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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노 May 01. 2024

[핵심문장] 어느 대기업 임원의 퇴직 일기


PART 1. 준비되지 못한 자가 정상에 서면 남은 길은 내리막뿐이다.


내가 처음 임원이 되었을 때, 나에게 충고해 준 어느 선배 임원의 말이 생각났다.

"괜히 의욕 넘쳐 덤벼들어서 잡음 만들지 말고, 임원 1년 차는 그냥 조용히 흘려보내고 2년 차 초에 하나 터뜨려. 그럼 3, 4년은 갈 수 있어."


집안 살림을 정리하며 회사가 나를 버릴 준비를 한다면, 나 또한 기꺼이 그 과정을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밟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회사를 원망만 하고 살기에는 내 인생이 너무 소중하고 가여웠다.


올라가면 언젠가는 반드시 내려와야 한다는 사실을 왜 나는 잊고 있었을까? 더러 어떤 내려옴은 올라가는 시간에 비해 턱없이 짧은 시간일 수도 있음을 알아야만 했다.


성공적인 이직 후 원하는 임원의 자리에 오르고 싶다면 지금 직장에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먼저 내가 생각하는 나의 가치만큼 회사도 나를 인정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일 잘하고 욕심 있고 평판 좋고 야망 있는 사람은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회사도 나를 그렇게 생각하느냐'입니다. 임원은 회사가 선택합니다. 나를 보는 자신의 평가와 회사의 평가가 다르다면 그 차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일단은 임원이 되려 하지 말고 업무 성과를 내는 것에 집중하세요. 그것도 동료와 비교하여 어느 정도 잘하는 수준이 아닌 비교 불가한 수준의 성과를 이루는 것으로요. 임원의 자리는 직장 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내가 만든 수많은 결과물이 쌓여서 오를 수 있는 곳입니다. 상사가 지시하는 일뿐 아니라 지시하지 않은 일도 만들어서 하겠다고 결심해 보세요. 아웃풋이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업무 태도는 회사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관점을 바꾸어 내 자리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결국 퇴직은 직장인의 숙명이다. 대기업 임원도 다르지 않다. 숙명과 맞서는 방법은 하나다. 떠나야 할 때는 더는 뒤돌아보지 않고 떠나는 것. 그것만이 떠나는 직장인을 위한 유일한 처방이다.


세상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습니다. 언뜻 쓸모없어 보여도 시각을 달리하면 얼마든지 필요한 경험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이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별은 나를 성장시키는 도구가 됩니다. 이별을 통해 교훈을 얻어 부족한 역량을 채우기도 하고 더 맞는 길을 찾아갈 수도 있습니다. 흔히 이별을 끝이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시작이기도 합니다. 과거는 돌아보지 말고 미래에 집중할 때 이별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견문을 넓히시길 바랍니다. 많은 직장인이 회사에 집중한다는 명분으로 회사와 관련된 사항에만 관심을 쏟습니다. 이러한 자세는 당장 일하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편중된 시각은 사고를 편협하게 만들고 편협한 사고는 기형적인 성장을 초래합니다. 직장 생활을 오래 할수록 회사 밖에서 어려움을 겪는 원인입니다. 폭넓은 견문은 남과 견주어 차별적 경쟁력을 갖게 하고 내 삶의 밸런스를 유지해 회사가 없는 삶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갖게 합니다.


PART 2. 준비되지 못한 자에게 회사 밖 전장은 더 처절하다.


직장 생활을 인생의 일부로 두고 인생 전체를 설계하셔야 합니다. 직장 생활은 최종 목표로 도약하기 위한 도움닫기 구간으로 활용하기실 바랍니다. 현명한 직장 생활은 현명한 인생 계획에서 출발합니다.


내가 나를 평가하는 시선은 세상을 왜곡해서 보게 만들고, 그 결과는 고스란히 나에게 상처로 돌아왔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래서 퇴직 후 나에게는 남은 것이 별로 없다. 그 흔한 취미도, 있을 법한 특기도, 마음을 깊이 나눌 친구도 몇 없다. 내 삶의 대부분 관계가 일로 맺어졌고, 거의 모든 시간을 업무로 채운 탓에 내 삶에서 회사가 사라지자 나만 덩그러니 남았다. 한곳만 보고 달렸던 무모한 선택에 대한 기회비용이라고 생각한다. 경험하고 나서야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경험이었음을 깨달았다.


지금까지 직장인이라는 내 신분이 이 사회에서 보증서 역할을 한 것 같았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임을 증명하는 주민등록증보다 모 회사 소속이라는 사원증이 나를 더 강력히 지탱해 준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회사 밖을 나오자 도대체 신뢰할 수 없는 정체불명 인간이 되고 말았다. 보이는 모습이 중요한 세상의 관점에서 나는 그들의 요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수준 미달의 존재일 뿐이었다. 스스로는 나를 설명할 방법이 없으니 사회와의 연결고리가 하나둘씩 끊어질 수밖에 없었다.


