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식당에서 사장이 되는 순간

책임은 늘어나지만 급여는 유연해지는 애매한 위치에 대해

by 올해의 계란

나는 사장은 아니다.
부모님이 가게의 대표이고, 나는 실장에 가깝다. 하지만 가게 안에서 내가 맡는 역할은 종종 직함을 넘는다. 주방도 할 줄 알고, 홀도 본다. 직원이 비는 날에는 대신 서고,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불린다. 명함에는 적혀 있지 않지만, 가게를 굴리는 데 필요한 대부분의 일을 알고 있다.


실장이라는 자리는 애매하다.
결정을 내릴 권한은 없지만, 판단을 요구받는다. 직원의 불만을 듣고, 부모님의 기준을 설명하는 역할도 맡는다. 사장과 직원 사이에서 완충재처럼 움직인다. 이 자리는 가게 입장에서는 매우 편리하지만, 그만큼 개인에게는 책임이 집중된다.


주방과 홀을 모두 할 수 있게 되면서 내 자리는 점점 넓어졌다.
‘너 아니면 누가 하겠어’라는 말과 함께 맡게 된 일들이 늘어났다. 그렇게 역할이 늘어나는 동안, 내 월급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월급은 더 이상 내가 얼마나 일했는지를 반영하는 기준이 아니라, 가게가 감당할 수 있는 선으로 굳어졌다.


가족 장사에서는 월급이 늘 협상의 대상이 된다.
직원에게 지급되는 급여는 의무이지만, 가족의 몫은 언제든 조정 가능하다. 조금만 더 버티자는 말, 이번 달은 사정이 어렵다는 말은 늘 가족에게 먼저 향한다. 그 말들이 틀린 건 아니지만, 그 안에서 누군가는 계속 자신의 몫을 뒤로 미루게 된다.


그래서 사장이 아닌 사장이 되는 순간, 자식의 월급은 사라진다.
보상보다는 희생에 가까운 형태로 남는다. 이 구조는 개인의 능력이나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가족 식당이라는 틀 안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결과에 가깝다. 이 글은 누군가를 탓하기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이런 구조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기록하기 위한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망하지도 잘되지도 않는 가게가 왜 가장 불안한 상태인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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