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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캠핑

열기와 얼음의 시간

by 아란도


광복절 캠핑은 무더위로부터의 약간의 해방이었다. 작열하는 태양빛과 복사열 그리고 얼음처럼 차가운 물의 대비가 주는 묘한 쾌감이 있었다. 올여름은 마치 용광로 속으로 직진하는 느낌이 있었다. 이 열기 속에서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덥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야 드는 생각은, 차라리 책 한 권 들고 카페로 피신했더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뒤늦게 든다. 그러나 이내 올해의 더위는 그런 더위는 아니었다는 생각에 미친다. 한복판으로 걸어 들어가 관통해야만 바깥으로 나올 수 있는 열기였다는 그 생각이 못내 짠하기도 하다. 아무리 시원한 것이 있다고 하여도 여름의 열기가 녹이고 생성해야 할 것들은 있는 모양이다. 심연을 녹이는 열기와 얼음처럼 차가운 물의 심연은 어쩐지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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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캠핑은 화장실과 개수대가 바로 옆에 있는 캠핑장이었다. 각각 자신들만의 화장실과 개수대가 있는 것이다.


캠핑과 냉면이 잘 어울릴 거 같은데도, 냉면을 거의 해 먹지 못한 이유는 개수대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개수대가 바로 옆에 있으니 냉면을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그래도 면이 불긴 불었다. 다소 짐이 되더라도 냉면 그릇을 가져가야 했을까. 냄비에 냉면 가득이다.


차를 우렸는데, 여름내 시원한 달차를 마시다가 따뜻한 차를 우리니 맛이 잘 나질 않았다. 시원한 차를 달라고 내 안이 요구한다. 보온병에 담아 간 시원한 차를 마시니 해갈된 느낌이었다.



광복절 기념 축제를 영상으로 시청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류를 기뻐하고 문화강국을 꿈꾼다면, 국민들에게 주는 선물 같은 날들의 행사에 굳이 예산을 인색하게 써야 할까? 하는 생각. 이러한 행사들은 우리나라의 특별한 날들을 기념하는 행사이므로 하나의 공연으로 체계화되어도 좋지 않을까? 프랑스에서 파리 올림픽 개막식 때 파리라는 도시를 무대로 만들었던 것처럼. 그 정도 규모로 공연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한 편의 뮤지컬처럼 각각의 소주제들이 주제에 연동되어야 하고, 노래들이 주제를 향하도록 구성되어야 하고, 무대의상도 공연 주제에 맞춰야 하는 것이 아닐까. 공연에 참여하는 모든 이는 그때 배우가 되는 것이며 역할을 부여받게 된다. 한 편의 공연을 본 것 같은 통일감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지 않을까. 축제처럼 모두가 관람하고 즐길 수 있는 그런 국민 공연 축제를 기대해 보게 되었다. 문화강국은 어디로부터 비롯되어 더 단단해져야 할까?



어제는 번개가 치고 천둥이 쳤다. 번쩍번쩍 우르릉 쾅쾅, 하늘이 찢어지는 소리를 기대했으나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미약했다. 시원하게 쏟아져 주길 기대했는데 가랑비만 내리다 말았다. 모르지... 새벽에 더 내렸는지도.


그래도 그 비 내렸다고 제법 오늘은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매미 올음소리도 시원하게 들린다. 맞바람이 실내로 들어온다. 멍하니 실내를 둘러본다.



광복절 물놀이

비가 온 직후라서 물수량 완전 풍부 그리고 얼음처럼 차가운 계곡, 헤엄칠 수 있도록 넘치는 물, 이쪽에서 저쪽으로 가려면 물 흐름에 몸을 맡기되 물고기가 지느러미를 이용하듯, 팔과 다리 살착살착 움직이면 중심 잡힌다, 다만 물살이 세면 떠밀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곡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는 방법은 물살에 몸을 둥둥 띄워 맡기는 것이다. 살짝만 헤엄치며 버티면 금세 물살이 몸을 이편에서 저편으로 보내버린다. 그러니 바로 직선이 아니라 살짝 사선이 도착지점이다. 그곳이 항상 사람이 도착하는 지점일지도. 그래서 다시 발을 퍼득거려 연어처럼 거슬러 올라간다. 흐르는 물 위에 몸이 떠 있으니, 손은 바닥 돌을 받침 삼아 팔로 힘주며 밀면서 그 반동으로 위로 거슬러 오르게 된다. 물살을 타면 금세 기슭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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