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공부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생활 관리 편의 첫 번째 주제는 습관 관리다. 모든 생활 방식은 결국 습관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습관을 관리할 줄 아는 것이 생활 관리의 핵심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두 가지다. 어떻게 좋은 습관을 골라내느냐, 그리고 그 습관을 어떻게 들이느냐다. 습관이 먼저다. 우리가 습관을 만들면 그다음에는 습관이 우리의 삶을 만든다. 목표 달성 여부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Anders Ericsson이 음악 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힌트를 만났다. 실력 향상에 직결되는 가장 중요한 활동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악기를 연주하는 모든 학생들은 하나의 활동을 똑같이 짚었다. 바로 ‘혼자 하는 연습’이었다. “혼자 하는 연습이 중요하다.” 그 지점에서 생각하자 모든 것이 명확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자전거를 타는 요령처럼, 할 줄은 알지만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웠던 공부 방법, 나 스스로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던 공부 방법, 그리고 내가 만난 ‘공부의 신’들이 해왔던 공부 방법의 핵심이 거기 있었다. 유명 강사의 강의를 들어도, 복잡한 공부 방법을 따라 해도, 최신 정보를 놓치지 않아도, 공부에 돈을 쏟아부어도 우리가 공부를 잘할 수 없었던 이유는 공부는 혼자 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실력의 차이는 머리가 아니라 실력 향상에 직결되는 활동을 얼마나 하는지에 달려 있다. 그 활동이 바로 ‘혼자 하는 공부’다.
책을 폈을 때 기억이 나자, 머릿속에 들어가는 느낌이 들자 학생은 깨달았던 것이다. 나도 할 수 있겠다, 바로 이 깨달음이 성취의 핵심이다.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 때 집중한다. 그 집중을 통해 눈앞의 일을 성공적으로 해낸다. 성공 경험이 쌓이면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되는데, 그럴 때 주변에서는 기적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모든 기적의 주인공들은 바로 저 지점에서 시작했다. ‘나도 할 수 있다.’
사람들은 혼자서 공부하는 것을 피한다. 혼자 자리에 앉아 읽고, 외우고, 확인하면 되는데 바로 그 작업을 하지 않는다. 그러고는 계속 더 좋은 책과 더 좋은 강의를 찾아다니며 공부할 내용이 저절로 머릿속에 쌓이기를 바란다. 더 좋은 컵을 찾아 물가를 빙빙 돌면서 저절로 갈증이 가시기를 원하는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랜 시간 물가에 머무르면서도 갈증을 해소하는 방법을 모른다. 해답은 간단하다. 당장 앉아서 벌컥벌컥 물을 마시면 된다. 당장 책을 펴서 읽고, 외우고, 확인하면 된다. 그 과정은 혼자 하는 작업이다. 좋은 컵이 없어도 당장 물을 마실 수 있다. 그것을 체험하면 갈증을 없애는 방법에 대한 확신이 생긴다. ‘할 수 있다’라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좋은 컵이 있으면 좋겠지만 컵 자체가 물은 아니다. 공부를 잘하고 싶다면 어느 시점부터는 반드시 혼자 공부해야 한다.
디즈니랜드를 만든 사업가 월트 디즈니Walt Disney는 이렇게 말했다.
“꿈을 실현하는 비결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정복 불가능한 것은 없다. 이 비결은 4C로 요약할 수 있다. 호기심Curiosity, 자신감Confidence, 일관성Constancy 그리고 용기Courage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괴롭지만 실력을 향상시키는 활동’인 혼자 하는 연습에 투자한 시간은 세 그룹이 확연히 달랐다. 최우수와 우수 그룹은 일주일에 24시간을 혼자 연습한 반면, 보통 그룹은 9시간에 그쳤다. 하루 중 언제 연습을 하는지도 차이가 있었다. 최우수와 우수 그룹은 오전이나 이른 오후에 연습을 했지만, 보통 그룹은 늦은 오후가 지나서야 연습을 시작했다. 즉, 최우수와 우수 그룹이 집중력이 살아 있는 시간에 연습을 했다면, 보통 그룹은 이미 다른 활동으로 인해 피곤해진 다음에야 발을 질질 끌며 연습을 하러 갔다는 이야기다. 혼자 하는 연습이 실력 향상의 핵심이라는 사실은 모든 학생들이 알고 있었다. 차이가 있다면 일부 학생들은 그 연습을 더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런 학생들의 실력이 훨씬 좋았다.
