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은퇴를 한지 만 3년이 되어간다. 조금 이른 은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대부분의 시간은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아주 가끔 후회를 한다. 그리고 오늘이 그런 날이다.
소셜에서 우연히 회사 단체 사진을 보았다. 연락을 끊고 지냈지만 소식이 궁금했던 이들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들이 여전히 회사를 다니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2024년 단체 사진에서도 그들은 웃고 있었다. 일도 제대로 못하고 인성이 좋은 것도 아닌데 성실하지도 않고 도무지 할 줄 아는 것이 하나도 없는 사람들인데 그들은 내가 그만둔 회사에서 삼 년, 오 년, 혹은 십 년의 세월을 채워가고 있었다.
25년이나 직장 생활을 했지만 회사라는 시스템을 알다가도 모르겠다. 대체 그들이 어디에 필요해서 회사는 그들을 자르지 않는 걸까? 그런 사람들도 다닐 수 있는 회사를 나는 왜 바보같이 박차고 나온 걸까?
내가 포기해야만 했던 많은 것들을 그들은 여전히 누리고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9시에 출근해서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다가 6시에 퇴근하던 월급 빌런들이 여전히 보호받고 있다는 것에 짜증이 났다. 내가 없어졌으니 빌런들은 또 다른 숙주를 찾아서 기생하고 있을 것이다. 또 누군가가 희생당해서 그들이 해야 하는 일을 떠안고 있겠지? 서로 먹고 먹히면서 어찌 됐든 간에 꾸역꾸역 태엽처럼 돌아가는 것이 회사라는 시스템의 실체일까?
며칠 전에 항공사로부터 우수 회원 자격이 상실되었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일 년에 몇 번씩 해외 출장을 다니다 보니 우수 회원이 되었다. 체크인할 때 줄을 서지 않아도 되었고 비즈니스 라운지도 이용할 수 있었다. 꾸역꾸역 쌓인 마일리지로 출장 갈 때마다 비즈니스 석으로 업그레이드를 하곤 했다. 그렇게 당연하게 누리던 것들을 이제 사용할 수 없다고 하니 무척이나 서운했다. 따지고 보면 별것도 아닌 해택인데 박탈감이 컸다. 등급이 내려가기 전에 해외여행이라도 한번 다녀올 걸 그랬나 보다.
별 것도 아닌 회원 등급 변경이 내게 큰 상실감을 주었고 떠난 지 3년이 되어가는 회사의 단체 사진이 후회를 몰고 왔다. 아마 이 감정은 내일 아침이 되면 사라질 것이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는 것은 나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었으니까.
죽을 만큼 힘들었는데 25년이나 다녔으면 충분하다.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기 전에 그만두어서 다행이다.
그래도 나도 인간이기에 아주 가끔은 후회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