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기념일

2025/01/15

by 아란도



어제는 너와 나의 결혼기념일이었다. "... 벌써 그렇게 되다니!" 너는 닭다리, 나는 닭날개를 저녁에 뜯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너랑 나랑 닭 먹으며 등등 이렇게 산 지...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에 대한 모든 것이 함축된 말이었다.

내가 금주한 지 한 달이 되어간다. 딱히 마시고 싶은 생각도 없다. 다만 어제저녁에 갑자기 생각났을 뿐이다. 한 잔해도 되는 날인데! 하지만 행동으로 옮겨가지는 않았다. 밤에 낭독도 있었고 하니 더욱 그러하지만, 술 마시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기념할 만한 날은 기념하자'라고 2017년 오늘 써 놓았더라. 그래서 기념할만한 것이 있었지만, 케이크나 와인은 준비하지 않았다. 웬일인지 그럴 기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렇게 살아있지만 세상, 흥이 안 나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 시간 내가 올린 내 사진을 보며, 그때도 폰 뽀샵은 잘 받았구나 싶다. 요즘은 도통 내 사진을 안 찍으니, 폰이 세상에 등장하기 이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 아니면 아마도 사진을 찍어도 매 마음에 안 든 탓일지도.


사람이 활동하며 움직이는 와중에 어떤 보여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비록 그 활동 중에 보이지 않는, 이를테면 환한 웃음 뒤에 가려진 어떤 우울들이 분명 있을 테지만, 웃는 사진에서는 그런 모습이 잘 포작 되지 않는다. 그냥 그 순간의 미소가 거기에 있는 것이다.


그때의 심정을 알려면, 역시 글 밖에는 없다. 무수한 시간 나눔이 글 속에는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내가 있다. 빈 공간을 메워 평평하게 만드는 내가 있다. 그리고 나는 그 땅을 밟고서 여기에서 빈 공간을 메우며 평평하게 만들고 있다.


* 2017년 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