공부를 많이 하면 공부하는 실력이 늘어서 ‘머리’가 좋아질 수는 있지만, 그런 실력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누구든 기를 수 있는 능력이다. 사실 우리가 지금 ‘머리’라고 여기는 것은 사양이 정해진 컴퓨터가 아니라 누적된 공부량이 만들어낸 ‘생각하는 근육’에 가깝다. 운동을 열심히 하면 근육이 커지는 것처럼 공부를 많이 하면 ‘머리’는 좋아진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우리도 똑같이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믿고 실력 향상에 직결되는 그 작업을 하는 것뿐이다.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늘리는 일, 바로 그것이다.
한마디로 표현해 ‘양이 질을 만든다’라는 진리다. 이 진리가 공부를 포함한 모든 분야를 관통하는 성공 비결이라는 사실을 확신할 때, 혼자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더 분명해진다. 여기서 말하는 ‘양’은 ‘노력의 양’이고, ‘노력’이란 ‘실력 향상에 직결되는 노력’인데, 공부에 있어서는 그것이 ‘혼자 하는 공부’이기 때문이다. 즉, 혼자 하는 공부량이 많아야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1만 시간 혹은 10년의 법칙은 긍정의 메시지를 준다. 이 법칙의 핵심은 ‘10년이 지나야 열매를 딸 수 있다’가 아니라 ‘노력만 하면 누구든지 딸 수 있다’에 있다. ‘양이 질을 만든다’라는 말을 다른 표현으로 바꾸면 이렇다.
‘하면 된다.’
공부든, 일이든, 취미 생활이든 일상에서 우리 앞에 놓인 선택지는 대개 안전 영역과 성장 영역에 걸쳐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안전 영역 안에만 머문 채 말 그대로 ‘시간을 흘려보낸다’. 무언가 계속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익숙할 대로 익숙한 쳇바퀴를 똑같이 돌리고 있으니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이나 다름없다. 동네 중국집의 주방장이 10년 동안 짜장면을 만들어도 솜씨가 제자리인 이유, 동네 미용실의 주인이 20년 동안 커트를 해도 실력이 그대로인 이유다. 하던 대로 하면 오래 하더라도 나아지지 않는다.
그는 시합하는 시간이 쌓여 자신의 실력이 향상된다고 생각한다. ‘1만 시간’에 포함되는 노력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착각일 뿐, 그의 실력은 별로 늘지 않는다. 올바른 노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 두 가지 의문이 생긴다.
첫째, 올바른 노력이란 무엇일까. 단적으로 말해서 안전 영역을 벗어난 노력, 성장 영역에 속하는 노력이다. 자신에게 익숙한 방법, 지금까지 해오던 것을 그대로 반복하는 수준의 노력은 올바른 노력이 아니다.
둘째, 어떻게 올바른 노력을 할 수 있을까. 바로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골라 그것을 반복’하면 된다. 베를린 음악 대학에서 재능의 비밀을 밝혔던 앤더스 에릭슨은 그 활동을 가리켜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이라고 이름 붙였다.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①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설계된 활동이다. 여기서 포인트는 설계에 있다.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부분을 향상시킬 수 있는 연습을 해야 한다. 만화 『슬램덩크』에서 농구 초보 강백호가 받았던 특별 훈련은 모의 시합이 아니라 ‘점프 슛 2만 개’였다.
