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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자신의 감수성 정도는

이바라기 노리코

by olive

어떤 시를 고를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문득 이전 싸이월드에 그 시절 내 마음을 쿵 때렸던 시가 있을 것 같아 들어가보았다. 그리고 발견한 2005년 5월 24일에 올려둔 이바라기노리코의 시.


초심이 사라져가는 것을 / 생활 탓으로 돌리지마라

잘못된 일 일체를 / 시대 탓으로 돌리지 마라

자신의 감수성 정도는 / 스스로 지켜라

....


자신의 감수성 정도는

이바라기 노리코

바싹바싹 말라가는 마음을
남탓으로 돌리지 마라
스스로 물 주는 것을 게을리 해놓고서

나날이 까다로워져가는 것을
친구 탓으로 돌리지 마라
부드러움을 잃어가는 것은 어느 쪽인가

초조함이 더해가는 것을
근친 탓으로 돌리지 마라
무얼하든 서툴기만 했던 것은 나 자신이 아니었던가

초심이 사라져가는 것을
생활탓으로 돌리지 마라
애초에 깨지기 쉬운 결심이 아니었던가

잘못된 일 일체를
시대 탓으로 돌리지 마라
간신히 빛나는 존엄의 포기

자신의 감수성 정도는
스스로 지켜라
바보같은 사람아...

#1일1시

#100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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