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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가치는 외부에 있는가, 내부에 있는가

남과의 상호작용, 사회생활의 어려움에 대한 고뇌

by 글장이 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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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자신만을 위해 부를 쌓으며 살아온 소수의 부자들은 말미에 남을 도우며 마침내 인생을 완성하였다고 한다. 남을 위해 사는 삶에 진정한 가치가 있었노라고 회상한다. 예컨데 어려운 환경에서도 내가 잘되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이보다 남이나 가족, 혹은 자기 자식을 위해 버티는 이가 더 질기고 강한 원동력을 가지는 걸 자주 볼 수 있다.


내가 알기로 인간은 결국 사람 사이와 사이에서 집단을 형성하고 그 사이에 있어야 편안하고 안심할 수 있는 존재로 진화해 왔다. 그것이 생존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런 유전자들이 남게 되어 지금까지 종을 유지해 올 수 있던 것이다. 한 명이 사냥하는 것보다 여럿이 사냥하는 것이 훨씬 생존에 유리하고 하물며 추워도 여럿이 체온을 나누면 생존률을 높이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진화론적인 입장에서 보아도 인간은 그 한자어의 발원에 대해 고심하기 이전에 이미 사람없이는 살 수 없는 불안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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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내 얘기를 해본다.

나는 아무생각없이 살아도 그럭저럭 살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항상 누군가의 관계 속에서 고민하고 다치고 행복해하고 보람된 마음을 느끼며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관계의 문제에 항상 공격받아왔으며 감동해 왔다. 그만큼 사람과 사람사이의 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이다.

최근에도 직장에서 특히 그런 문제에 휩싸이면서 또 이런 화두가 나를 가만 두지 않는다.

과연 삶의 지향점이나 목적의식에 나를 두는 것과 남을 두는 것 중 어느것이 맞는 방향인가라는 것이다.


애초에 내 인생에 남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나같은 삶의 이타성이 실제 삶을 사는데 이렇게 고뇌스러운데, 한편으로 이미 삶의 끝을 본 사람들의 경험을 빌리면 결국 인생은 남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을 보고 느끼는 만족감이 나만을 위해 살았던 만족감보다 비교할 수없을만큼 크다는 것이다. 나는 그 말을 이해할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 실존적 삶에 그게 적용할 수 있는 일인지 정의할 수 없다. 당장 내일 출근해야 하는 평범한 사람의 인생에 적용가능한 것인가?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부딪히는 장소가 바로 회사다. 월급을 받기 위해 오늘도 출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남과의 온화한 관계속에 행복감을 공유하며 일도 할 수 있다고 믿지만, 그렇게 살아온 내 인생에서 남과의 관계가 상상처럼 좋게 흘러간적은 많이 없다. 물론 내 완벽주의 성향때문일수도 있지만, 기본적인 관념을 어떻게 정의하고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낀다.


나인가, 남인가. 나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화한 삶을 살아가는 아내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면 그때그때 다르다. 일단 나부터 채워져야 남을 볼수있다. 이런 말을 하지만, 내가 그걸 모르는 게 아니라 하나의 방향성으로 확립하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유연하게 대처하는 삶이야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하나의 가치관이 확실해야 삶을 지탱할 수 있지 않겠나.

충격적이게도 아내는 '나는 비교적 이타적인 사람이다' 라는 내 말에 '거짓말'이라고 한다. 나에게도 그런 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건 당연한 얘기다. 나는 본질을 얘기하는 것이다. 생 이후에 사회화가 이루어지면서 만들어진 지금의 반 이기적인, 반 이타적인 나를 보면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아는 나는 나의 행복이전에 남과의 행복 사이에서 훨씬 큰 만족을 느껴온 것 같다. 다만 그게 언제나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 문제지만. 내가 행복한 것이 최고다, 라는 말을 반대하려는 심산이 아니라 그것만 생각하기에 나는 상당히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더 큰 행복감을 얻는 것 같다는 의미다. 외롭더라도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비해, 다른 사람과 잘 지낼 때의 행복감, 안도감, 소속감 그런 것이 상대적으로 크다.


사는 보람, 곧 행복이라는 삶의 가치관을 나에게서 찾아야 하는지, 남에게서 찾아야 하는지 그 균형을 평생 스트레스 받으며 찾아가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 과정에 쓰는 시간이 너무 많으며 시간 자체가 즐겁지 않다. 대충 살아도 살아지는 삶을 살고 싶지만 아무래도 가치관이 명확하지 않으면 그게 잘 안될듯 싶다.


세상의 중심은 나라는 것은 당연한 것. 근데 그걸 추구하는 게 오히려 괴롭다면 남을 봐야한다. 하지만 남을 보면 더 괴롭다. 원하는 상호작용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남들은 자신을 우선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말이다. 여기서 괴리가 생긴다. 뭐가 맞는 것인가.


써도 써도 답이 나오지 않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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