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레축제 날, 소래철교를 지나며 경계지대를 생각하다
소래 축제다. 산책 삼아 저녁에 집을 나섰다. 밤길을 걷는 동안 피부에 와닿는 바람의 감촉은 지금이 딱 좋다. 늦여름에는 자정이 시원했다. 아파트 주변을 왔다 갔다 10분 정도 걸으며 밤하늘을 감상하면 기분이 쾌적해진다. 아무도 없고 공기는 시원하고 달빛은 높게 내려앉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은 습도가 높아서인지 살짝 더웠다. 땀이 났다. 괜히 긴팔 입었구나 싶었다. 너무 단디 채비를 한 것일까? 얇은 티셔츠 위에 걸친 짧은 후들 재킷을 벗어서 면가방에 넣었다. 짐만 늘었다. 가벼운 것도 모이면 무거워진다. 가방을 펼쳐보면 별거 없는데 주섬주섬 집어넣은 것들의 무게가 한데 모여 중량감을 만든다.
소래 철교 위를 지나간다. 밤빛이 밝았다. 음악소리가 크다. 아이돌 노랫소리가 들린다. 사람들은 그곳으로 향한다. 우리 발걸음도 그곳을 향한다. 구름관중이 모여 있었다. 내일(일요일) 축제 일정표를 보았다. 불꽃놀이를 안 하고 드론 쇼를 할 모양이다. 불꽃놀이는 월곶축제에서 할 모양이다. 이번 소래포구 축제는 아이돌과 디제잉댄스음악 위주인가 보다. 월곶 축제는 Mr 트롯으로 거의 채워진 것 같다. 다리 하나로 붙어 있는 지역이어서 축제 내용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한 모양이다.
"저기서 이름 아는 사람 있어?"
그가 나에게 묻는다.
"아니..., 박상민과 최시라는 왜 나오지?"
"......"
"아, 가수구나, 순간 탤런트라고 생각했네...ㅋㅋ"
이름과 얼굴이 점점 매칭이 되었다. 우리는 거리에 걸린 팸플릿을 보면서 월곶역이 미어터지겠구나 했다.
소래포구 축제 공연은 이미 사람이 너무 많아서 무대가 잘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이 즐기면 되지, 우리는 밥을 먹기로 했다. 축제는 뭐니 뭐니 해도 먹거리지, 위안이 좀 되었다.
소래 포구 어시장 입구 식당에서 생선구이를 먹기로 했다. 전어 맛은 봐야 했기에. 막걸리 한 병을 나눠 마셨다. 점점 술 양이 줄어드는 그는 세 잔이나 마셨다. 내가 양보했다. 나는 생선구이를 먹을 거니까. 반찬은 맛있었다. 밑반찬을 잘 안 해 먹는 나로서는 반찬이 잘 나오면, 밥 먹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기본 생선구이 백반을 먹었다. 전어 배를 갈랐다. 알은 없었다. 청어는 배가 두둑해서 알이 있을 거라고 예상하기는 쉬웠다. 그와 내 배도 알을 좀 빼내면 배가 들어갈라나, 알을 낳으라는 말이야, 안 무거워? 내가 요즘 하는 말이다. 이제 날이 많이 선선해졌으니 걸어야겠다. 그가 모자를 살짝 비껴 쓰고 밥을 먹었다. 모자가 빛바랜 지 오래다. 그런데 버리지도 않고 줄곧 그 모자만 쓴다.
"빛바랬는 데 버리고 하나 사"
"괜찮아, 뭘 사"
막걸리나 마셔야지.
저녁을 먹고 포만감에 걷기도 귀찮았다. 그래도 어쩌랴, 내 다리로 걸어야 집에 갈 수 있는 것을. 소래 철교 위를 다시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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