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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로 문 연 '어쩔수가없다'의 아이러니

by 견생극장

리뷰 기사에 미처 담지 못한 ‘어쩔수가없다’에서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


박찬욱 감독이 자신의 작품 중 가장 대중적이라고 말한 ‘어쩔수가없다’는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3번 2악장으로 이야기의 문을 연다.


이미 비극적이면서도 우아한 단조의 감성이 가득한 23번 2악장으로 ‘어쩔수가없다’를 시작한다는 건, 박찬욱 감독이 어떤 아이러니를 보여줄지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다.


스탈린이 사랑했던 23번 2악장, 그 음악에 얽힌 스탈린과 피아니스트 마리아 유디나의 일화, 스탈린의 죽음 곁에 있었던 음악이라는 점까지 떠올린다면 ‘어쩔수가없다’의 오프닝은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영화 '어쩔수가없다' 스틸컷. CJ ENM 제공

‘어쩔수가없다’의 오프닝은 이상적인 집, 그려진 듯한 가족이 서로 껴안고 있는 모습을 카메라가 훑는 가운데, 23번 2악장이 흐른다. 이는 엔딩과 더욱 대비된다.


마치 우리는 단란한 가족, 이상적인 가족임을 보여주는 듯 서로 꼭 껴안았던 가족은 엔딩에서는 서로 흩어진 채 존재한다. 오프닝과 똑같은 집, 똑같은 가족 구성원이지만 만수의 해고 후 어쩔 수가 없다는 말들로 이뤄진 재취업 과정이 그들을 처음과 같이 존재하지 못하게끔 한다.


이는 비단 만수뿐만이 아니라 미리, 시원, 리원, 시투, 리투 역시 마찬가지다. 모두 어쩔 수가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다는 말로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합리화했다. 그 결과는 하나였던 가족의 분열이다.


그렇기에 엔딩에 이르면, 다시 오프닝을 떠올리게 되고, 자연스럽게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 2악장이 귓가에 맴돌게 된다.


박찬욱 감독은 ‘어쩔수가없다’가 대중적인 영역에 가까워졌을지언정 그의 독특한 인장과 아이러니로 가득 찬 영화일 것이란 건 이미 오프닝에서부터 넌지시 귀띔했다. 이 밖에도 ‘어쩔수가없다’에는 박찬욱 감독이 숨겨놓은 것들이 장면 곳곳에 녹아있고, 이를 해석하는 재미가 가득하다.


박찬욱이 박찬욱했고, 역시 박찬욱은 박찬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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