② 수없이 반복할 수 있는 활동이다. 일류 골프 선수가 모래 벙커에 공을 빠뜨릴 일은 기껏해야 한 시즌 두어 번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 완벽하게 벗어나기 위해 골프 선수들은 벙커 샷을 무수히 반복한다.
③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활동이다. 골드만삭스의 최고 교육 책임자였던 스티브 커Steve Kerr는 피드백이 없는 연습을 ‘커튼 뒤에 서서 보지 않고 볼링공을 던지는 것’에 비유했다. “어떤 기술이든 연습을 할 수는 있지만 그 결과에 대해 피드백을 받지 않는다면 두 가지 일이 벌어진다. 우선 실력이 향상되지 않고, 그다음에는 실력 향상에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
④ 그다지 즐거운 활동은 아니다. 성장 영역의 개념을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자신이 잘하지 못하는 일을 일부러 찾아내서 해야 하는데 룰루랄라 콧노래가 나올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
부족한 부분을 골라내 그것을 공부해야 한다. 처음으로 새로운 내용을 배울 때는 수업이나 강의가 유용하다. 전부 모르는 내용이므로 개념이나 구조를 쉽게 설명하는 강의를 들으면서 전체적인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렇게 전반적으로 훑은 뒤에는 어려운 개념, 이해가 안 되는 문장, 외우지 못한 도표를 골라서 머릿속에 들어갈 때까지 붙들고 늘어져야 한다. 모르는 부분을 붙들고 늘어질 때 비로소 성장 영역 안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장 영역에 머물기만 한다면 반드시 실력은 올라간다. 반대로 ‘강의를 반복해 듣다 보면 저절로 이해되겠지’, ‘책을 계속 읽다 보면 저절로 외워지겠지’라고 안이하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이미 안전 영역에만 머무르려는 태도다.
기적은 ‘나도 할 수 있다’라는 깨달음에서 시작되었다.
올바른 방법이란 바로 성장 영역에 속하는 노력들이다.
▶ 올바른 방법의 좋은 예가 ‘신중하게 계획된 연습’이다.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골라내 그것을 반복하는 연습으로서 ‘①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설계된 활동 ② 수없이 반복할 수 있는 활동 ③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활동’이다.
▶ 이것을 공부에 적용하면 ‘① 부족한 부분 탐색 ② 그 부분 반복 ③ 피드백 수용’의 3단계가 된다.
아주 거칠고, 굉장히 심플하게 이야기하자면, 공부란 ‘외부의 자극을 뇌 속의 장기 기억에 저장하는 것’을 말한다. 텍스트와 같은 시각적 자극, 강의와 같은 청각적 자극, 재료의 질감과 같은 촉각적 자극 등 외부의 자극을 장기 기억에 저장하는 것, 그리고 필요할 때 자유자재로 불러낼 수 있도록 장기 기억에 잘 저장해두는 것이 바로 공부다
뇌과학자 제임스 줄James Zull에 따르면 기억이 저장되는 과정은 다음의 4단계를 거친다.
① 구체적 경험 : 뇌는 우선 시각, 청각, 후각 등 외부의 자극을 경험한다.
② 성찰적 관찰 : 외부의 자극을 경험할 때 원래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정보들과 비교하며 새로운 자극이 가진 의미를 탐색한다.
③ 추상적 가설 : 받아들인 정보를 바탕으로 가설을 세우면서 ‘이 말은 이런 뜻인가?’, ‘이렇게 하라는 이야기인가?’ 하고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진다.
④ 활동적 실험 : 그 가설이 옳은 것인지 행동으로 옮겨서 확인한다. 이 행동의 결과는 또다시 외부의 자극이 되어 구체적인 경험으로 돌아온다.