지혜롭게 회사 밖 삶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를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첫째, 회사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얻어 내시길 바랍니다. 그것이 높은 직급이든 막강한 실력이든 폭넓은 관계이든 다 괜찮습니다. 탄탄히 쌓으셔서 회사 밖 삶의 밑천으로 활용하시길 바랍니다. 흔히 회사 밖 삶을 준비하려면 회사 일은 조금 소홀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력이 없으니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회사 안과 밖 삶은 완전히 분리돼 있지 않습니다. 전혀 다른 길을 간다면 모를까 직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회사 밖 삶에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아니 꼭 활용하셔야 합니다. 직장인이 퇴직 후 경쟁해야 하는 라이벌은 같은 직장인이 아닐 수 있습니다. 한때 직장인이었더라도 회사 밖 삶에 오래 몸담고 있어 여러모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회사 밖 삶에 경험이 전혀 없는 초짜가 이를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요?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살아온 경험치가 달라서 초반부터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겁니다. 그들이 키우지 못한 부분의 장점이라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회사는 회사 밖 삶을 준비하는 좋은 재료가 될 수 있습니다. 최대한 끌어모으세요. 높은 직급은 후광이, 막강한 실력은 자신감이, 폭넓은 관계는 윤활유가 될 수 있습니다. 맨몸으로 싸우기보다 훨씬 수월할 겁니다.

둘째, 자기만의 주특기를 개발하시길 바랍니다. 많은 직장인이 회사를 떠나 자리를 잡지 못하는 이유가 주특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회사는 사람을 표준화시킵니다. 인력 활용도를 높이려면 직원을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죠. 제너럴 리스트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말이 좋아 올라운드 플레이어 또는 제너럴 리스트이지 바꿔 말하면 특출나게 잘하는 게 없다는 뜻입니다. 누가 해도 된다면 굳이 당신을 선택할 이유가 없습니다. 실제로 세상에 제너럴 리스트는 차고 넘칩니다. 좋아하는 일이든 잘하는 일이든 나만의 주특기를 만드세요. 회사 밖에서는 철저히 스페셜리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셋째, 변화하는 세상의 물결에 올라타시길 바랍니다. 키오스크 앞에서 주저하는 부장님, SNS 어려워하는 상무님을 만나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남의 일이 아닙니다. 그분들도 한때는 세상의 변화에 선봉에 섰던 분들입니다. 세상은 참 빠르게 변합니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바깥 트렌드에 둔감해지게 됩니다. 최신 트렌드를 선도하지는 못해도 뒷걸음질은 치지 말아야 합니다. 의도적으로 새로운 문화를 접하는 기회를 만드시길 바랍니다. 보이는 만큼 행동하고 움직이는 만큼 얻게 되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것만큼은 자신 있다는 나만의 특장점을 만드시길 바랍니다. 회사에서 얻을 수 있는 자원은 최대한 활용하시고 세상과도 보조를 맞추시길 바랍니다. 어느 곳이든 미리 준비하고 최선을 다하면 결과는 반드시 돌아옵니다.


PART 3. 준비는 끝났다. '인생 2막' 오직 전진만이 있을 뿐


직장인 특히 큰 기업에서 일했던 이력이 있을수록 퇴직 후 회사를 떠나면 누군가를 위한 일회용 소모품이 되기 쉽다. 그가 몸담았던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희망하는 누군가에게, 아이디어는 있으나 사업은 엄두를 내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대기업 퇴직자는 분명 매력적인 존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이 원하는 것은 퇴직자가 가진 역량이 아니라 속칭 퇴직자의 껍데기일 가능성이 높다. 퇴직한 선배들이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재취업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두었다는 씁쓸한 이야기를 전해 들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달콤한 유혹일수록 더 따져 보아야 했다. 세상은 직장 생활만 오래 한 반쪽짜리 퇴직자에게 과분한 처우를 해줄 만큼 너그러운 곳이 아니었다. 나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나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였다. 힘. 살아남으려면 힘을 키워야 했다.


인생 설계는 탁상 머리에서 하는 게 아니었다. 직접 마주해 시간을 담아야 했다. 멀리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었다. 멀리서 볼 때는 막연히 좋아 보여서 무모한 실행을 부추기게 된다. 직접 걷다 보면 길이 보이고 가다 보면 길이 만들어진다. 그렇게 찾은 길이 탄탄했다. 한 번뿐인 인생길이라면 더욱 그래야 한다. 이 모든 것이 힘을 빼니 보이기 시작했다.


실패는 성급히 결론지을 대상이 아니었다. 긍정적으로 활용한다면 오히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성공 레시피가 될 수 있다.


분명 우리의 삶에서 회사가 전부는 아니다. 회사를 떠난 후에도, 회사를 떠나기 전까지 살아온 시간만큼을 더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회사 안에서 사는 동안 해야 하는 일이 회사의 업무만은 아니다. 언젠가 반드시 맞게 될 회사 밖 삶을 준비하는 일이야말로, 프로 직장인을 넘어 프로인생러가 되기 위한 필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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