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이 비싸고 어떤 책이 싼지는 구매자의 지갑이 결정한다. 값이 싸고 비싸고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책의 역사를 보더라도 처음에는 책이 너무 비싸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책은 도달 불가능한 목표였다.
텍스트가 책을 필요로 하듯, 정신은 정신을 담을 그릇을 필요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읽힌 책은 곧장 친구에게 가거나 쓰레기통으로 직행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책장으로 이동해서 다른 책들과 더불어 종이로 만든 담쟁이덩굴처럼 서서히 벽을 무성하게 뒤덮는다. 그 광경을 보는 것 또한 즐거움이다. 나는 읽힌 책이 눈으로 볼 수 있고 손으로 붙잡을 수 있는 독서 생활의 기록이기 때문에 그 가치를 부여받는다고 믿는다. 여기서 책이 두 번 읽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읽힌 책은 그것을 읽은 독자가 살아온 삶의 일부이다. 심지어는 아주 중요한 장의 특별한 한 단락이 삶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 독자가 가장 머물러 있고 싶어 했던 부분, 가장 편안함을 느낀 부분이었다면 언제나 그렇다. 모든 텍스트는 언어로 이루어진 세계이다. 이와 동시에 독자에게는 그 세계를 여행한 기록이다
진실로 책은 찾아주고 구입하고 당연히 읽어주는 사람이 있어야만 비로소 살아나는 메시지 전달자이다. 책의 물질적인 가치는 출판사나 경매소에서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그 실질적인 가치는 인간과 맺는 관계를 통해 획득된다.