이처럼 4단계가 하나의 사이클로 끊임없이 순환하면서 기억이 저장된다. 뉴런이 자라고 시냅스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뇌에 무언가를 저장할 때는 어김없이 4단계를 모두 거친다. 뒤집어서 말하면 4단계를 온전히 거치지 않으면 제대로 저장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람은 태어날 때 많은 뉴런을 가지고 태어난다. 앞으로 어떻게 사용될지 모르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뉴런들이다. 마치 전화 판매를 개시하기 전에 미리 구축해놓은 통신망과 같다. 나이를 먹으면서 일부 뉴런이 저절로 사라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는 여전히 셀 수 없이 많은 뉴런을 가지고 있고, 평생 그러할 것이다. 잠재력이 계속 무한하다는 증거다. 공부는 ‘외부의 자극을 장기 기억에 저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공부를 시작하면 우선 외부의 자극들이 밀려든다. 책에서 본 시각적 자극이든, 귀로 들은 청각적 자극이든 마찬가지다. 그 자극들은 뉴런을 타고 머릿속을 돌아다닌다. 이때 새로운 정보를 저장할 곳을 찾거나, 정보들끼리 인연을 맺는 과정에서 뉴런이 변한다. 새로운 뉴런이 만들어지고, 기존의 뉴런이 길어지며, 뉴런끼리 연결되어 시냅스가 생긴다. 마치 전화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통신선을 놓아달라는 요구가 빗발치는 것과 같다. 통신선이 설치된 지역이 점점 늘어나면 통신망이 확대된다. 통신선이 연장되고 통신선끼리 연결된다. 뉴런의 연장과 연결이다.
성찰적 관찰이 무엇인지, 집중해서 공부한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아주 명확하게 드러나는 대목이 하나 있다. 나는 이 대목만큼 성찰적 관찰 작업을 잘 표현한 부분을 보지 못했다. 사법 시험 합격기의 일부분이다. 이 합격기의 주인공은 학력고사에서 전국 수석을 차지하고, 서울대를 수석으로 입학한 뒤, 사법 시험 역시 수석으로 합격했다. 이쯤이면 ‘공부의 신’이라고 불러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그는 남들과 같은 교실에 앉아 있으면서도 남들과 다른 압도적인 결과를 어떻게 냈을까.
“나의 경우는 교과서를 읽으면서 그 페이지의 개념이나 법리가 몇 페이지에 나오는 무슨 내용과 관련이 있는지, 또는 그 근거를 나타내는 문장이 어느 것인지 등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교과서 자체에 있는 내용을 가지고 서로 연관시키며, 기본 개념이나 법리와의 관련 속에서 체계화시키려는 몇 마디 메모들을 기입했다.”
놀랍게도 바로 이런 상태를 공자는 2,500년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논어』의 다른 부분에는 이런 경고가 등장한다. 學而不思卽罔 思而不學卽殆 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 배우기만 하되 생각하지 않으면 사리 판단이 어둡고, 생각만 하되 배우지 않으면 위험하다. 수동적으로 배우기만 할 뿐 그것을 자기 것으로 체화하지 않으면 그저 지식만 많은 사람이 되고, 혼자서 공상만 할 뿐 엄정하게 쌓아놓은 지식을 습득하지 않으면 사람 잡는 돌팔이 의사처럼 위험해진다는 의미다.
남을 가르치는 것은 굉장히 강도가 높은 익힘 활동이다. 다른 사람을 가르치다 보면 자신이 확실하게 알고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금세 알 수 있다. 그 어떤 사람도 자신의 머릿속에 있지 않은 것을 가르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혼자 공부하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미엘린이 두꺼워질까.
두루뭉술하게 대강 하고 싶은 유혹을 이겨내고 정확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 핵심이다.
첫째, 출발부터 정확하게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예컨대 ‘엔트로피 법칙’이나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처럼 처음 등장한 개념을 배울 때는 마치 시계를 분해했다가 제자리에 정확히 부품을 끼우는 장인의 심정으로 공부해야 한다. 단 하나의 낱말도 놓치지 말고 완벽하게 이해해야 한다는 뜻이다.
