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시입니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등 바뀌길 기다린다
이 사진 제목을 '무단행단'이라고 할까? '신호등 없는 거리'라고 할까? 그도 아니면 '눈치껏 자유 보행'이라고 할까? 그러다 다시 아무려면 어떨까 싶다.
이쪽 도로는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아직 없다. 차량이 많지 않기 때문인 듯하다. 신호등 없는 길이 편하여 나는 이 길이 좋다. 손에 짐을 들고 있을 때는 이 길을 이용한다. 신호등 바뀌길 기다리는 동안에 걸어와서 건너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떤 날은 가만히 서 있는 나를 발견한다. 신호 바뀌길 기다리는 습관에 의하여 그러고 서 있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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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글에 있던 사진 감상을 가져왔다. 하나의 독립. 문득 어떤 글에서는 독립된 것이 움을 트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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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은시입니다'는 '르네 마그리트'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의 언어 구조 형태를 한 번 뒤집은 것이다. '이것은 시가 아닙니다' -> '이것은 시입니다' 나는 이 말이 좋아서 오랫동안 '이것은시입니다'를 사용해 왔다.
그 어떤 것을 보더라도 그때 순간에 느껴진 어떤 감흥들과 직관적인 것들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럴 때 '이것은시입니다'를 쓴다. 그리고 지금은 하나의 매거진의 제목으로도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