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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과 몸보신 음식들

by 아란도


올여름에 삼계탕을 먹은 기억이 없었다. 요즘 땀을 많이 흘렸으니 몸보신해야지 했다. 그래서 한낮에 무작정 정육점에 가서 영계(아주 작은 닭)를 샀다. 장바구니를 메고 오는 데 태양 작열했다. 이 땡볕에 내가 왜 장 보러 나왔을까 3초 생각했다.


저녁 무렵에 헌옥 샘을 텃밭에서 만났다. 가지와 고추 수확 후 휴가를 떠난 이웃 텃밭에 같이 물을 주었다. 주인이 휴가를 떠나니 텃밭 식물들이 물을 실컷 흡수한다. 물 덜 주고 키우는 텃밭이 주인 휴가 떠나니 오히려 배불리 물을 먹는다. 물을 배불리 주면서도 너무 많이 준 것은 아닌가 하며 우려가 되었다. 내 것이 아닌 것은 줘도 걱정 안 줘도 걱정이다.


문득 대화 중에 헌옥 샘이 내일 말복이어서 닭 사러 가신다고 했다. 어! 나는 그냥 삼계탕 먹고 싶어서 아까 닭 사다 놨데요 했다. 사람의 입맛이란 무엇인가? 말복인지도 몰랐는데 닭이 땡겨서 닭을 한낮에 사러 가다니, 사람 몸은 어느 정도는 그때에 길들여져 있는 것인가.


삼계탕을 예전에 내가 만들어 봤던가? 백숙은 해봤는데 말이다. 찹쌀과 마늘로 배를 채우고 꼬지로 꿰매어 막았다. 황기 등등 한약 봉지를 넣고 냄비에 넣고 삼는 데, 순간 이런 생각이 퍼드득 지나갔다. 깨끗이 씻긴 했지만, 닭날개 끝과 몸통 끝의 꽁지와 기름은 제거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할 수 없었다. 떠오르는 거품들을 국자로 떠내었다.


꺼내서 모양을 보니 너무 처음 형태 그대로다. 약간은 변형이 있어야 닭처럼 덜 보일 텐데. 묘한 느낌을 마주하며(억누르며) 배를 갈랐다. 익기는 다 익었는데 폭삭 익은 것까지는 아니었다. 다음에는 더 흐물하게 삶아야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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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비치는 것들을 씁니다. 글쓰기에 진심입니다. 이제 봄이고 오늘은 비가 오고 차를 한 잔 마시고 내 안에서 꿈툴대는 언어들을 옮깁니다. 좋은 날이 그대와 나에게도 함께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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