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통영
어쩌다 보니 통영이다. 통영의 어느 해안가에 자리 잡은 후, 한 시간여를 걸었다. 호수 같은 바다다. 아주 오래전에 이렇게 천연 요새처럼 형성된 곳에 수군이 있었을 법도 하다. 바다가 이리 호수 같이 아담하니, 판옥선 띄우기에 좋았겠더라. 남쪽은 요새 같은 바다가 곳곳에 섬 사이에 있는 것 같다.
해안길 따라 산책하며 주변 풍경을 보았다. 산책, 조깅, 낚시, 버스킹이 한가하게 진행 중이었다. 조용한 밤 풍경 사진을 찍었다. 동화 같은 풍경과 동시에 이곳이 월곶인지 통영인지 잠시 혼란스럽기도 했다. 요즘은 어느 곳을 가도 비슷한 아파트, 상가 건물들이다. 당연히 서비스도 균질해졌다, 스타벅스처럼. 이러한 변화가 좋기도 하고 별생각 없이 무덤덤하게 만들기도 한다. 말없이 산책하며 풍경을 감상하는 것처럼, 크게 다를 것이 있겠는가. 이곳은 현지인과 관광객이 주말에는 동시에 노니는 곳인 듯하다.
작은 선착장 주변에 스티로폼 튜브와 잡다한 쓰레기들이 몰려 있다. 이런 쓰레기들은 보이는 족족, 밀물에 의해 한데 모이는 족족 걷어내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바다 아래 그물망 깔아 놓고 일정한 시간에 걷어 올리면 되지 않을까...
달, 보름달에서 많이 허물어진 채로 달이 떴다. 비가 와서 추석에 보름달을 보지 못했는데, 산 위에서 방금 떠오르는 달을 통영 해안가에서 만났다. 그는 달이 왜 땅에 붙어 있지?라고 말했다. 산도 땅이긴 하다. 달은 맨날 그럼 중천에만 떠야 하는 거냐~? 속으로 말했다. 그냥 달이나 감상하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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