 엄마인 수잔을 계속 의심하는데, 바로 그녀가 하는 말 때문이었다. ‘They were my life(아이들은 제 삶의 전부였어요.), My children wanted me. They needed me(아이들은 엄마인 저를 원했어요. 저를 필요로 했어요)’라고 ‘과거형’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남편이 ‘They are both wonderful children(모두 착한 아이들이에요)’이라고 현재형을 쓰는 것과 대조적인 것을 볼 수 있다. 결국, 수잔이 본인의 아이 두 명을 죽인 것이 밝혀졌고,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프로파일링을 통해 수집한 증거가 법정에서 유죄를 입증하기도 했다. 국내 법원에서 최초로 프로파일링 보고서를 증거로 채택한 것은 2017년 11월 재판에 있었던 ‘2002년 충남 아산 갱티고개 장기 미제 살인 사건’에서다. 당시, 이 사건은 ‘공범 여부’를 밝히지 못해 난항을 겪었다. 그런데 프로파일링을 통해 ‘공범 존재’ 가능성을 밝혀 자백받고, 공범까지 잡게 되어 프로파일링 보고서가 증거로 채택되었다.
초창기 프로파일러들은 ‘프로파일링은 수사 기법일 뿐, 법정 증거로는 사용될 수 없다.’고 교육받았다. 그런데 높은 증명력을 요구하는 법원이 이 재판에서 프로파일링 보고서의 증거 능력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이 사건은 한국 프로파일러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역 창작 팁]
‘프로파일러’ 떠올리면, 연쇄 살인범이나 사이코패스를 기필코 잡고야 말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캐릭터를 먼저 떠올릴 수 있다.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보던 설정이다. 그리고 흔히 본다는 것은? 프로파일러를 캐릭터를 만들 때 무조건 들어가야 하는 ‘성격’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강력한 의지’는 기본 베이스로 넣도록 하자. 그리고 설정에 따라 다른 성격도 부여해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지적인 외모에 뛰어난 분석력과 통찰력을 갖췄지만, 살인범을 대할 때마다 항상 날이 서 있고 감정적으로만 대한다면? 이 안에서 많은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보통 프로파일러는 살인범과 기싸움도 하지만 자백하게 만들기 위해 따뜻하게도 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프로파일러는 살인범만 보면 평소와 다르게 감정이 흔들린다. 심지어 수사관들과도 사이가 좋지 않다. 이런 성격을 부여하면, 살인자는 물론 동료들과도 갈등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리고 생각해야 한다. 왜 이 프로파일러는 분석력은 최고인데, 경찰을 싫어하고 살인범을 혐오하는 걸까?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러니 이 프로파일러에게도 이유를 만들어 줘야 한다. 예를 들어 자기 딸이 오래전 살인범에게 죽었다던가, 아내가 강간당했다던가, 그런데 경찰들이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고 흐지부지 넘어갔다면? 누구나 이 프로파일러의 행동이 납득이 될 것이다. 따라서 꼭 프로파일러뿐만이 아니더라도, 캐릭터가 상식 밖의 행동을 한다면 그 이유를 ‘과거’에서 찾아주도록 하자.
프로파일러라고 해서 항상 연쇄살인범과 신경전을 하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부드러운 캐릭터’를 설정할 수 있다. 악독한 죄를 저질렀지만, 범죄자 역시 한 사람의 인격체로 대하는 따뜻한 모습의 프로파일러. 범죄자의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씨, 선생님’으로 호칭으로 부른다거나, 범죄자와의 관계 형성을 위해 그가 필요로 하는 것이나 도움을 주는 사람. 만약 범죄자가 가족이나 이웃, 지인들로부터 따뜻한 말을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면, 이런 프로파일러에게 무장해제가 될 것이다.
실제로 강력범죄자들의 경우, 사람들의 관심과 격려를 받지 못한 채로 지내온 세월이 긴 경우가 많다 보니 프로파일러의 따듯한 배려에 자백을 결심하는 경우들이 있다. 13명을 살해한 정남규 역시 ‘교도소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생활하는 것이 많이 고통스러웠겠다.’라는 권일용 프로파일러의 무심한 말 한마디에 모든 범죄를 털어놓았다. 어린 시절 성범죄를 당한 적이 있는 정남규가 사람들과의 만남을 싫어하는 성격이라는 것을 미리 파악해서 던진 것이다. 다만 스토리를 짤 때 범죄자가 처음부터 프로파일러에게 마을을 여는 장면을 만들지는 말자. 범죄자가 마을을 열기까지 스토리에 기승전결이 있어야 하고 감정선이 있어야 한다.