미엘린이 두꺼워질수록 뉴런에서 전달되는 신호가 빨라진다. 암산, 영어 독해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탁월함을 만드는 것은 뉴런과 미엘린이다.
▶ 미엘린은 정확한 신호가 반복될 때 두꺼워지므로 두루뭉술하게 공부를 하면 아무리 오랜 시간을 앉아 있어도 미엘린이 두꺼워지지 않는다.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일부러 정확하게 공부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멍하니 기계처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자신이 아는지 모르는지를 확인하면서 모르는 부분을 골라내어 반복해야 한다. 『7번 읽기 공부법』의 저자 야마구치 마유가 마치 배경 음악을 듣듯이 멍하니 반복해도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온다고 주장한 것이라 생각한다면 엄청난 착각이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7번 읽기는 내용을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한 종류의 문장을 반복해서 훑어보고 확인을 거듭하며 자신의 머리로 이해하는 방법이다. 처음에는 표면적으로 글자를 쫓아가면서 그대로 복사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분명 ‘따라 하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인지가 이해로 진행되면서 ‘따라 하기’에서 벗어나 자기 나름대로 재구축할 수 있는 힘을 익힌다.”
이 말에는 그녀의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려주는 키워드가 두 개 들어 있다. ‘확인’과 ‘재구축’이다. 반복해서 쭉쭉 읽어나가는 동안 ‘여기는 내가 모르는 부분이구나’라고 ‘확인’하고, ‘이 내용은 저 내용과 이렇게 연결되는구나’ 하고 ‘재구축’했다는 이야기다. 이 점을 놓치고 멍하니 반복하면 회독 수를 잔뜩 채우더라도 속담 그대로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사람이 된다.
삶은 시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틈틈이’를 실천한다는 것은 우리가 가진 시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한다는 뜻이고, 이 말은 곧 우리가 가진 삶을 최대한 산다는 의미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자기 경영 노트The Effective executive』에서 말하길, 정말로 잘 운영되는 공장들은 일하는 광경이 단조롭고 조용하다고 했다. 모든 사람이 최적의 위치에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질서 있게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분주하고 바빠 보이는 것처럼 보이는 공장은 사실 무질서와 비효율의 공간이라는 점을 드러커는 경고한 바 있다. 우리의 일상도 이와 다르지 않다. 루틴이 있는 사람은 어떤 순서로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알기 때문에 생활이 단조로울 수밖에 없다.
혼자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루틴 만들기는 한번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평생 동안 기술을 갈고닦는 예술가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매일매일을 평생 동안 다듬어가는 것이 진정한 루틴이다.
좌절감이 욕심 때문임을 알면, 그래서 지금 할 일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함을 깨달으면 그 순간 좌절감은 사라진다
사실 우리는 공부에 대한 실제의 고통에 과거와 미래의 스토리를 마구 뒤섞고 있는 까닭에 정말로 존재하는 괴로움의 진짜 크기를 보지 못한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사실은 이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공부가 아무리 많더라도, 지금 그리고 여기에 머문다면, 우리는 절망감에 빠지지 않고 그것들을 다 해낼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 그리고 여기’의 항해술로 거친 바다를 무사히 건넜기 때문이다.
만약 이 책을 읽는 동안 무언가를 느꼈다면, 즉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을 놓쳤는지 이해했고, 어느 부분을 따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면, 그것은 더 나아지고 싶은 마음과 마주한 순간이다. 그리고 그 순간은 어쩌면 우리의 삶이 영원히 바뀌어버린 순간일지도 모른다.
독일 명상가 에크하르트 톨레Eckhart Tolle의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 중 한 구절로 글의 마지막을 갈음한다.
“만약 이 책의 내용이 이해할 수 없거나 무의미하게 여겨진다면 그 경험은 아직 당신에게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만약 당신 안에서 무엇인가가 이 책의 내용에 반응한다면, 만약 이 안에서 어떤 진리를 알아본다면, 깨어남의 과정이 이미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이 책을 읽는 것으로 깨어남의 과정이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