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의 형태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7)

#몽테뉴_에세2_1장

by 아란도

#몽테뉴_에세2_1장 '전체의 형태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부분들을 정돈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7)


1장 제목/ 우리 행동의 변덕스러움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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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대인(세네카)은 말했다. 우리를 우연에 맡기고 살고 있으니, 우연이 우리에게 그토록 큰 위력을 행사해도 놀랄 일이 아니라고. 어떤 확고한 목적에 따라 자기의 전체적인 삶을 구상하지 않은 사람은 자신의 구체적인 행동들을 제어할 수 없다. 전체의 형태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부분들을 정돈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뭘 그려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물감을 장만한들 무슨 소용인가? 누구도 자기 인생에 대한 확고한 구상을 세우지 않으며, 조각조각 단편적으로만 인생에 대해 생각한다.


궁수는 무엇보다 먼저 어디를 겨눌지 알아야 하고, 그런 다음에는 손, 활, 시위, 화살 그리고 동작을 거기에 맞춰야 한다. 주소도 목적지도 없으니 우리의 계획은 길을 잃고 헤맨다. 가려는 항구가 없는 자에겐 어떤 바람도 유용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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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포클레스 비극 하나를 보고, 그가 아들의 비난과는 달리 집안일을 다룰 만한 능력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밀레토스를 개혁하기 위해 파견된 파로스인들의 추측도 그들이 내린 결론의 충분한 근거가 된다고 보지 않는다.


섬으로 간 그들은 제일 잘 가꾼 토지들과 가장 잘 관리된 농가들을 눈여겨보고, 그 주인들의 이름을 등록시킨 뒤, 도시에서 시민 의회를 소집하던 방식으로 그들을 새로운 관리와 법관으로 임명했다. 자기 일에 성실하다면 공적 업무에서도 그러리라 생각하고 말이다. (에세 2, 1장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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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 단편적인 사례나 겉으로 드러난 성실함만으로 사람의 공적 능력이나 성품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소포클레스의 경우에서 보자면 그의 문학적 재능을 보고 가정 관리 능력이 있다고 추측하는 것은 오류라는 비판을 몽테뉴는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파로스인들이 밀레토스 개혁을 위해 ‘자기 땅을 잘 돌보는 사람은 공직도 잘할 것’이라 판단한 방식 역시 충분한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


개인적인 성실함이 공적인 덕목이나 능력을 담보하지는 않는다고 몽테뉴는 생각한다. 겉으로 보이는 근면함이나 문학적 능력만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위험하며, 진정한 평가에는 더 깊은 관찰과 분별력이 필요하다는 철학적 태도가 깔려 있다. 몽테뉴는 '행로'를 따라서 사람을 평가해야 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대목에서 불현듯 일제강점기가 막을 내린 후 대한민국에서 일제강점기 때 관료였던 사람들과 경찰들을 그대로 다시 관직에 등용한 사례들과 겹쳐졌다. 공공기관의 일이란 게 하던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인식과 준비된 인력이 부족해서라는 핑계로밖에는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잔재가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더 검증하고 청산했어야 할 자들에게 오히려 날개를 달아 준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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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그림자 다루기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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