특별채용이 있기 전까지, 모든 프로파일러는 경찰대 출신이거나 경찰학을 전공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2005년부터 특별채용이 시작되면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프로파일러 분야에 뛰어들었다. 경찰 경력도 없고, 범죄학이나 심리학을 전공하지도 않은 사람이 프로파일러가 되는 설정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여자친구가 살인을 당해 그때부터 프로파일러가 되기 위해 독학으로 범죄자들의 행동 패턴을 연구했다던가, 학창 시절 내내 학폭을 당한 주인공이 가해자들의 ‘범행 수법’과 ‘심리’를 너무나 잘 알고 있어 미세 사건의 범인을 분석하는 스토리도 만들 수 있다. 그로 인해 프로파일러로 스카우트가 되는 것이다.
이외에도 임상병리사나 임상심리사처럼 의료 기관에서 정신 질환자들을 많이 접한 간호사가 프로파일러가 되는 설정도 가능하다. 보통 연쇄살인범들은 저마다 정신 질환이 있기 때문에 베테랑 프로파일러와 호흡을 맞출 수도 있다. 아니면 저명한 성교육 자가 이상 성욕이 있는 연쇄살인범을 프로파일링 하는 스토리도 만들 수 있다.
[악역 창작 팁]
경찰이 연쇄살인범이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유명한 연쇄살인범 중에서도 경찰이 있다. 주인공은 ‘골든 스테이트 킬러’ ‘오리지널 나이트 스토커’라 불리는 조셉 제임스 디 에인절로이다. 최소 살인만 12건 강간은 50건. 절도까지 합치면 100건이 넘는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추정한다. 놀라운 건 범행을 저지른 지 43년 만에 체포되었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미국도 과학수사가 발전하지 않아 체포하는 데 오래 걸린 것이지만, 조셉이 경찰이라 수사망을 잘 피해 다니기도 했다. 특히 조셉은 수사에 혼란을 주기 위해 피해자를 묶을 때 ‘매듭법’을 바꾸는가 하면,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무기를 직접 구입하지 않고 피해자 집 주변에 있는 사물이나 도구를 무기로 사용했다. 그렇다면 프로파일러라면? 마음만 먹으면 정말로 완벽범죄를 저지를 수 있지 않을까? 한마디로 추리 소설처럼 ‘지능적 범죄’를 저지르는 설정이 가능하다.
수사 패턴이나, 프로파일링 기법을 모두 알고 있어 ‘범행 수범’을 모두 다르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경찰과 프로파일러도 연쇄 사건으로 보지 않았다가, ‘시그니처’를 발견하면서 같은 범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시그니처는? 당연히 악역 프로파일러가 나는 너희들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알리려고 일부러 남긴 것이다. 한마디로 수사관들을 갖고 노는 장면을 연출해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빼먹지 말아야 할 것. 프로파일러는 왜 연쇄살인범이 된 것일까? 반드시 그 이유를 만들어 줘야 한다. 프로파일러라면 분명 범인을 잡는 사람인데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이 사람이 이렇게 변한 건지 과거를 만들어주도록 하자. 이 사람의 인생이 바뀌게 된 ‘결정적 사건’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살인이 벌어질 때마다 이 ‘결정적 사건’에 대해 수사관, 검찰, 프로파일러들이 잘못했다는 것을 조롱하는 메시지를 남기면 금상첨화이다.
이외에 프로파일러가 정치가, 권력자, 재력가와 결탁하는 설정을 할 수 있다. 어둠의 돈을 받고 일부러 잘못된 분석을 해 수사에 혼선을 주는 것이다. 형사들이 분석이 이상하다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면, 밥상을 차려줘도 떠먹지 못하느냐며 가스라이팅을 하는 장면을 연출할 수도 있다. 이때의 대결 구도는 형사 VS 프로파일러이다. 형사들은 처음에는 프로파일러를 믿고 수사를 진행했지만, 이들도 경험이 있으니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그러면서 점차 프로파일러를 의심하면서 갈등을 일으키는 스토리이다.
꼭 프로파일러와 수사기관이 대결 구도를 펼치는 것을 하지 않아도 좋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이라는 소설은 형사가 범인을 잡는 게 아니라 마술사가 범인을 잡는 이야기로 구성된다.
따라서 프로파일러와 싸우는 주인공을 수사기관이 아닌 다른 직업으로 만들 수 있다. 어떻게?
이 책에 나와 있는 다양한 직업 설명을 읽어보고 설정하면 된다. 과학자가 주인공이 되어 기존 과학수사와는 다른 기법으로 프로파일러를 잡을 수도 있고, 건축가만이 볼 수 있는 설계 노하우를 통해 프로파일러를 잡을 수도 있다. 여기서 핵심은 주인공의 ‘자기 전문 분야’를 응용해 추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과학자인데, 과학에 대한 추리가 하나도 없다면 굳이 과학자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 프로파일러가 ‘지능 범죄자’ 유형이라면, 주인공이 이를 상쇄시킬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으로 설정해도 좋다. 한번 보면 모든 걸 기억한다던가, 미래를 보는 능력이 있다던가, 사물이나 도구를 만지면 과거가 보이는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갖추고 있는 거로 설정해도 좋다. 프로파일러는 검거하기 어려운 최종보스급이기 때문에 주인공이 남들과 다른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재미를 배가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