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신체사유

#오늘의_moment '하얀 레이스 손수건'

'감정의 선을 만들어 간다'는 것

by 아란도


#오늘의_moment '하얀 레이스 손수건'


오늘은 걸어서 신세계 아울렛 탐방~ 여긴 365일 크리스마스 같아요. 가스난로 앞에서 스벅 커피도 마시고, 밤공기가 여전히 차갑지만, 실내보다 실외가 더 매력적이었어요.


전에는 못 보고 지나쳤는데 오늘은 탐방이라 거대한 설치작품을 보고 저거 뭐지 하며 사진을 찍었어요. 레이스 방석은 아니고 하얀 레이스 손수건이었어요.


아~ 그리고 그 아래에 채미지 작가의 작품 설명을 읽고서 설치물 뒤로 가서 보았어요. 그때 마음에서 하얀 손수건 한 장이 날아가는 느낌이었어요. 설치 작품이 좀 더 넓은 공간에 전시되었으면... 좋았겠다 하는 생각을 했어요. 하얀 손수건이 빛바래진 기억처럼 겨울에 눈이 내리고 바람도 불고 비도 오고 그 시간 안에서 때 구정물이 서려 있었지만, 그 언젠가 누군가 바람결에 놓친 새하얀 손수건이었는지도 모르겠어요.


#THE_MOMENTS /#채미지


" 레이스 손수건이 바람에 흩날릴 때 자아내는 아련한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이다. 돌이킬 수 없는 '시간'과 지나버린 '순간' , 그리운 '기억'들을 떠오르게 하는 매개로써 '손수건'을 이용하여 작품을 보는 관람자들의 감수성을 자극하고 감성을 불러일으키고자 하였다. 추상적인 감정을 구체적 형상으로 보여줄 수는 없기 때문에 '감정을 유도할 수 있는 모티브'와 '극적인 구성'을 통해 표출함으로써 작품이 보여주고자 하는 '그 너머의 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하였다


이 작품 설명을 읽고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떠오르지 않으면 그것이 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얀 손수건이 바람에 나부끼며 공중을 펄럭이며 날아가려 한 그 순간을 조약돌이 간신히 붙잡고 있지만, 하얀 손수건은 이미 바람을 타고 그 언젠가의 기억을 여기로 소환하거나 아니면 내 마음이 거기로 가 있거나, 이것은 내 기억이 아닌지도 몰라요. 왜냐하면, 손수건에는 너무나도 많은 기억들이 중첩되어 서려 있으니까요. 작품은 바로 그것에 대해 말하는 듯해요. 개별적이지만 누구나 느끼는 바로 그런 것, 누구나 느끼지만 모두 각각의 아련함이 되는 바로 그런 것. 시간과 중첩된 이중의 공간성, 예술은 바로 거기에 있나 봐요.


365일 크리스마스 같은 아울렛 내부의 거리를 아이쇼핑도 하며 걸어 다녔어요. 잘 디자인되고 통일된 정돈감은 사람을 편안하게 해 주었어요.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것은 오히려 충일감을 가져와요. 묘한 일이죠! 때로는 어떤 상반된 감정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인간이 인간 그 자체를 이해한다는 것은 많이 생각해 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은 그 자체로 손이 많이 가는 동물이라는 것도요. 우리는 평생 그 자신에게도 '손'이 많이 가는 시간을 보내게 돼요. 몸도 마음도 정신도요. 인간이 이것에 쏟아붓는 시간은 아마도 앞으로는 더 길어지겠죠.


시간이란 참으로 기묘해요. 엄청나게 압박을 가하다가도 그 시간을 견뎌내면 그 압박감은 이내 수용으로 바뀌어 있어요. 불가능하지 않고 가능하다고 어느덧 탄력성이 회복되어 있어요. 이렇게 반복되며 내부에서 공간을 늘려나가나 봐요. 각자에게는 그 자신만이 해야 하는 것이 있어요. 하얀 손수건에 수많은 사람의 기억이 서려 있다 하더라도 그건 모두 각각의 기억인 것처럼요. 일제히 소환된다 하여도 그건 모두 개별적인 감정인 것처럼요. 더 첨부하자면 그래서 의미가 있는 것이며 소중한 것이라는 것도요.


나는 나를 사는 것이지 타인을 사는 것이 아니듯이, 모두 내 안에 들어온 타인을 수용하는 것이지 자기 바깥의 타인을 수용할 수는 없는 일이듯이, 소유는 그 자신 안의 일이지 자기 바깥의 일이 아니듯이, 기억도 그 자신의 기억이지 자기 바깥의 기억이 아니듯이, 감정의 그 결의 섬세함은 그 자신이 만들 수 있는 것이지 타인이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듯이, '감정의 선을 만들어 간다'는 것은 실로 '시간'과 관계가 깊지 싶어요. 어쩌면 시간 그 자체라는 것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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