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이끄는 대로, 중에서
나는 여전히 묻고 있다. <5부/ ‘삶이 이끄는 대로’ 편 중에서 옮겨 씀. p234~237>
“스스로 깨달아야만 진짜 말이 된다”는 말을 나는 오래 지나서야 이해했다. 누군가의 말은 방향을 가리킬 수는 있지만 대신 걸어 줄 수는 없다는 사실을. 그 길을 실제로 밟아보지 않았다면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아직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은 들을 수 있었지만 그 진실을 살아 내는 일은 늘 내 몫이었다. 책이 고마웠던 이유는 답을 주어서가 아니라 내 안의 침묵을 흔들어주었기 때문이다. 아주 작은 진동이었지만 그 흔들림을 나는 기억한다. 그런 순간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남이 건네준 문장이 아니라 내가 길어 올린 말들이 나를 구성해 왔다.
책을 읽고 난 뒤 머릿속에 가득 차오르던 생각들이 실은 내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 나는 이상하게도 자유로워졌다. 생각은 머물다 지나가는 것이고 붙잡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나는 말들을 고르기 시작했다. 나에게 오래 남는 말과 금세 사라지는 말을 구분하게 되었고 내 삶을 비추는 언어가 무엇인지 천천히 알아갔다. 어떤 말들은 내 안에서 오래 울렸고 어느 순간부터는 나의 선택과 태도를 조용히 이끌었다.
그래서 나는 요즘 내 언어를 정갈하게 걷어낸다. 수없이 쌓아 올린 문장들 위에서 내려와 삶의 안쪽으로 천천히 들어간다. 더 이상 말로 나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고 누구에게도 설명하지 않아도 나는 나를 안다. 내가 택한 침묵은 두려움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정직한 고백에 가깝다. 그 고백은 화려하지 않지만 살아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히 울림이 된다. 문장이 되지 못한 감정들마저 조용히 사랑하기로 했다. 그것들 역시 내 삶의 일부였음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자 나는 점점 가벼워졌고 그 가벼움 속에서 뜻밖에도 더 선명한 나를 마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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