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연락이 왔고, 무더운 여름날 오후 3시에 월곶역으로 향한다. 손에는 시원한 냉차를 들고서.
오랜만에 뵙는 얼굴이라 반가웠다. 코비드 19가 한창일 때 예도 샘은 '존재의 숲'에서 철학 강독 영상을 쉼 없이 촬영하여 유튜브에 올리셨다. 그 고독한 열정의 순간을 통하여 생산된 철학 영상은 누군가들에게 깊게 가 닿았을 것이고, 그 시간을 보내는 힘이 되었을 것이다.
4년 간의 철학 영상 시간을 보내시는 동안 얼굴에도 존재의 시간에 대한 깊이가 묻어나셨다. 사람이 어떤 시간을 보낸다는 것 그리고 그 시간이 자기 마음대로 되는 시간이 아니라 그저 반복적으로 임해야 하는 시간이라는 것에 대해서.
예도 샘께 시간정원 텃밭을 보여드렸다. 텃밭농장에는 아무도 없었고 오두막 너머로 시원한 바람만이 불어오고 있었다. 이 뙤약볕을 산책할 수 있는 것도 다 철학의 힘이 아닐는지.
니체의 '지하의 인간'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었다. 예도 샘은 철학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면서 이 시간이 풍성해질 수 있는 바로 이 시간이 좋으시다고 하셨다. 그것도 다 내가 지난 6~7년간 철학에 대하여 반복적으로 임했기 때문임을, 예도 샘도 알고 나도 알고 있다. 그래서 더욱 감사한 시간이었다.
니체의 지하의 인간과 들뢰즈의 심층의 시간과 강도에 대해서, 그것에 공감하고 그냥 알 수 있다면 그리고 바로 그 시간의 의미에 대해 안다면, 그는 이미 철학적 인간일 것이다.
예도 샘은 일 년 기간으로 독일에 간다고 하셨다. 해야 할 일정이 있다고 하셨다. 독일에서의 철학 영상 강의 역시 멋질 것이다. 인천 논현동의 '존재의 숲'도 다시 둘러본다고 하셨다. 그곳에서 철학 영상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시간이란 그 시간을 다 채우면 전혀 다른 양상으로 인간의 시간을 펼치게 하는 것 같다.
예도 샘의 강의가 처음에는 풍선처럼 다가왔고 그다음은 끄덕끄덕 그리고 이내 이해에 대한 이해의 시간을 갖게 되는 그런 시간들 속에서, 철학적 산책과 철학적 낮술과 철학적 카페에서 프레임 속의 저녁노을 지는 풍경을 감상하는 시간에서 보자면, 하나의 시간이 지나간 것이다.
무더운 여름 건강하게 지내시고 독일 잘 다녀오시길 기원합니다. 독일 가시기 전에 들려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간만에 마시는 철학적 낮술이 맛났습니다. 낮달도 뜨고, 풍경은 또 어찌나 철학적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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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니체 철학 Lento로 읽기'매거진에 올리는 이유는 니체에 대한 그리고 여러 서양철학에 대한 강독을 유튜브 영상을 통하여 전파하셨고, 나 역시 철학공부를 하는 동안 애청하는 유튜브 채널이기도 하여, 이 글을 니체로 분류하였다. 그렇게 철학사유의 영감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예도 샘의 냉 에스프레소 샷, 이렇게 아이스 커피를 즐기신다고!
월곶항 확장 공사 중에, 앞 물막이 인공섬에 어느덧 식물이 자라고 있었다. 여긴 그냥 갯벌이었는데! 월곶항 완공 후에도 이 인공섬 형태는 살려 놓아도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